[설왕설래] 법정싸움으로 치달은 하이브 내분

그늘도 있다. 2009년 7월 멤버 5명 중 3명이 법원에 “부당한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며 소속사 SM을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내 논란에 휩싸였다. 이른바 ‘노예계약’ 파문이다. 3년여에 걸친 법적 다툼 끝에 가까스로 합의에 다다랐으나 그새 동방신기는 사실상 해체 수순이었다. 국내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관리 방식이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계기였다. 대중문화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무엇보다 팬들 상심이 컸다. 동방신기를 좋아했던 딸아이가 그룹 해체 소식에 며칠 밤을 울먹이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이브가 어제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등 관계자들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레이블은 대형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자회사다. 과거 국내 연예기획사와 아이돌 간 계약이 쟁점이었다면 이번에는 본사와 계열사 간 권력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글로벌 이목까지 집중됐다. AFP 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수익성 높은 K팝 산업에서 벌어진 내분”이라 평하며 “K팝의 성장통”이라고 진단했다.
욕설과 눈물이 범벅이 된 진흙탕 폭로전에 아연실색한 이들이 많다. K팝을 만드는 이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어른들 싸움에 낀 걸그룹 뉴진스가 과연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 뉴진스는 패션 아이템 진(Jean)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를 그룹명에 담았다고 한다. 공방이 길어질수록 K팝 불화의 사례로 비칠 수 있다. 얼마 전 걸그룹 르세라핌의 해외 라이브 공연에서 가창력 논란까지 불거진 마당이다. 이래저래 K팝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는 팬들 마음만 좌불안석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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