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쇼팽 콩쿠르를 빛낸 의대생
마음까지 고쳐주는 의사 되고파
2021년 도전한 日 의대생 화제
2R 탈락에도 그 꿈에 깊은 울림
클래식 음악계에도 일종의 올림픽이 있다. 바로 콩쿠르다. 병무청에서 지정한 콩쿠르에 우승하면 남성의 경우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할 기회도 얻는다. 진짜 올림픽이나 다름없다. 다만 그 분야가 예술일 뿐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콩쿠르는 어떤 콩쿠르일까? 여러 콩쿠르가 있겠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코 쇼팽 국제 콩쿠르다.
마침내 본격적인 쇼팽 콩쿠르가 시작되고, 사와다는 무려 예선 문턱을 넘었다. 피아노 하나에만 온 시간을 투자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다. 당연히 그는 특이한 이력으로 대회 내내 주목을 받았다. 주된 관심사는 ‘전공자도 아닌데, 왜 쇼팽 콩쿠르에 참가를 했느냐?’였다. 의사의 길을 걸어온 그가 왜 돌연 쇼팽 콩쿠르에 출전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돌아온 대답은 놀라웠다. 그의 꿈은 피아니스트가 아니었다. 그가 오랫동안 간직한 꿈은 아픈 사람들의 몸뿐만 아니라, 음악으로 마음까지 고쳐줄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쇼팽 콩쿠르는 그 과정 중 하나였다.
사와다의 연주는 실제로 놀라웠다. 오히려 타고난 피아니스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내면에 따뜻한 음악을 가진 천상 예술가였다. 섬세하게 건반을 어루만지며, 음색을 조율하는 모습은 그의 두 손이 얼마나 음악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물론 섬세한 손기술로 수술도 잘했겠지만). 특히 그가 1라운드에서 연주한 쇼팽 발라드 1번은 수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물론 쇼팽 콩쿠르의 벽은 높았다. 종횡무진이던 사와다는 2라운드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그의 열정만큼 따라오지 못했던 기술적인 완성도가 문제였다. 결국 콩쿠르라는 건 정확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와다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연주 자체를 즐기고, 순수한 열정만으로 이 거대한 콩쿠르에 도전하는 그의 모습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와다의 존재가 경쟁과 긴장으로 가득 찬 쇼팽 콩쿠르를 빛냈다.
그의 쇼팽 콩쿠르 도전은 비록 2라운드에서 멈춰야 했지만, 지금도 음악을 향한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학업과 피아노 연주를 병행하며, 일본 곳곳에서 크고 작은 연주회를 열고 있다. 음악으로 환자들의 마음까지 위로하고 싶다는 그의 꿈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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