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천억 규모 ‘안양버스터미널 개발사업’ 좌초 위기

서상준 경기본부 기자 2024. 4. 2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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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환경영향 평가 사업' 유무 놓고 입장 번복
경기도 "법제처 해석 따른 것"…법제처 "동일 사안 아니다"  
착공 미이행 시, 대형건설사 2500억원 채무 떠안게 돼
해당 건설사, 자금난 우려…건설업계 전반 영향 미칠수도

(시사저널=서상준 경기본부 기자)

총 사업비 5000억 원 규모의 경기 안양시 시외버스터미널 부지(평촌동 934번지) 개발 사업이 경기도 공무원의 '법령 해석 오류'로 좌초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국가택지개발 실시계획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사업지를 경기도가 개정된 조례안을 적용,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지'에 포함하면서다. 법조계에서는 "조례 규정 대상을 잘 못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시행사인 H건설은 지난 2017년 LH 토지 매각에 참여해 이 부지를 1250억원에 낙찰 받았다. 정부 주도로 국가택지개발 실시계획에 따라 시외버스터미널 신축부지였지만 20년 넘게 진척이 없자 3자 매각한 것이다. 

H건설은 주상복합 신축사업을 계획하고, 신탁사와 계약 후 신탁 원인으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시행사와 계약에 따라 사업주체가 된 신탁사는 일반상업용지 지구단위계획(변경)에 관한 절차를 마치고, 2021년 5월28일 안양시로부터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을 승인받았다.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제공

뜬금 없는 '환경영향평가 개정안' 발목…착공 앞두고 건설사 '패닉'

설계, 시공사 선정 등 본격 공사를 앞두고 경기도가 도내 31개 지자체에 내린 지침(올해 3월14일)이 발목을 잡았다. 

일부 개정된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부칙(2021년 5월4일)에 따라 '연면적 10만㎡(해당 부지 약 21만㎡) 이상 건축물은 개정안 이전 건축심의 진행 중인 사업 외에 환경영향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논란의 핵심은 경기도 업무지침(2020년 1월10일)으로 이미 환경영향평가 면제 받은 사업도 개정안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사업자 측은 경기도 지침을 전달 받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경기도가 개정안 시행 이전 사업까지 '소급 적용'하면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할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인가 권한자인 안양시는 악화일로로 치닫지 않길 바라면서도 경기도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안양시 관계자는 "저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승인까지 했고, 당장 입장을 내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경기도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 지 모르지만 사업자 측도 착공을 못하면 (자금 등)큰 문제가 생길텐데 답답하다"라고 했다.     

경기도의 일관성 없는 행정 행위도 논란을 부추겼다. 

경기도지사는 2021년 3월18일 공문을 통해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서 정한 국가 시행 사업은 시·도 조례 환경영향 평가 대상에서 제외함'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개정안 시행 전인 2021년 2월16일 사업자 측이 '환경영향평가 대상 여부'를 질의한 데 대한 회신이다. 국가 환경영향평가 시 건축물을 포함해 환경영향을 예측 평가하므로 '중복평가를 방지한다'는 부연 설명도 달았다.

경기도는 앞서 2020년 1월17일 안양시장 등 31개 지자체에 보낸 공문에도 "국가 시행 환경영향평가는 해당 사업지구 내의 부지뿐만 아니라 부지 내 건축물에 의한 영향을 포함해 평가를 실시하므로, 동일 사업에 대한 중복 평가를 방지한다"라고 했다. "국가 시행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 지구내 건축물은 시·도 조례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환경부의 지침을 붙였다. 

법제처 "경기도 요청 건과 달라…자체적 결정한 것으로 보여" 

경기도지사의 업무지침과 상관 없이 주무 부서인 경기도 기후환경정책과는 '법제처 법령해석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도 기후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사업자의 억울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법제처 법령해석에 따른 법 적용을 제외할 수 없다"며 "경기도 환경영향평가의 도정 및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법제처 법령 해석에는 '국가택지개발 사업부지내 건축물도 준공 후 20~30년이 지난 후에 기존 건축물을 해체(재건축, 재정비사업을 지칭함)하고, 용적율 상향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연면적 10만㎡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하려는 경우 환경평가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법제처는 이 부지가 25년째 건축하지 않은 나대지 상태인데다 '기존 건축물 해체 후 신축'하는 사업이 아니어서 경기도의 주장과는 별개 사안으로 봤다. 경기도가 법제처 법령 해석 중 '10만㎡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하는 경우'라는 표현을 확대 해석한 것으로 비춰진다.   

법제처 관계자(법령해석 관련)는 "이 버스터미널 사업 건과 (법제처)저희가 경기도에서 요청해 회신한 (법령)해석이 동일한 것도 아니고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저희가 이를 판단할 수도 없고 이 사안에 대한 것을 구체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할 수 있다없다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경기도)자체에서 알아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존 안양 평촌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좌)와 주상복합 조감도 ⓒ시사저널

법조계 "경기도, 법령 해석 오류"…건설업계 전반 영향 우려   

법조계는 경기도 공무원의 법령 해석 오류로 총 사업비 5000억원 규모 사업이 궁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법인 Y로펌 변호사는 "본 사업은 2021년 5월4일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 전인, 2019년 10월24일 지구단위 계획을 접수한 바 2020년 1월1일 조례 부칙에 해당돼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S로펌 변호사는 "법제처 법령 해석의 대상과 이 사업이 다른데도 담당 직원이 규정 적용을 잘 못 판단하고 직전 조례를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본 사업지는 국토교통부 장관 등 지정권자로부터 택지개발사업으로 승인을 받았고, 실시계획 승인시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어 있으므로 본 사업을 포함한 평촌 신도시 지구단위계획 변경 역시 택지개발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사업자 측에 무게를 실었다. 

사업자 측은 착공이 늦어져 사업 중단을 맞게될 경우 천문학적 금융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며 불안해 하고 있다. 

H건설 조 아무개 대표는 "장기간 추진해온 본 사업이 (경기도의)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인해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며 "LH로부터 이 땅을 매입(낙찰)할때도 국가택지개발 실시계획에 따른 환경부와 이미 협의가 완료된 것을 확인했다."고 억울함을 표현했다. 조 대표는 "올해 착공이 안되면 대주단(대출 금융기관 단체)과의 대출 약정에 따른 기한이익상실로 인해 부도가 예상되며, 시공사는 대출금 약 2500억원의 채무를 떠안게 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대주단과 시공사간 계약 조건은 올해 9월까지 착공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조건에 맞추려면 협의 완료시까지 최소 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개발 사업에는 국내 시공능력순위 10위 내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으나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는 만일 이 사업 중단될 경우 업계 전반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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