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행정·전술 실패… 한국 축구, 날아간 ‘파리의 꿈’ [뉴스 투데이]

장한서 2024. 4. 2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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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8강 印尼에 충격패…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 불발
황선홍 ‘두집 살림’… “예견된 대참사”
클린스만 경질로 A대표팀도 맡아
소통 실패… 양현준 등 유럽파 결장
134위 印尼에 승부차기 참패 졸전
“정몽규 12년 체제 한계”… 사퇴론 부상
비위 축구인 사면 논란 등 ‘헛발질’
印尼 신태용號 첫 준결승 진출
68년 만에 본선 노려 현지 ‘들썩’
한국축구가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는 ‘도하 참사’를 마주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신태용 매직’ 인도네시아에 무릎을 꿇으며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황 감독의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겸임이라는 위험한 ‘두 집 살림’ 등 대한축구협회의 무리수로 인한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망연자실 한국 U-23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6일 2024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하는 최종 관문이었다. 도하=뉴시스
한국 U-23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6일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 인도네시아와 2-2 연장 접전 끝에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배했다.

이번 대회는 올여름 막을 여는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하는 최종 관문이었다. 1∼3위는 파리행 직행 티켓을 얻어 최소 4강에 올라야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매번 본선에 진출했던 한국은 이날 8강에서 탈락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축구가 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한 건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무려 40년 만이다.

한국축구 역사상 굴욕적인 대참사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는 23위, 인도네시아는 134위. 대회 직전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 등 유럽파 핵심 선수들의 차출이 불발됐다 하더라도 전력은 한국이 앞섰다. 그런데 한국은 이날 슈팅에서 8-21개로 밀릴 만큼 졸전을 펼쳤다. 이번 대회 3골로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던 이영준(김천)을 선발에서 제외했다가, 1-2로 밀리자 급하게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했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빼앗기 위해 무리한 이영준은 급기야 후반 25분 만에 레드카드를 받아 그라운드를 떠났고, 후반 막판엔 황 감독마저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사령탑을 잃고 흔들린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패배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함께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U-23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황 감독은 2년 6개월여의 긴 시간 동안 팀을 이끌었지만,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한국축구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반면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인도네시아의 첫 U-23 아시안컵 출전을 이끈 데 이어 한국을 꺾고 준결승까지 오르는 새역사를 썼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인도네시아는 68년 만의 본선 진출에도 성큼 다가섰다. 인도네시아 현지도 낭보에 들썩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연장전반 퇴장당한 한국 황선홍 감독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황선홍호의 이번 올림픽 본선 무산은 예견된 참사였다. 축구협회의 연이은 헛발질 탓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뒤 협회는 3월 2연전에 나설 A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황 감독에게 부탁했다. U-23 아시안컵을 두 달가량 앞두고 심기일전하던 때였다. 황 감독은 결국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모두 이끌어야 하는 부담 속에 지휘봉을 잡았다. 황 감독은 A대표팀을 이끌고 지난달 태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두 경기에서 1승 1무의 성적을 올려 절반의 성공을 거뒀지만, 올림픽 대표팀에 쓸 힘이 모자랐다. 더구나 소속팀과의 소통 실패로 핵심 유럽파 차출마저 불발돼 전술을 급하게 바꿨다. 축구협회의 이런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은 결국 ‘도하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공동취재사진
이외에도 축구협회의 졸속 행정은 한둘이 아니다. 올해로 12년째인 정몽규 회장 체제가 한계를 맞이하면서 사퇴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당초 올해 6월로 예정됐던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이 지연되면서, 각급 대표팀들은 소집 때마다 훈련장을 찾기 바빴다. 지난해 3월에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축구인들을 기습 사면했다가 큰 논란이 일자 전면 철회했다. 당시에도 책임은 부회장들을 비롯한 협회 임원진만 지고 정 회장은 자리를 유지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의 책임론이 불거졌을 때도 정 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4선 연임을 향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던 정 회장의 꿈은 팬들의 반대 속에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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