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열린 ‘우순경 사건’ 위령제…“희생자 한 풀길”

최진석 2024. 4. 26. 21: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창원] [앵커]

42년 전 오늘(26일), 의령군에서는 경찰관의 총기 난사로 마을 주민 90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우 순경 사건'인데요.

당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가 사건 발생 42년 만에 처음 열렸습니다.

최진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늦은 밤 사람들이 트럭에 가득 실린 나무 관을 옮깁니다.

다음 날 시작된 장례 절차, 상여 행렬이 이어집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사람들, 마을은 온통 울음바다로 변했습니다.

1982년 4월 26일 오후 경남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소속 경찰관 우범곤이 무기고에서 총과 수류탄을 들고 나왔습니다.

동거녀와 싸운 뒤 술에 취해 8시간 넘게 마을을 활보하며 주민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까지 던졌습니다.

56명이 죽고 34명이 다친 '우 순경 사건'.

지금까지도 국내 총기사건 가운데 최대 참사입니다.

[당시 KBS 뉴스 : "사망자에 대한 장례는 가족장으로 지내고, 일가족이 모두 참변을 당한…."]

하지만 군사정권 아래 보도는 물론,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금기시됐고 유족들은 슬픔을 속으로 삭여야 했습니다.

[배병순/우순경 사건 유가족/당시 부상자 : "(쌓였던 한이) 어떻게 풀린다는 소리는 못합니다. 내가 눈을 감으면 풀리겠지. 내가 눈을 감으면 풀리겠지."]

희생자를 추모하는 첫 위령제,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딸은 부치지 못한 편지에 그리움을 담았습니다.

[전도연/우순경 사건 유가족 : "엄마와 추억이 많았던 이곳에 오게 되면 내가 무너질까 봐, 살아갈 힘이 없어질까 봐 (오지 못했어요.)"]

같은 비극을 공유한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슬픔을 나누기까지 걸린 42년의 세월, 유족들의 요구로 이번 위령제에 경찰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추모공원은 올해 말 완공됩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권경환

최진석 기자 (cjs@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