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맘 민희진 1000억 번다는 자산가의 하청업자 코스프레[이슈와치]

김범석 2024. 4. 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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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뉴스엔DB)
경영권 찬탈 의혹을 받는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뉴스엔DB)

[뉴스엔 김범석 기자]

민희진의 135분 기자회견은 예상대로 모회사 하이브 고발과 저격으로 가득 채워졌다. 자신을 스카우트한 방시혁 의장을 ‘개저씨’로 칭했고, 이도 모자라 ‘시XXX’ ‘지X’ 같은 육두문자가 수시로 등장해 귀를 의심하게 했다. 옆에 있던 변호사들이 민 대표를 여러 번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SM부터 어도어까지 가요계 밥을 22년간 먹은 그가 명예훼손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을 터. 이날 비속어는 비방할 목적과 공연성을 모두 갖췄다고 보인다. 그런데도 작심한 듯 노 필터 직설화법을 구사한 건 어느 정도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해석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KBS, YTN 등 거의 모든 미디어가 총집결했는데 지상파가 아닌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된다는 걸 간파한 그가 의도적으로 비속어를 쓰며 적개심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견 직전 ‘무속 경영’ 보도자료를 뿌린 하이브를 향해 더 날을 세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월 26일 오전 게스트로 출연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회견 직후 녹화분을 튼 것이라 비방 용어가 나오지 않아 대조적이었다.

회견 날 착용한 ‘전투복’인 녹색 맨투맨과 블루캡도 온라인에서 완판됐는데 이 역시 치밀한 홍보 전술이었다. 다음날 공개된 뉴진스 멤버 민지가 입은 착장과 흡사했던 것. 결국 뉴진스 새 앨범의 PR이었던 건데 팬들 사이에선 ‘이 와중에 대단하다’며 ‘뉴진스에 미친 자’를 뜻하는 뉴친자 밈까지 등장했다.

이틀간 민희진의 작심 발언을 지켜본 이들은 둘로 팽팽히 나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젊은 층은 ‘이런 게 진짜 힙합 스피릿’이라며 호응하는 분위기다. 속 시원히 대기업을 저격하고 사이다 발언을 한 민희진을 응원하며 쌍방 과실, 중립 기어를 택한 것이다. 특히 팬들의 과잉 지출을 꾀하는 팬 사인회와 포토 카드, 바이럴 마케팅과 앨범 밀어내기를 지적한 대목에서 호응도가 높았다.

반면 논리보다 ‘하이브에서 많이 당하고 살았다’는 식의 하청업자 코스프레와 감성팔이에 실망했다는 이들도 다수다. ‘돈 때문에 싸우는 거 아니다. 난 명예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최소 700억 자산을 가진 자본가가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많은 직장인, 자영업자를 허탈하게 만든 신파 회견이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어도어의 시장 가치는 대략 4,000억 정도인데 민 대표는 18% 지분을 가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이브는 작년 1분기 민 대표에게 주당 평균 매입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1988원)에 지분 18%를 넘기며 막대한 금전적 혜택을 안겼다. 민 대표는 2019년 방시혁 의장의 스카우트로 빅히트 CBO 재직 시절부터 연봉 5억 원을 받았으며 작년엔 인센티브로만 20억 원을 수령했다. 연봉과 장기 인센티브는 별도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돈을 원했으면 내부 고발 자체를 안 한다. 가만히 있어도 최소 1,000억을 번다’는 말도 했다. 돈이 아닌 크리에이티브의 자존심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으나 하이브와의 갈등이 촉발된 건 주주 간 계약을 고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게 드러났다. 결국 더 많은 돈과 보상을 놓고 각을 세우고 있었던 거다.

하이브는 26일 “민 대표에게 일반인이 상상하지 못할 막대한 주식 보상을 제공했지만 민 대표가 회사가 수용할 수 없는 거액을 다시 요구하며 대화를 파국으로 이끌었다. 저희는 경영권 독립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 대표가 어도어를 가져오기 위해 판을 깨려고 일부러 어깃장을 놨다는 시각이다.

민 대표는 “미대 나온 사람이 경영권 찬탈에 대해 뭘 알겠나. 부대표와 나눈 사담이었다”고 항변했지만 하이브는 “풋옵션 행사로 취득할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고, 행동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했으며, 권리침해소송, 투자사, 여론전 등이 적힌 문건이 여럿 발견됐는데 이는 단순한 사담 수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위자료와 민·형사 합의금, 각종 위로금 등 자본주의에서 상심의 대가는 금전적 보상으로 가능하다. 민희진 대표도 결국 돈과 보상이 최대 쟁점이었는데 왜 핍박받는 억울한 하청업자 코스프레를 하는 걸까.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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