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땐 내가 금리결정"…트럼프, Fed에 으름장
재무부, Fed 견제기관으로"
Fed 운영 정책 보고서 준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대통령과 통화정책 결정을 논의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 시기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사사건건 충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앙은행 길들이기’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을 사실상 금리 결정자로”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측근은 비밀리에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 Fed 운영 방안에 대한 10페이지 분량의 정책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Fed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대통령 자문을 받아야 하며, Fed 내부 규정을 변경할 때 백악관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또 재무부를 Fed의 견제 기관으로 더 강력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재무부와 Fed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긴급 대출 프로그램 등에서 재무부 입김이 더 세진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사실상의 통화정책 결정자로 대우해줄 사람을 차기 Fed 의장으로 찾고 있다고 캠프 관계자들은 전했다. 차기 Fed 의장은 정기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 통화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고 대통령의 의지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측근은 Fed 의장 후보에게 ‘정책 결정 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공식 협의를 해야 한다’는 동의를 받는 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가 Fed 이사를 대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측근들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 일도 있었다고 WSJ는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자신이 임명한 파월 의장과 번번이 충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7월 “Fed는 경제가 성장할 때마다 금리를 올리는데, 나는 행복하지 않다”며 처음으로 Fed 금리 결정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후에도 “Fed는 너무 긴축적이다. 그들이 미쳤다고 생각한다”(2018년 10월), “내 유일한 질문은 파월 의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 누가 더 큰 적이냐는 것”(2019년 8월)이라며 파월 의장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파월 의장 역시 “내게는 4년 임기가 있고 이를 충실히 채울 것”(2019년 7월)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캠프 일각 “끔찍한 생각”
다소 급진적인 안건이 논의되자 캠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중요시하는 일부 트럼프 행정부 출신 관료와 공화당 의원들은 “끔찍한 생각”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간섭을 받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면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금리 등이 모두 치솟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당시 아서 번스 Fed 의장은 독립성을 잃은 중앙은행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닉슨 전 대통령의 백악관 고문 출신인 번스는 1970년부터 8년간 Fed 의장으로 재임했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으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도 번스는 닉슨 전 대통령의 재임을 돕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 이는 1970년대 후반 ‘대(大)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발표된 올해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전망치에 비해 저조한 데 대해 “이것이 바로 ‘바이드노믹스’”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지금 가장 심각한 건 경제 성장률인데 1.6%까지 떨어졌다”며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고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의 뉴욕주 신규 공장 건설 현장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갖고 있다”고 맞받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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