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의제조율 없이 성사된 尹·李 회담…성공할 수 있을까

김세희 2024. 4. 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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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이 대표가 논의할 의제에 대해 사전조율 없이 신속하게 만남을 추진하자고 밝히면서부터다. 다만 회담 결과가 여야 관계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과 주요 현안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면 협치 물꼬를 트지만, 채상병 특검법 등 민감한 사안을 두고 입장차만 도드라지면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오는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양자 회담을 열기로 했다. 시간은 1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사람의 대화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영수회담의 배석 인원은 양측 각각 3명으로 결정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참석한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대변인이 함께한다.

회담은 이 대표의 '통근 양보'로 극적으로 성사됐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영수회담을 앞두고 의제 조율에 난항을 빚어온 가운데, 이 대표는 26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랜만의 영수회담으로, 의제를 정리하고 미리 사전 조율도 해야 하는 데 그 조차도 녹록지 않은 것 같다. 다 접어두고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회담 사전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두 사람은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민생과 관련한 광범위한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채상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의대정원 문제,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은 만큼, 각 현안에 대한 쟁점사안을 터놓고 논의할 수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민감하게 인식하는 각 특검법을 둘러싸고 논의가 공전하면 오히려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을 수 있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제2양곡관리법',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과 이들 법안을 둘러싼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관련 사안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여야의 사전 여론전도 본격화 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회담 성사는 환영하는 한편, 민주당발 의제에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이 자꾸 정쟁 관련 의제들을 들고 나온다"며 "국민 입장에서 여야가 만나 대화와 타협하는, 협치의 계기 만들라는데 이런 의제 가지고 국민들이 정쟁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이런 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말했다. 각종 특검법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끝난 뒤 논의할 사항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제한도 정치적 함의가 담긴 의제라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의제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민생 회복 패키지는 여러 가지 저희들이 준비해 놓고 있는데 그런 부분은 최소한 받아들여져야 되지 않느냐"면서 "채상병 특검 같은 것도 그걸 안 하겠다고 하는 순간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5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고 본회의 일정도 5월 2일로 잡았다. 민주당이 단도긍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낸 데는 영수회담을 앞두고 채상병 특검법 등 주요 법안 처리에 대한 여권 압박 수위를 높여가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범야권 역시 조건을 내걸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채 해병,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지난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적 요구에 성실하게 답하시길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윤 대통령과 협의나 대화를 할 때는 의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만나야 한다고 범야권에 이야기 드린다"고 말했다.

여야 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결국 영수회담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비서실장, 장관, 국회의원 등 주요 요직을 거쳐 온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대 정원 문제와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의제로 국한한 것을 제안하며, '구동존이(求同存異)·선이후난(先易後難)'을 거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동존이'는 공통된 부분을 함께 추구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을 남겨둔다는 의미로 1955년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 국제회의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선이후난'은 쉬운 것을 나중에 하고 어려운 것을 나중에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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