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이 노예계약?…민희진 “날 묻으려고” vs 하이브 “돈 더 받으려고”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4.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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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촉발 기점된 작년 ‘주주간계약’ 보니
경업금지 조항 놓고 민 “올무, 노예계약”
하이브는 “해석 차이...쟁점은 보상규모
이미 12월에 문제조항 수정해주기로 해”
뉴진스 견제 주장에도 정반대 진실공방
민 “갑자기 르세라핌 先데뷔 통보받아
...지분도 못받고 멤버들 데리고 나와”
하이브 “본인이 먼저 레이블 독립 주장”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이브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이른바 ‘노예계약’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맞불을 놨다. 하이브 측은 26일 “이 시기에 회사를 압박하면 억지에 가까운 보상 요구안을 받아들여 줄 것으로 생각한 것 아니냐”며 전날 민 대표의 기자회견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나를 망가뜨리려 한다”는 입장이다.

노예계약은 민 대표가 하이브 경영진과 지난해 3월 체결한 어도어 주주간계약을 지칭한 것으로, 현재 불거진 갈등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경업금지 조항’에 불만을 터뜨리며 “저한테는 이 계약이 올무다. 제가 영원히 노예일 순 없지 않냐”고 항변했다.

이날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해당 계약서상 민 대표는 어도어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하지 않더라도 어도어의 대표이사 혹은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면 경업금지를 지켜야 한다. 경업금지란 주주가 지분 매각 후 동일 업종에서 창업하는 것을 막는 개념이다. 민 대표의 어도어 지분 18% 중 13%는 향후 하이브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갖는데, 나머지 5%는 하이브 동의 없이는 양도·매각할 수 없게 규정됐다. 민 대표는 이들 조항을 조합하면 하이브 측이 이 5% 지분을 쥐고 자신의 경업을 무기한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계약 해석상 문제일 뿐이라는 게 하이브 측 주장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민 대표가 강하게 관련 문제제기를 했고, 하이브는 “해석이 모호하다면 모호한 조항을 해소하여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민 대표의 지분 양도를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회사가 모르는 거래를 막기 위한 조항’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는 또 보상 규모가 약 1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도 ‘노예계약’ 의혹을 반박했다. 법조계와 IB업계에 따르면 이 풋옵션 계약상 행사가격은 행사 시점 연도와 그 전년도 평균 영업이익의 13배 값으로, 올해 말 기준으로도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민 대표는 보상 규모의 2배 상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 측이 “논의를 촉발한 핵심 쟁점은 보상의 규모였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날 하이브 측은 “민 대표의 지난해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는 20억원이고 연봉과 장기 인센티브는 별도로 책정됐다”며 “하이브 본사와 한국 자회사 구성원 가운데 압도적인 연봉 순위 1위”라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도 민 대표는 회사가 도저히 수요할 수 없는 액수를 제시하며 대화를 파국으로 이끌었다”며 “당사는 이런 과정이 경영권 독립의 명분쌓기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찬탈 모의가 그저 ‘사담’ ‘푸념’이었다는 민 대표 입장에 대해서도 하이브 측은 “결코 농담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민 대표가) 부대표에게 ‘이건 사담 한 것으로 처리해야 해’라고 지시한 기록까지 있다”고 공개했다.

뉴진스 데뷔 과정의 ‘홀대’ 주장에서도 양측은 첨예하게 맞섰다. 민 대표는 전날 뉴진스 데뷔 과정에 하이브의 견제를 받았다는 취지로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 1호 걸그룹’이라고 해서 그거 하나만 보고 (회사에) 들어왔는데,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갑자기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해야 할 것 같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뉴진스의 성공 이후 ‘즐거우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낸 점이나 이른바 ‘민희진 걸그룹’에 대한 홍보 방식도 ‘자회사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하이브 측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뉴진스가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이 되지 못한건 하이브가 약속을 안 지켜서가 아니라 민 대표 본인이 별도 레이블에서 데뷔시키겠다고 강력히 주장해서”다. 하이브 측은 이어 “민 대표의 의견을 존중하여 쏘스뮤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들 멤버들을 어도어로 이관시키고, 160억원이라는 거액의 자금까지 지원하며 민 대표가 원하는 방식으로 뉴진스를 데뷔시킬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데뷔 시기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뉴진스 컴백을 앞두고 갈등이 불거진 데 대해 “그게 제일 이해가 안됐다. 굳이 이 시점에서 불거져서 (내가) 일을 못할 것을 뻔히 알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 측은 “뉴진스의 컴백에 즈음해 메일로 회사를 공격하기 시작한 쪽은 민 대표 측”이라며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는 4월부터 여론전을 준비하라는 민 대표의 지시가 적힌 기록도 있고, 노이즈를 만들어 회사를 괴롭힌다는 기록도 있다”고 했다.

다음달 24일 컴백을 앞두고 26일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며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 중인 뉴진스. 사진제공=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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