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제 47년만 수술대…국회 미룬 사이 헌재 나서 “법 바꿔라”

조해언 기자 2024. 4. 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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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만들어진 유류분제도, 어제(25일) 헌재 결정으로 47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헌재는 형제자매는 유류분권자에서 제외하고, 유류분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경우와 기여도를 고려해 더 받을 수 있는 경우를 국회가 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법이 만들어지던 47년 전과는 달라진 현대 가족관계의 모습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고 구하라씨 사례를 비롯해 수십 년 간 연락이 끊겼다 상속을 주장하는 '파렴치한 가족들' 논란이 이어진 것도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왜, 유류분제도가 수술대에 오를 수 밖에 없었는지,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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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구하라씨가 숨진 뒤, 20년 간 연락 없던 구씨의 친모는 갑자기 나타나 유산을 요구했습니다.

[구호인/고 구하라 씨 오빠 (2020년 5월)]
"장례식장에서 (갑자기) 오셔서 자기가 '하라 엄마다' 지인들한테 인사하고, (동생 장례식 끝난 후) 요구를 했던 게 (재산상속) 5 대 5…"

구씨 가족과 같은 사례는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54년 만에 나타나 숨진 아들의 보험금을 주장한 엄마가 있었고

[김종선/고 김종안 씨 누나 (2023년 8월 '뉴스룸')]
"두 살 때 갓난아기를 버린 친모를 인정해준다, 이건 사법부가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이는 거예요."

순직한 소방관 딸의 유족급여 절반을 받아가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숨진 소방관 언니 (2020년 6월 '뉴스룸')]
"'낳았기 때문에 이거는 내가 50% 가져갈 수 있다'는. 법 안에서 너무 뻔뻔하게 지급을 받으신 거죠."

이런 부모의 상속을 막을 수 없던 이유,

고인의 뜻과 상관없이, 법에서 정한 상속인들이 정해진 비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민법의 '유류분제도' 때문입니다.

1977년도에 만들어졌는데, 고인의 부모와 배우자, 형제자매등을 유류분을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파렴치한 부모, 가족들에게는 상속받을 권리를 주면 안 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2020년 구씨의 친오빠는 국회에 법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구호인/고 구하라 씨 오빠 (2020년 5월)]
"구하라라는 이름처럼 우리 가족 같은 슬픈 삶을 살아왔던 많은 분들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구하라법' 청원에 10만 명 넘게 동의했습니다.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상속 분쟁을 겪은 가족들은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사건을 맡은 현직 판사들이 직접 나서 "유류분 제도가 지금 현실에 맞는지, 헌법에서 보호하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건 아닌지 판단해달라"고 헌재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 합헌 판단을 내렸던 헌재는 지난해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합헌이다, 아니다 의견은 갈렸지만 가족의 의무를 저버린 사람도 상속받는 부작용을 막아야한다는 주장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강인철/청구인 측 대리인 (2023년 5월)]
"시대상이 변화됐기 때문에 (유류분제의) 목적도 좀 달라져야죠."

[서종희/연세대 로스쿨 교수 (2023년 5월)]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실질적으로 지금 문제를 제기했던 구체적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간접적인 개정이나…"

헌재는 어제(25일) "가족의 의미와 형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현행 유류분 제도의 일부 규정은 헌법에 맞지 않는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은애/ 헌법재판관]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또 형제 자매에게도 상속을 강제하는 제도는 위헌 결정으로 즉시 효력을 잃었습니다.

이제 국회의 시간입니다.

국회는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는 경우와 더 받을 수 있는 경우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관련 법 조항의 효력이 즉시 사라져 상속사건들에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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