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역’은 윤 대통령에게 공(公)을 주문하고 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2024. 4. 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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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점치는 책이 아니라 상황을 진단하는 책이다.

주역의 서괘전은 매우 중요하다.

서괘전(序卦傳)이란 괘의 순서를 말한다.

대체로 일이란 서괘전의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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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주역'은 점치는 책이 아니라 상황을 진단하는 책이다. 주역의 서괘전은 매우 중요하다. 서괘전(序卦傳)이란 괘의 순서를 말한다. 대체로 일이란 서괘전의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주역'에서 천(天)은 임금, 지(地)는 신하다. 천지개벽은 따라서 처음으로 나라 혹은 공적 조직이 탄생했다는 말이지 천지창조와는 무관하다.

이렇게 건괘(乾卦)와 곤괘(坤卦)가 만나 처음 조직이 탄생한 것이 준 혹은 둔괘(屯卦)이다. 둔(屯)이란 막 풀이 땅을 뚫고 나온 모양이라 모든 것이 부족하다. 그다음은 몽괘(蒙卦)인데 역시 아직 어리고 지혜가 부족한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먹을 것이 조금씩 생겨나면 수괘(需卦)가 되고 나라 혹은 조직은 조금씩 커진다. 그렇게 되면 다툼이 일어나니 수괘 다음은 송괘(訟卦)다. 이어 큰 무리를 짓는 사괘(師卦)가 나오고 편 가름이 생겨나는 비괘(比卦)로 이어진다. 이어 조금씩 임금을 저지하는 소축괘(小畜卦)가 나오고 이어 일의 이치, 즉 예(禮)가 잘 행해지는 이괘(履卦)를 지나면 마침내 태평성대를 뜻하는 태괘(泰卦)에 이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홍철호 신임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금이 신하 아래 있어야 세상이 태평해

태괘의 모양은 아래에 임금을 뜻하는 효 3개의 건괘(乾卦 )가 오고 위에 신하를 뜻하는 곤괘(坤卦 )가 온다. 원래 위치로 보면 위에 건괘가 있어야 하고 아래에 곤괘가 있어야 하지만 태평이란 임금이 자기를 신하보다 낮추는 겸손함이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는 작용 차원에서 태괘는 이런 모양이 된다 .

반면에 임금이 자기 자리만 내세워 윗자리를 고집하면 태괘의 위아래가 뒤집힌 이런 모양이 된다 . 이를 비괘(否卦)라고 하는데 이때 비(否)란 아니라는 뜻의 부로 읽어서는 안 되고 모든 것이 막혀버렸다는 비색(否塞)을 뜻한다.

둔괘부터 보더라도 태평에 이르려면 9개의 상황을 잘 거쳐와야 어렵사리 태평에 이른다. 그런데 태괘 바로 다음이 비괘다. 즉 태평을 이루기는 어렵지만 모든 것이 막혀버리는 비괘는 태괘 바로 다음에 있다. 태평에서 패망은 한순간이라는 뜻이다. 그 까닭은 다름 아니라 임금이 자기를 낮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임금인데'라며 제일 높은 자리만 고집했기 때문이다.

조선의 임금과 신하들은 통치술 차원에서 '주역'을 이해했다. 《성종실록(成宗實錄)》 1477년(성종 8년) 12월 25일 기사다. 뛰어난 학자이기도 했던 동지사 이승소(李承召·1422~1484)는 성종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개 치세(治世)를 이룬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둔괘(屯卦)·몽괘(夢卦)·송괘(訟卦)·비괘(比卦)·소축괘(小畜卦)를 말한 뒤에 태괘(泰卦)에 이르렀고, 난세(亂世)를 이루기는 쉽기 때문에 곧바로 비괘(否卦)로써 연계했으니 성인(聖人)께서 괘를 만든 뜻이 깊습니다. 이는 임금으로 하여금 수성(守成)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하고자 함입니다."

이번 총선 결과를 이보다 명쾌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이론적 틀은 찾기 힘들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비괘 다음에 이어지는 동인괘(同人卦) 첫 번째와 두 번째 효에 그 실마리가 있다 .

맨 아래 양효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를 문밖에서 하니 허물이 없다"고 했고, 바로 위의 음효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를 집안사람들과 하니 안타깝다"고 했다. 문밖이란 공(公)이고 집안사람이란 사(私)이다. 이 점을 놓친 채 야당과 대화를 한다고 해서 이 어려움을 풀 수는 없음을 '주역'은 한눈에 보여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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