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인생은 돌파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2024. 4. 26. 16: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모든 이의 삶에는 비가 내리기 마련이다." '라이프 이즈 하드'(민음사 펴냄)에서 키어런 세티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철학과 교수는 말한다.

패배가 있기에 불평등을 옹호하고 성취와 능력으로 인간을 재단하는 이념과 맞서 싸울 수 있으며,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불공정 덕분에 우리는 만연한 삶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분노의 가치를 배우며, 정의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의 삶에는 비가 내리기 마련이다." '라이프 이즈 하드'(민음사 펴냄)에서 키어런 세티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철학과 교수는 말한다. 인생에 찾아드는 세차고 사나운 재난들은 우리를 고통과 고뇌에 빠뜨린다. 굴곡 없는 인생은 없고, 고난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산다는 것은 처리하기 곤란하고 해결하기 어려우며 건너기 힘든 시련들을 계속해서 마주치는 일이나 다름없다.

아무도 질병과 노화, 소외와 외로움, 상실과 죽음, 패배와 실패 등을 피하지 못한다. 인생 행로 곳곳에는 웅덩이가 파여 있고, 우리 자신은 결함으로 가득하다. 세티야에 따르면, 좋은 삶이란 억지 긍정이나 헛된 희망으로 자신을 속이기보다 비바람 치는 현실, 즉 질병, 외로움, 상실, 실패, 불공정, 부조리 같은 고통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인생이란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지 부정하거나 희망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은 해가 뜬다'라고, '쨍하고 해 뜰 날이 돌아온다'라고 외쳐봐야, '궂은 비 내리는 오늘'은 사라지지 않는다. 삶의 험악함을 받아들일 때, 피할 수 없는 재난의 해악을 줄이고 삶을 더 의미 있는 쪽으로 한 칸 한 칸 밀어 갈 수 있다. 고난의 존재가 우리에게 지혜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질병이 있기에 우리는 위안과 연민의 힘을 깨달을 수 있고, 외로움이 있기에 사랑과 우정의 가치를 배울 수 있으며, 상실이 있기에 애도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다. 패배가 있기에 불평등을 옹호하고 성취와 능력으로 인간을 재단하는 이념과 맞서 싸울 수 있으며,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불공정 덕분에 우리는 만연한 삶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분노의 가치를 배우며, 정의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

장애나 질병이 완전히 없어지길 바라거나, 외로움이나 상실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어리석다. 불공정이나 부정의가 사라지거나, 부조리나 절망이 소멸하는 세상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테다. 기후 재앙에 대한 지지부진한 대응에서 보듯 인류의 미래는 한 해 한 해 어두워져 갈 뿐이다. 그러나 막연히 잘되기를 기대해봐야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 참담한 현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역량의 한계를 고려하면서 어떤 의미를 불어넣을지, 무슨 희망을 써 넣을지 정할 수 있다. 고통과 함께 번영할 가능성, 거짓의 범람 속에서 진실을 찾을 가능성, 울화통 터지는 현실에 정의를 새겨 넣을 가능성을 떠올리고, 갈지자로 비틀대면서 이를 하나씩 삶으로 바꾸어 갈 수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말처럼, 인생은 "돌파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길은 없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