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OINT] 벤투 시절이 전성기 '시작'인 줄 알았습니다...제자리걸음 아닌 뒷걸음질 친 한국 축구

[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꽃이 지고서야 봄인 줄 알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한국 축구의 전성기가 다시 시작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을 1년 6개월이 흘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국가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와 2-2로 비겼고 승부차기 혈전 끝 패하면서 올림픽 10회 연속 진출이 좌절됐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한국은 전력상 인도네시아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축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황선홍 감독과 비교해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준비해서 나온 신태용 감독은 120분 내내 경기를 주도했고, 한국에게 계속해서 위협을 가했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대회 탈락과 함께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까지 좌절됐다. 이번 대회는 1~3위까지 다가오는 파리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획득하고, 4위는 아프리카축구연맹 네이션스컵 4위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8강에서 짐을 싸게 됐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계속해서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 아직도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은 한국 역사상 최고의 월드컵 명경기로 회자되고 있다. 벤투 감독은 4년 동안 자신만의 축구 철학 속에서 꾸준한 준비를 했고, 그 결과 우루과이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비긴 게 아쉬울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벤투 감독과 결별 이후 스스로 멸망 속으로 향했다. 모든 결과의 원인으로 지목 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정몽규 회장이다. 정회장은 지난해 3월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이라는 충격적이고도 부끄러운 일을 자행했다. 여론을 의식해 사흘 만에 전면 철회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회장은 적극 개입해 무능력한 감독을 대표팀 자리에 앉혔다. 인사 프로세스가 전혀 가동되지 못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 지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졸전 끝에 0-2로 패했다. 결국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들끓는 여론 속 마지못해 경질했다. 곧바로 차기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과 결별한 한국은 곧바로 맞이할 3월 A매치 2연전을 맡을 감독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다시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황선홍 감독을 태국과의 2연전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황선홍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떠나서 시기적으로 맞지 않은 선택을 KFA가 스스로 자행한 셈이다. 황선홍 감독은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다가올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

겸직은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태국과의 2연전 기간, 올림픽 대표팀도 일정이 있었다. 결국 올림픽 대표팀은 대회를 한 달 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감독 없이 최종 모의고사를 치렀다. 한동안 팀을 떠났던 황선홍 감독은 복귀 이후 짧은 시간 대회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벤투 감독 시절, 한국 축구의 전성기가 다시 찾아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월드컵 이후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제자리 걸음도 아닌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 이 기간,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축구는 성장에 발전을 거듭 중이다. 한국 축구가 계속해서 이러한 행보를 걷는다면,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가 아닌,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를 맞이하는 날이 머지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