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 차이?' 류현진 반박한 KBO, 의문 완벽히 해소되진 않았다…"첫날과 둘째 날이 확 다르다니까"

김민경 기자 2024. 4. 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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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은 24일 수원 kt 위즈전 투구를 마친 뒤 ABS(자동볼판정시스템)의 일관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곽혜미 기자
▲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예전에는 이 구장은 이런데, 다른 구장은 이렇다 였다면, 그날은 첫날과 둘째 날이 확 다르다고 했다"고 목소리를 냈던 배경을 밝혔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예전에는 이 구장은 이런데, 다른 구장은 이렇다 였다면, 그날은 첫날과 둘째 날이 확 다르다고 했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2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를 앞두고 ABS(자동볼판정시스템)를 언급했다. 에이스 류현진이 지난 24일 수원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실점(5자책점)에 그친 뒤 ABS 판정이 일관적이 않다고 주장했고, 최 감독 역시 류현진의 의견에 동의했다. 23일 kt와 시리즈 첫 경기에 문동주가 선발 등판했을 때 파악했던 스트라이크존과 류현진이 등판했을 때 스트라이크존이 미세하게 달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KBO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류현진이 문제를 제기한 ABS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최 감독은 26일 경기에 앞서 KBO의 반박과 관련해 먼저 "사실 현장에서는 선수들을 통해서 듣는다. 우리(코치진)도 직접 나가서 해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선수들을 통해서 들었을 때 이제 아무래도 지금 우리 팀 선수들이 다른 팀 선수들보다는 조금 더 팀 분위기상 예민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것들을 이제 선수들을 통해서 듣다 보면 사실 코치진도 동요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코치진이 선수들의 목소리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ABS 관련 누적 데이터가 구단에는 없기 때문이다. 관련 데이터는 KBO만 보관하고 있다. KBO가 류현진의 의견에 반박하기 위해 제시한 로우 데이터는 구단에 바로 공유하지 않는 자료다. 그랬기에 류현진과 선수들은 그때그때 ABS 태블릿에 찍히는 값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KBO는 류현진이 제기한 문제를 반박하기 위한 자료 일부를 공개했으나 23일과 24일 스트라이크존에 차이가 없었다고 단정하고 선수들의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공개된 데이터가 부족하다.

최 감독은 우완 문동주가 나섰던 23일 스트라이크존은 상대적으로 좌타자가 바깥쪽, 우타자 몸쪽에 후했다고 봤다. 좌완인 류현진은 문동주의 ABS 판정 결과를 토대로 24일 경기 계획을 짰다고 했다. 류현진은 제구가 강점인 투수로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투구를 펼친다. 스트라이크존 파악을 매우 중요시하는 이유다. 그래서 류현진은 경기마다 더그아웃에 있는 ABS 판정 결과를 전송하는 태블릿 앞에 상주하는 편이다. 예민하게 스트라이크와 볼이 갈리는 구간을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24일 경기를 치르면서 23일과 존이 미세하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류현진은 1회 좌타자인 천성호에게 바깥쪽 패스트볼 세 개를 던졌다. 높낮이만 달랐을 뿐 모두 보더라인에 걸친 공으로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공 세 개가 모두 볼 판정을 받았다. 물론 류현진이 3볼 카운트에서 천성호를 잡아내기는 했지만 한화의 게임 플랜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류현진은 보더라인 쪽으로 공을 많이 던졌지만 ABS는 잡아주지 않았다. 3회 조용호 타석에서는 류현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장면이 나왔고, 더그아웃에 ABS 존을 확인해달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존 적응에 실패한 류현진은 조금 더 가운데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kt 타자들이 이를 잘 콘택트해 인플레이타구를 만들 수 있었으며 약간의 운도 따른 타구들이 안타로 이어지고 한화 수비의 실책까지 등에 업으며 3회 3점, 4회 4점을 얻을 수 있었다. 류현진과 최 감독이 25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ABS 가 구장마다는 물론이고, 경기마다도 일관적이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KBO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추적 자료에 따르면 천성호의 공 세 개는 예전에 사람이 봤다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고 볼 수도 있었다. kt 내부에서도 “우리도 스트라이크인 줄 알았는데 볼로 판정이 되더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트랙맨은 레이더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을 추적한다. ABS 시스템이 활용하는 PTS 시스템은 실측이 아니기에 조금 더 정확한 데이터로 볼 수 있다.

▲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과 포수 이재원 배터리가 23일과 24일 ABS 판정이 미세하게 달라졌다고 판단해 논의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더그아웃에 ABS 판정을 확인하는 한화 이글스 류현진 ⓒ곽혜미 기자

다만 판단이 애매한 것이 스트라이크존 중단과 마지막 부분을 공이 모두 통과해야 한다. 현재까지 분석된 트랙맨의 자료는 마지막 로케이션만 나온다. 그리고 어쨌든 일관성 있게 세 개의 공을 모두 잡아주지 않았다. 23일 문동주의 공과 24일 류현진의 공을 완벽한 비교 선상에 분석할 만한 로케이션은 없었다. 단지 문동주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줬던 코스에서 살짝 더 빠진 류현진의 공이 볼 판정을 받았던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좌완과 우완의 궤적 차이도 있기에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경기마다 존이 조금 달랐다는 의혹이 나오지만 적어도 해당 경기 내에서의 존은 양쪽 모두에게 일관적이기는 했다.

KBO는 베테랑 류현진이 이례적으로 ABS 관련 불만 토로하자 곧장 반박 자료를 내보냈다. KBO는“한화 류현진 선수의 24일 수원 kt전 특정 투구 및 23일 한화 문동주 선수의 수원 kt전 특정 투구에 대한 ABS 판정 데이터에 대한 문의가 많다”면서 자료를 공개했다.

KBO는 “류현진 선수가 등판한 해당 경기 3회말 kt 조용호 선수의 타석 3구째는 ABS 중간 존 하단을 0.15cm위로 통과했으나 ABS 끝면 존 하단을 0.78cm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서 볼 판정을 받았다”고 구체적인 예를 설명했다.

이어 “또한 23일 문동주 선수가 투구한 4회말 kt 천성호 선수 타석의 4구(스트라이크 판정), 24일 류현진 선수가 투구한 1회말 KT 천성호 선수 타석의 3구(볼 판정)는 그래픽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투구된 위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KBO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3일 경기에서 4회말 천성호를 향해 던진 문동주의 4구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좌타자 바깥쪽 코스였다. 투수 정보를 봤을 때 중간면 좌우는 22.60㎝, 중간면 상하는 71.22㎝, 끝면 상하는 69.27㎝로 스트라이크를 받았다.

반면 24일 경기에서 1회 천성호의 3구(류현진)는 중간면 좌우 29.60㎝, 중간면 상하 65.35㎝, 끝면 상하 63.10㎝로 볼이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 24일 경기에서 3회 조용호 3구는 중간면 좌우 -8.39㎝, 중간면 상하 44.30㎝, 끝면 상하 41.87㎝로 볼이었다. 이 공은 존 중간면은 0.15㎝ 위로 통과했으나 끝면이 0.78㎝ 미달돼 통과되지 않았다. 조용호와 천성호는 신장의 차이도 있어 존의 상하단이 다르다. 천성호는 상단이 3.437피트, 하단이 1.686피트인 것에 비해 조용호는 상단이 3.195피트, 하단이 1.567피트다.

류현진이 삼진을 잡고도 불만을 내비친 5회 조용호 3구는 중간면 좌우 25.59㎝, 중간면 상하 69.24㎝, 끝면 상하 67.21㎝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 24일 1회 천성호 로케이션. 류현진은 바깥쪽이 후하다는 수원 구장의 정보를 토대로 1,2,3구 모두 좌타자 바깥쪽에 공을 던졌으나 ABS는 모두 볼로 판정했고 전날과 존이 다르다는 불만이 나타났다 ⓒKBO
▲ 24일 3회말 조용호의 로케이션. 3구는 중간면은 통과했으나 끝면을 0.78cm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 볼이 선언됐다. ⓒKBO

사실 0.78㎝면 충분히 선수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차이다. 사람 심판이었다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려도 타자가 반박할 수 없는 정도의 차이라는 뜻이다. 또 KBO가 제시한 자료는 류현진이 0.78㎝ 차이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 어려웠다는 것은 증명했지만, '23일과 24일 경기의 스트라이크존이 동일하게 적용됐는가'라는 의문은 충분히 풀리지 않았다.

최 감독은 "수치와 선수들의 감이 정확하게 잘 맞아 떨어지지가 않는다. 그런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구장은 이렇게 나오지만, 다른 구장에서는 이렇다라고 해서다. 그날은 첫날과 둘째 날이 확 다르다고 하니까. 이렇게 선수들이 이야기를 하면 아무래도 의심을 하게 된다. 또 저희가 최근 연패(5연패)를 하다 보니까 선수들은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데, 그런 것(판정) 때문에 자꾸 경기가 흔들리니까. 아마 다른 팀 선수들보다 더 예민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튼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에 판정 문제로 인해서 조금 어수선했던 것은 사실이다. 투수와 포수도 그렇고, 타자들도 타자들대로 그랬다"며 현장에서도 나름 이유 있는 항변을 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 한화 이글스 류현진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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