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놀이터가 없어요”…놀이터 ‘원정’ 떠나는 어린이들

2024. 4. 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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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동네에 위치한 공용 놀이터는 대조어린이공원 한 곳 뿐인데, 이마저도 걸어서 20분 이상 걸린다.

영국은 2007년부터 '국가놀이전략(The Play Strategy)'를 시행해 균등한 놀이 기회의 제공을 강조하며, 모든 주거 지역에 어린이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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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이시설 8만2000여개 중 절반 이상 ‘아파트 단지’
아파트-주택, 도시-농촌 등 거주지 따라 놀이터 접근성 상이
놀이터 ‘원정’ 떠나는 어린이들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1.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사는 A씨는 날씨가 풀리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아이들과 ‘놀이터 원정’을 다니고 있다. A씨의 동네에 위치한 공용 놀이터는 대조어린이공원 한 곳 뿐인데, 이마저도 걸어서 20분 이상 걸린다. A씨는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하니까 날씨가 조금이라도 맑다 싶으면 자꾸 나가자고 한다”면서 “놀이터가 멀고, 놀이터까지 가는 길에도 자동차랑 오토바이가 많이 나타나 계속 멈췄다 섰다 반복하며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2. 서울 중구 중림동에 사는 B씨는 동네에 공용 놀이터가 없어 아이를 데리고 만리재로를 따라 옆 동네 청파동까지 건너간다. 중림동 내 놀이터 대부분은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해있다. B씨는 “아파트 단지 놀이터가 시설도 다양하고 깨끗해서 애들도 놀기 좋겠지만 눈칫밥 먹기 싫어서 찾지는 않는다”며 “주택가 근처에도 놀이터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아이들의 ‘놀 권리’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와 일반 주택으로 대비되는 주거지의 차이가 놀이터 접근성의 격차로 이어진 것이다. 아파트에 사는 경우 단지 내에 조성된 놀이터를 이용하면 되지만, 주택이나 빌라 등에 사는 경우에는 A씨와 B씨처럼 어린이공원을 찾아 ‘놀이터 원정’을 떠나기 일쑤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는 공용 놀이터가 한 곳에 불과하다. 이곳에 사는 A씨는 “아이들과 20분 이상 걸어야 놀이터가 나온다”며 “원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은평구 대조어린이공원. 안효정 기자.

26일 행정안전부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의 어린이 놀이시설은 총 8만2066곳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만3702곳이 각종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놀이터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있는 놀이시설은 2만1868곳이다. 반면, 어린이 공원과 같은 도시공원에 놀이시설이 설치된 곳은 1만1846곳에 불과하다. 일반 연립 주택이나 다세대·다가구주택 거주 어린이들은 놀 수 있는 공간이 충분치 못한 것이다.

도농간 놀이터 불균형은 더욱 심각하다. 건축공간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어린이 놀이시설 관련 간행물에 따르면 어린이 놀이시설은 서울특별시와 광역시에 집중 분포돼있다. 시·군·구별 어린이 놀이시설 개수를 분석한 결과, 경기 화성시가 1695개로 가장 많았으며 개소수 상위 5개 지자체 중 4곳(경기 화성·남양주·평택·부천시)이 수도권에 속해 있었다. 개소수 하위 지자체 5곳은 ▷경북 울릉군(15곳) ▷경북 군위군(25곳) ▷경북 영양군(28곳) ▷부산 중구(29곳) ▷경북 청송군(31곳) 이었다.

놀이터 양극화가 나타나는 원인은 현행법 상 놀이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곳은 150세대의 ‘아파트’ 뿐이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 매뉴얼에서 ‘150세대 이상의 주택단지를 건설할 경우 반드시 놀이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어린이공원의 경우, 250m 이하의 유치거리를 가지고 1,500㎥ 면적 이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대략적으로 명시됐을 뿐, 지자체마다 조례로 구체적인 설치 및 운영 방침을 세우고 있어 그 기준을 맞춰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놀이터의 접근성을 높여 아파트와 주택, 도시와 농어촌 등 거주지에 따라 놀이권 보장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선 세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도 강조하듯 아동에게 놀이는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며 “그러므로 ‘아이들의 광장’이기도 한 놀이터를 (아이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놀이 공간에 대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해 놀이터와 거주지의 접근거리와 관련된 법률도 두고 있다. 영국은 2007년부터 ‘국가놀이전략(The Play Strategy)’를 시행해 균등한 놀이 기회의 제공을 강조하며, 모든 주거 지역에 어린이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모두 도시관리계획 상에 놀이시설과 놀이터를 명기하도록 했으며, 16개 주 공통으로 3세대 이상의 주택을 조성하는 건축주에게 놀이터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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