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도 띄우는 리메이크 … OTT 새 흥행공식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4. 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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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낡은 방에서 수표를 위조하던 남자가 이탈리아 휴양지로 떠나 부호의 상속자로 제3의 인생을 산다.

70년째 사랑받고 있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집필한 범죄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가 가진 원작의 힘을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수작이 탄생했다.

"그는 로마에서 한 남자를 살해한 지 1년 후인 36세에 이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하는 디키는 친구의 손에 결국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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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리플리:더 시리즈' 호평
1999년 영화 '리플리'도 역주행
국내 '기생수' '자백' 인기끌자
과거 외국 원작까지 동시 주목
국가 넘나들며 리메이크 활발
'리플리 : 더 시리즈'에서 톰 리플리가 카라바조의 그림을 보는 장면. 넷플릭스

뉴욕의 낡은 방에서 수표를 위조하던 남자가 이탈리아 휴양지로 떠나 부호의 상속자로 제3의 인생을 산다. 이름도 신분도 학력도 모든 게 가짜다. 목숨을 빼앗고 이름을 훔친 사람의 여자와 돈까지 탐하는 이 악마 같은 남자의 아슬아슬한 거짓말을 보는 이들은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전설의 명작이 돌아왔다.

조각 미남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와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리플리'(1999)의 팬들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리메이크 드라마가 탄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지난 4일 공개된 8부작 드라마 '리플리: 더 시리즈'는 기존 두 영화와 완전히 다르다. 70년째 사랑받고 있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집필한 범죄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가 가진 원작의 힘을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수작이 탄생했다.

이처럼 리메이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에 든든한 흥행 공식이 됐다. 익숙한 명작들은 리메이크 흥행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IP)이 확장되면 전작도 주목받는다. 넷플릭스에서는 영화 '리플리'가 동시에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원작의 서사를 공유한 '기생수: 더 그레이'의 흥행으로 일본에서 먼저 영화화된 '기생수'도 인기를 얻은 것과 비슷한 현상인 셈이다. OTT는 국적을 넘나들며 현지 문화를 접목해 IP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작년 극장 개봉 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소지섭·김윤진 주연의 영화 '자백'도 원작인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와 쌍끌이 인기를 얻었다. 작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역시 일본 원작 영화를 다시 만든 리메이크였다.

'리플리: 더 시리즈'는 스티븐 제일리언 감독이 빛과 어둠의 대비가 강렬한 흑백으로 빚어낸 영상미가 압권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로 오스카 촬영상을 받은 촬영감독 로버트 엘스위트가 촬영한 영상은 한 컷 한 컷을 잘라내도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 해도 될 만큼 빼어나다. 여기에 리플리 역을 맡은 배우 앤드루 스콧의 섬뜩한 연기가 더해져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전작들이 매력적인 청년의 야망과 몰락을 지켜보게 하며, 능수능란한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여가는 범죄 행각의 스릴을 즐기는 대중적 재미를 줬다면, 이번 시리즈는 리플리를 단순히 부와 특권을 탐하는 청년이 아니라 죄의식 없이 살인과 기만을 이어가는 순수한 악당이자, 탐미주의자로 그려냈다. 오스카 와일드가 극본을 쓰고 알프레드 히치콕이 완성한 영상처럼 보일 정도다.

바로크 거장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극중에서 예술가를 꿈꾸는 디키(조니 플린)는 리플리를 카라바조가 걸린 나폴리의 교회로 데려간다. 카라바조의 걸작 '7가지 자비의 행위'(1607)를 마주한 리플리는 '스탕달 신드롬'이라도 걸린 듯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는 로마에서 한 남자를 살해한 지 1년 후인 36세에 이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하는 디키는 친구의 손에 결국 죽게 된다.

로마로 도망쳐 와 디키 행세를 하는 리플리는 성 마태오의 이야기를 그린 카라바조 작품 3점이 걸린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를 방문한다. 살인을 저지른 뒤 빛과 어둠의 화가와 자신을 동일시한 셈이다. 이곳에서 리플리가 마주하는 대작 '마태오의 순교'(1599~1600)는 칼을 휘두르는 암살자와 마주한 쓰러진 마태오를 묘사한 그림이다. 미술전문지 아트넷 뉴스는 시리즈 속 명작을 분석하며 "비록 그는 예술가가 아님에도 이 드라마는 리플리가 교활하고 기만적이며 잔인한 예술을 완성한 것처럼 묘사한다"고 해석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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