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에서만 운동해라" 제주시배드민턴협회 동호회 가입 '조건부 승인 논란'

제주방송 정용기 2024. 4. 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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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동호회 사용 시간 겹치는 등 이유로 조건부
"사용 중인 사설체육관만 이용 조건으로 승인"
"기존 동호회 코트 이용 시간, 공간 존중해줘야"
"협회 대의원들도 여러 사정 감안해 결정 내려"
지난 23일 오전 제주시 제주복합체육관 배드민턴 코트가 평일 오전 인데도 꽉 찬 모습


“공공체육관에서 '동호회(클럽) 자격'으로 운동하고 싶은 것뿐이거든요. 그런데 배드민턴협회에선 사설체육관에서만 운동하는 조건으로 동호회 가입을 허락해 주겠답니다. 이게 무슨 횡포인가요? 이게 공공체육관 맞습니까?”

지난 23일 오전 공공체육관인 제주시 제주복합체육관 2층. 땀 흘리며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12개 코트 대부분이 찼습니다. 평일 오전인데도 운동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대부분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입니다.

그런데 이곳 복합체육관에선 동호회라고 다 같은 동호회가 아닙니다. 제주시배드민턴협회에 가입돼 있어야 월 단위로 특정 시간대 코트를 독점 예약해서 사용 가능하고, 일 단위 2시간 사용료는 80% 감면돼 1인당 400원입니다.

제주시배드민턴협회에 가입된 동호회가 아닌 일반 이용객은 동호회 전용 코트를 월 단위로 예약할 수 없고, 2시간 사용료로 2,000원 내야합니다. 이처럼 협회에 동호회로 가입돼 있으면 운동하기 수월합니다.

그래서 A 동호회도 제주시배드민턴협회에 가입하려고 했습니다.

지난 1월 A 동호회에 대해 내려진 제주시배드민턴협회 조건부 가입 승인 문서


■ “사설체육관에서만 운동하면 가입 허락하겠다” 논란

지난 1월말 제주시배드민턴협회 가맹 동호회 회장들로 구성된 대의원 총회에서 결정된 A 동호회 가입 승인 문건. 자세히 보면 조건이 있습니다. A 동호회가 가입 신청서에 써낸 도내 모 사설체육관에서만 활동하는 조건으로 승인한다고 돼 있습니다.

A 동호회는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가입 승인을 논하는 대의원 총회 전까지 운동할 장소로 사설체육관을 썼을 뿐이지, 제주시배드민턴협회에 가입하려한 가장 큰 이유가 복합체육관에서 동호회 자격으로 운동하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복합체육관에서 운동하려고 가입 신청을 했는데, 사설로 가라는 결정을 내리니 너무 부당하다. 공공시설인 복합체육관 이용을 이렇게 제한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A 동호회 회원들은 성토했습니다.

A 동호회가 가입 신청서에 운동 장소로 기재한 도내 한 사설체육관 이용료는 2시간에 6,000원입니다. 2시간에 400원인 제주시배드민턴협회 가입 동호회 이용료와 15배 차이 납니다. 가입 조건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제주시배드민턴협회에 이미 가입된 클럽과 같은 장소, 요일, 시간에 운동하면 가입 승인을 철회하겠다는 조건도 달렸습니다. 다시 말해 A 동호회는 제주시배드민턴협회에 가입된 다른 동호회와 같이 운동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동호회가 월 단위로 전용 계약할 수 있는 배드민턴 코트가 있는 제주시 제주복합체육관 (사진, 제주자치도체육회)


■ 배드민턴 코트 쟁탈전.. “기존 운동 공간, 시간 보장해줘야”

왜 A 동호회 회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가입 조건이 달린 걸까. 확인 결과 A 동호회가 복합체육관에서 운동하려던 시간에 동호회 전용 코트를 월 단위로 예약해 쓰고 있는 B 동호회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B 동호회가 운동하는 시간에 A 동호회까지 들어오게 되면 코트는 한정돼 있고 사람은 많아져 운동하기가 어려워 질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B 동호회는 대의원 총회에서 A 동호회 가입에 이의를 낸 걸로 파악됐습니다.

B 동호회 회원은 “A 동호회가 오면 동호회 활동, 운동 등 운영 전반이 모두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특정 코트에서 이미 운동하고 있는 동호회가 있다면 그걸 존중해 주는 게 동호인들 사이에선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을 제주시배드민턴협회에서도 알고 있다. 코트 사용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문제점 등까지 감안해 A 동호회에 대한 조건부 가입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복합체육관 2층 배드민턴 코트는 총 12개입니다. 이 중 B 동호회가 평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월 단위로 동호회 전용 코트 5~6개를 예약해 쓰고 있습니다. 동호회 전용 코트 월 단위 예약 금액은 개당 10만 원입니다. 2시간에 400원인 이용료보다 비싼 돈을 주고 월 단위로 10만 원에 예약하는 건 고정된 코트에서 편하게 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다르긴 하지만 일반 이용객이 이용 가능한 코트는 보통 3~4개입니다. 나머지 3개 코트 정도는 제주자치도 직장운동부 소속 선수들이 훈련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배드민턴협회 결정, 어쩔 수 없다"는 체육회

이와 관련해 제주시배드민턴협회 사무국은 어쩔 수 없단 입장입니다. 사무국은 “(조건부 가입 승인은) 협회에 가입된 동호회 대의원들이 총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생활체육을 부흥하는 취지도 부합하고 동호회 간 화합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드민턴 코트 예약은 관련 조례, 규정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어서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 제주자치도체육회도 마찬가지입니다.

A 동호회는 “신생 클럽, 동호회는 복합체육관에서 운동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제주시배드민턴협회의 조건부 가입 승인에 반발했고, 끝내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복합체육관 내 일반 코트를 예약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B 동호회와 불편한 관계도 여전합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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