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용기 … 그들은 썼고 우리는 읽었다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4. 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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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작가들은 복종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와 독자에게 자유를 선물하고자 했다."

저자는 책에서 책으로, 금서나 금서 작가에 관한 단서를 따라 서점과 도서관을 여행했다.

그중 30권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엮어 독자를 작가의 시절, 책 속의 세계로 인도한다.

옌롄커 작가는 "중국 상황과 현실 세계를 고려하면 금서 없는 소설가가 오히려 비정상 아닌가"라며 "문학에 특별한 사명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문학은 인간 정신의 언어 표현일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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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 막론하고 논쟁 불러
"세상에 복종하지 않음으로써
독자에 자유를 선물하고자 해"
이문열·마광수 韓작가 작품도
나쁜 책 김유태 지음,글항아리 펴냄, 1만9800원 안전하지 않다고 분류된 책들

"금서의 작가들은 복종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와 독자에게 자유를 선물하고자 했다."

동서고금 '나쁜 책'은 존재해왔다. 신권 정치나 냉전시대의 유물만이 아니라 지금도 어느 사회에나 '안전하지 않다'고 분류되는 논쟁적인 책 말이다. 그런 책들을 현대의 시점에서 다룬 연재물 '금서기행, 나쁜 책'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매일경제 기자이자 등단 시인인 저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온라인에서 꾸준히 쓴 글에 새로운 글 3편을 더했다. 저자는 "금서는 세상이 온통 뿌연 때에 뜻밖의 색조를 띠며 세상의 불온함을 고발하는 초월적 문장의 합"이라면서 "금서의 작가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힘썼던 초극적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책으로, 금서나 금서 작가에 관한 단서를 따라 서점과 도서관을 여행했다. 그중 30권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엮어 독자를 작가의 시절, 책 속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야말로 '금서기행'이다. 이를 통해 각 책과 작가들에게 '마땅히 허용되어야 옳았을 걸작으로서의 지위'를 복권한다. 그중에 최근 박찬욱 감독이 드라마화한 '동조자'의 원작 작가인 응우옌비엣타인, 2022년 벨라루스에서 금서로 지정된 '1984'의 조지 오웰, 2006년 이란 정부가 출판권을 몰수한 '눈먼 부엉이'의 사데크 헤다야트 등이 있다. 한국 작품은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와 마광수의 '운명' 등 두 편을 다뤘다. 국내에 번역 출간되진 않았지만 세계 문학계에서 논쟁적인 '모든 강'의 도리트 라비니안, '라자'의 타슬리마 나스린의 이야기도 들여다본다. 금서의 '현재성'을 기준으로 한국 독자에게 낯설거나 유의미할 법 한 책을 골랐다고 저자는 밝힌다.

중국 내 가장 논쟁적인 작가이자 현존 세계 최다수 금서 보유 작가(증국 내에서 최소 8권)인 옌롄커의 작품 중엔 '딩씨 마을의 꿈'이 본문에 소개됐다. 국가 사업으로 피를 사고팔았던 '매혈'로 인해 벌어진 허난성 집단 에이즈 감염 사태를 문학적으로 고발한 작품이다. 옌롄커를 비롯한 생존 작가 6인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옌롄커 작가는 "중국 상황과 현실 세계를 고려하면 금서 없는 소설가가 오히려 비정상 아닌가"라며 "문학에 특별한 사명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문학은 인간 정신의 언어 표현일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기자이자 시인인 저자의 문장은 힘 있고 고유하다. 특히 서문은 본격적인 금서 얘기를 하기 전부터 벌써 독자를 압도한다. 손때 묻은 도서관 장서와 책에 대한 애정, 출판 담당 기자로서 일주일에 100여 권의 신간을 맞닥뜨리는 애환부터 우리가 지금 '금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써 내려갔다. 그가 일상에서 책과 함께하며 뽑아낸 통찰은 놀랍도록 명확하고 단순하다. "독자를 충격하지 못하면 그 책은 인쇄와 동시에 이미 죽은 책"이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추천사를 통해 "성실한 본문을 압도하는 서문의, 저 이글거리는 문장의 결기를 보라"며 "김유태는 나쁜 책이 좋은 책이라고 적었다. 이 책은 나쁘기 짝이 없는 역작"이라고 극찬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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