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만난 시진핑 “美·中은 적수 아닌 파트너”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4. 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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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왕이와 5시간 ‘美中 경쟁의 룰’ 논의
4월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미국의 전방위 대(對)중국 압박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블링컨의 방중은 10개월 만이다. 다음 달 독립 성향 라이칭더의 대만 총통(대통령 격) 취임과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방문이 이뤄졌다. 기술·안보·인권 등 전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멈출 수 없는 대립 구도로 악화하는 가운데 이뤄진 회동은 과도한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경쟁의 ‘룰(규칙)’을 상의하는 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블링컨과 회담하면서 “중국과 미국은 적수가 아니라 파트너(동반자)가 되어야 하고, 서로가 성취하도록 도와야지 서로를 해쳐선 안 된다”면서 “중·미 양측의 대화 강화, 이견 관리, 협력 추진은 양국 국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바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신감 넘치고 개방적이며 번영하고 발전하는 미국을 보고 싶고, 미국도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길 바란다”면서 “이 첫 단추를 채워야 중·미 관계가 비로소 진정으로 안정되고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장관과 양국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회담장 구조는 시진핑이 상석에서 블링컨과 거리를 두고 앉은 형태로 배치됐다. 여러 분야에서 양국 갈등이 첨예하게 고조되고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진핑은 “중국과 미국의 대화 강화, 이견 관리, 협력 추진은 두 나라 국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바람”이라고 했다./AFP 연합뉴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도 이날 블링컨과 만나 다섯 시간 동안 양국 이견 조율에 나섰다. 왕이는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중·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정적 요인이 쌓이고 있다”면서 “중국의 정당한 발전 권리가 부당하게 억압되고 핵심 이익이 지속적으로 도전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윈윈(win-win·양국 모두 이득)할지, 대립하거나 충돌해 모두가 패자가 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블링컨은 “오해와 오판을 피하려면 이견이 있는 부분을 최대한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면 외교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며 직접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블링컨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의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시진핑·왕이와의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북한이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에 관여하도록 압박해줄 것을 중국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도 강조했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이날 회담은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미국은 중국의 대(對)러시아 군사 지원 중단과 불공정 경제·무역 관행 해소를, 중국은 미국의 경제 압박 완화와 대만 문제 개입 최소화를 집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알프레드 우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대만 문제에 관한 ‘레드라인(한계선)’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라며 “미·중은 다음 달 20일 라이칭더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19일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미·중 갈등과 대만 문제 등을 논의했다./AFP 연합뉴스

홍콩 싱다오일보는 블링컨의 회담 의제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중 준비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입장에선 내년 1월 첫 임기 4년이 마무리되는 바이든이 방중할지가 큰 관심사다. 바이든과 시진핑이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담하는 등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바이든이 대통령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한 적은 없다. 블링컨은 이날 시진핑을 만난 뒤 취재진에게 “두 나라는 인공지능(AI)과 관련한 첫 공식 회담을 몇 주 내에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링컨의 이번 방중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성사돼 주목받았다. 바이든은 지난 24일 중국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과,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포함한 대외 안보 패키지 법안에 서명했다. 25일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 통신사의 미국 내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금지했다. 앞서 미국이 러시아의 무역 거래를 지원하는 중국의 일부 은행을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하는 제재 초안을 작성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미 국무부는 연례 인권 보고서에서 중국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족 탄압을 비판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방문이긴 하지만, 블링컨이 수도 베이징보다 ‘경제 수도’ 상하이를 먼저 찾은 데 대해선 미·중 협력 강화와 교류 확대를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오후 상하이에 도착한 블링컨은 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황푸강을 산책했다. 이튿날에는 중국의 고속 발전을 상징하는 상하이 와이탄을 방문했고,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일인자)를 만나 “미국과 중국은 이견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며 “그것이 양국 국민과 세계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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