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일주일간 1조 증발한 '하이브'

진영기 2024. 4. 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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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에 투심까지 날렸다
일주일간 1조 증발한 하이브
'어도어 사태'에 하이브 이번주 12.58% '하락'
뉴진스 컴백·BTS 진 전역 앞두고 좋았던 분위기에 찬물
개인 투자자 "방 의장 사과하라" 성토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뉴스1


하이브와 어도어의 싸움에 투자자들의 등이 터지고 있다. 양측의 폭로전이 이어지며 이번 주에만 하이브 시가총액은 1조원 이상 증발했다. YG엔터테인먼트(시총 7850억원) 이상의 가치가 사라진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집안싸움'을 어쩌다 이 지경까지 키웠냐며 성토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22~26일) 하이브 주가는 2만9000원(12.58%) 급락했다. 지난 19일 9조6008억원이었던 시가총액도 8조39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일주일 사이 1조2079억원이 사라졌다. 하이브와 함께 4대 엔터사로 꼽히는 YG엔터의 시총이 8000억원을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결과다.

이번 주 5거래일 내내 개인은 하이브를 순매수했다. 총 1917억원을 사들였는데, 개인 순매수 1위 삼성전자(6958억원) 다음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반면 '큰손' 외국인과 기관은 하이브 주식을 덜어내고 있다. 외국인은 154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1위다. 기관은 367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2분기부터 르세라핌을 제외한 하이브의 모든 아티스트가 컴백울 앞뒀기 때문이다. 6월부터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순차적으로 전역할 예정이었다. BTS의 맏형 진(본명 김석진)은 6월 12일 전역 예정이다. 제이홉(본명 정호석)도 10월 전역을 앞두고 있다. 뉴진스 역시 컴백을 예고한 상태였다.

하이브 일주일(22~26일) 주가 흐름./사진=네이버증권 캡처


기대감이 커지던 중 '감사권 발동'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지난 22일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다.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 경영진이 하이브로부터 독립하려 한다고 판단해 증거 수집에 나섰다. 아울러 하이브 감사팀 소속 인력은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소식에 하이브는 전 거래일 대비 7.81% 하락하며 21만2500원에 마감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주가는 23만8500원까지 올랐지만, 매물이 쏟아지며 흘러내렸다.

이후 증권가에선 '어도어 사태'로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최악의 경우 하이브가 뉴진스를 잃게 되더라도 이미 실적 기여도만큼 주가가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어도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03억원, 335억원으로 하이브 연결 실적의 5%, 1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난 24일과 25일 양일간 하이브 주가는 소폭 올랐다.

그 사이 하이브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민 대표 측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가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 등을 경영권 탈취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민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 대표는 반말, 비속어까지 쏟아내며 "내부 고발했더니 하이브가 감사로 대응했다"며 "하이브가 날 배신했다"고 말했다.

방시혁 민희진 / 사진=하이브


양측간 갈등이 폭로전으로 이어지자 하이브 주가는 또 급락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뉴진스는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았기에 하이브를 떠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어도어 외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확률도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 대표의 기자회견 후 투자심리가 훼손되며 주가가 하락했지만, 실적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주가 하락은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손실을 보게 된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모여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한 주주는 "방시혁 의장은 주주 앞에서 사과하라"며 "민 대표의 회사 탈취 여부를 떠나 현 사태, 주가 하락에 대해 사죄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주주들 피 말리지 말고 빨리 수습하라'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악재가 불거지기 전 하이브 직원이 주식을 미리 처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5월 하이브 직원 3명은 BTS 단체활동 잠정 중단이라는 악재가 공개되기 전 주식을 매도해 2억원대에 달하는 손실을 회피했다 덜미를 잡혔다.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18일과 19일 개인 투자자는 하이브 주식을 순매도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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