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서버’ 속 녹음파일로 별건 수사… 大法 “위법”

방극렬 기자 2024. 4. 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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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판례 정립 후 별건 수사 안 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연합뉴스

검찰이 범죄 수사를 위해 압수했던 녹음 파일 등을 대검찰청 서버에 보관하다가 이를 원래 수사 대상이 아닌 별건(別件) 수사에 사용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찰은 “현재는 서버에 저장된 정보로 별건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16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이 같은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 수사 서기관인 A씨는 2018년 5월 원주시 공무원 B씨로부터 “시장 관련 수사를 지연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사건에 관여해 수사를 미뤘고, B씨에게 구속영장 청구 계획 등을 알려줬다. 검찰은 A씨를 2019년 4월 기소했다.

문제는 검찰이 당초 B씨의 다른 비리 사건을 수사하다가 A씨 혐의의 단서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2018년 12월 B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내부 파일을 대검찰청 디지털 증거 관리 서버 ‘디넷’에 등록했다. 여기에서 두 사람이 청탁과 관련해 통화한 녹음 파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고도 절차대로 압수‧확보하지 않고 3개월간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기소 3주 전에야 디넷 서버 속 자료를 압수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영장주의 취지를 회피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거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B씨 휴대전화를 압수한 이후 (원래 사건과) 무관한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며 수사한 것은 위법하다”며 “추가 영장을 발부받아 대검 서버를 압수한 것도 당연히 삭제‧폐기됐어야 할 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씨 휴대전화에서 나온 자료들과 이를 토대로 수집된 증거들은 모두 위법 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압수한 전자정보에서 새로운 혐의를 발견했는데도 추가 영장 등 절차를 밟지 않고 이를 보관하며 별건 수사하는 것은 영장주의 위반이라는 판단”이라며 “압수 수색 요건의 적법성을 엄격하게 요구한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검 관계자는 “현재 서버에 보관하는 정보는 재판에서 증거 능력을 다툴 때만 사용한다”며 “서버에 저장한 이후에는 별건 수사 등을 목적으로 접근할 수 없게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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