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압수수색 정보 검찰 서버 보관 후 별건 수사 재활용 위법"

양윤우 기자 2024. 4. 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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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대검찰청 서버(디넷)에 보관한 뒤 별건 수사에 재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춘천지검 원주지청 사무과장인 A씨는 2018년 5월 강원 원주시의 한 식당에서 원주지청 국장급 간부 B씨로부터 "6월에 있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현 시장의 재선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니 선거 전까지 측근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수사를 지연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A씨는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인 수사과장 C씨에게 사건 진행을 선거 뒤로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C씨는 사건 진행 과정에서 수사지휘건의서에 회신하지 않거나 구속영장 신청서 결재를 늦추는 등의 방법으로 선거일 전 수사를 막았다.

A씨는 2018년 6월 B씨에게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알려주고, 같은 해 8월에는 "친형이 고소한 사건을 잘 살펴봐 달라"는 부탁을 B씨로부터 받은 뒤 검사 수사지휘서 내용을 알려줬다.

A씨는 이같은 일로 기소돼 1심과 2심 모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통화 녹음파일과 그 녹취 내용은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검찰이 기존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해둔 정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한 점이 문제가 됐다.

검찰은 B씨의 국토계획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B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전자정보를 디지털 증거분석 해 이미지 처리한 파일을 디넷에 저장했다. 이 파일을 분석하던 중 우연히 A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 일정 내역표, 문자메시지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를 폐기하지 않고 3개월가량 디넷에 보관한 채 보관한 채 B씨의 공무상 비밀누설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2차 증거까지 수집하는 등 '별건 수사'를 진행했다. 디넷에 저장된 파일을 압수한 것은 수사가 꽤 진척된 뒤였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유관 정보를 선별해 압수한 후에도 무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다면,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 해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복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하더라도, 이는 압수수색 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당연히 삭제·폐기됐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영장주의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로 그 압수 절차 위반 행위가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법정 진술 등의 증거들 역시 위법수집증거에 터 잡아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해당 판결에 대해 대검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2022년 판결을 재확인한 사건"이라며 "현재는 확립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서버에 보관된 전자정보 이미지는 '증거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한 경우 외에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A씨 사건에 대해선 "당시 수사팀이 대검 서버에 저장된 이미지를 재탐색해서 제2 범죄 혐의를 찾은 것이 아니다"며 "한 범죄 혐의와 관련한 전자정보를 탐색하다 다른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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