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라임 수사 맥 끊는 경찰

김민소 기자 2024. 4. 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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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팀장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현직 수사팀장인 권모씨는 '(그가 속해있는 팀의) 옆 팀 사건 수사를 잘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이엠네트웍스라는 회사 회장인 홍모씨로부터 3200만원가량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렇듯 검찰이 라임 펀드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이엠네트워크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드러난 경찰의 뇌물 수수 혐의는 그야말로 수사의 맥을 딱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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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팀장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현직 수사팀장인 권모씨는 ‘(그가 속해있는 팀의) 옆 팀 사건 수사를 잘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이엠네트웍스라는 회사 회장인 홍모씨로부터 3200만원가량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이엠네트웍스는 피해 규모가 1조6000억원대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 이인광씨가 실소유한 회사다. 이인광 에스모 회장은 라임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이엠네트웍스(당시 에스모머터리얼즈)를 포함해 여러 회사를 인수하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올해 초 라임 전담 수사팀을 재편한 검찰은 지난달 이엠네트웍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회장 홍씨와 이인광이 공모해 횡령을 저지른 정황도 포착했다.

이렇듯 검찰이 라임 펀드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이엠네트워크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드러난 경찰의 뇌물 수수 혐의는 그야말로 수사의 맥을 딱 끊었다. 이엠네트워크에서 돈을 받은 경찰이 옆 팀의 횡령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의혹만으로도 당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경찰의 ‘뇌물 수수’ 정황은 몇 년째 라임 사태만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시 허망함을 안겼다.

과거에도 경찰은 ‘라임 사태’ 수사의 맥을 끊었다. 지난 2022년 경찰은 라임 사태 주범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횡령한 김영홍(수배 중)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친척 김모(61)씨가 한국에 입국하자 ‘김영홍이 검거될 때까지 수사를 중지한다’며 그를 놔준 바 있다. 김씨는 수년간 김영홍의 도피 생활을 도운 혐의를 받았지만, 출국금지 처분조차 내려지지 않았다. 그 덕에 김씨는 다시 김영홍의 곁으로 돌아갔다. 김영홍이 라임 투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필리핀 리조트에서 직접 카지노를 관리하고 리조트 소유 법인 지분까지 떠안으며 수족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발로 한국에 왔다 풀려난 김씨에겐 현재 뒤늦은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19일 김영홍 주변인들을 기소하면서 “김영홍과 그의 도피생활을 조력하는 친척 형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인터폴 수배를 요청하는 등 신병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력한 검거 의지를 밝혔다. 2년 전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인터폴의 힘을 빌리는 상황까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틀 전 라임 사태 관련 경찰 비리 보도가 쏟아지자, 라임 사태 한 피해자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라임 사태로) 금융권도 정치권도 못 믿게 됐는데 이젠 경찰까지 못 믿겠다”고 한탄했다. 벼랑 끝까지 내몰린 이들이 또 다시 좌절하지 않도록, 수사기관은 뇌물 관련자들을 엄벌해 주길 바란다. 경찰 역시 ‘라임 수사 맥 끊는 경찰’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적극 협조해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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