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키맨 입 열까…유재은 법무관리관 첫 소환

수사단장에 “혐의자·죄명 빼라” 요구, 기록 회수 관여한 혐의
유 관리관 “성실히 답변하겠다”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26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했다. 지난 1월 공수처가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한 지 3개월 만이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26일 오전 유 관리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수사에 외압을 가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한다.

유 관리관은 공수처가 있는 과천정부청사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그는 "오늘 성실히 답변드릴 것이며 조사기관에서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관비서관과의 통화 내용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조사기관에서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수사기록 회수 및 축소 지시를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 이 비서관이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8월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박정훈 대령(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조사보고서에서) 빼라'며 수사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유 관리관은 수사권을 가진 경찰에 예단을 줄 수 있으니 혐의를 특정하지 말고 이첩하라고 설명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대령은 유 관리관이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 범위를 축소하라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 관리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이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사건 기록 회수 사실을 사후에 보고받았다고 밝히면서 유 관리관이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수처는 이날 유 관리관이 박 대령을 상대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자료 회수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본격 피의자 소환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유 관리관에 이어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이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직무대리는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로부터 회수해온 수사 기록을 재검토해 당초 8명이던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에 다시 이첩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