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의료봉사’ 영등포 쪽방촌 슈바이처 “의사 ‘악마화’ 된 게 의료계 가장 큰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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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원은 쪽방촌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에요. 원장님과 의사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의사 집단행동 사태' 10주차에 접어들면서 일부 의대 교수들이 실제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하고 있지만,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는 지난 37년간 자리를 지키며 무료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요셉의원이 있다.
요셉의원을 찾은 다른 환자 조모(72) 씨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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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대부분 마음 따뜻한 사람”
주민들 “우리에겐 생명의 은인”
“요셉의원은 쪽방촌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에요. 원장님과 의사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의사 집단행동 사태’ 10주차에 접어들면서 일부 의대 교수들이 실제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하고 있지만,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는 지난 37년간 자리를 지키며 무료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요셉의원이 있다. 이곳 환자들은 의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연신 표했다. 지난 1987년 고 선우경식 1대 원장이 관악구 신림동에 설립한 요셉의원은 1997년 이곳으로 이전했다. 지난 37년간 약 75만 명의 환자가 거쳐 갔다. 현재도 하루 평균 70∼80명의 환자가 이곳을 찾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1시 진료가 시작되기 전 문화일보와 만난 고영초(71·사진) 원장은 1973년 의과대 학생 때부터 51년째 의료봉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지난 37년 동안 요셉의원에서 봉사를 했고 지난해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직을 퇴임한 뒤 원장으로 취임하고는 매일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셉의원은 130명의 의료진과 간호사들의 자원봉사로만 운영되고 있다. 요셉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주로 고령층으로 당뇨, 고혈압,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등을 앓는다고 한다.
고 원장의 오랜 봉사 인생에서도 후회로 남는 순간은 있다. 고 원장은 “환자를 진찰할 때는 옷을 벗기고 진찰해야 하는데 이곳을 찾는 환자들의 경우 옷에 대소변이 묻어 있는 분들이 종종 있다. 언제 한 번은 무릎이 아프다는 환자의 말만 듣고 ‘디스크겠거니’하고 처방했다”며 일화를 전했다. 그 환자는 다음 달 병원에 다시 왔고, 증상은 더욱 악화돼 있었다. 정밀 검진을 해보니 디스크가 아닌 척수에 생긴 종양이 통증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고 원장은 “그때 정말 많이 반성했고, 그 후로는 모든 환자의 옷을 벗겨가면서 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 대란을 지켜보는 심정을 묻자 고 원장은 “이번에 의사가 ‘악마화’ 된 게 의료계의 가장 큰 손실”이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집단 이기주의’로만 비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돈 때문에 일하는 의사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기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라며 “지난 50년 동안 무료로 환자들을 봐주고 있지만 그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듯 많은 의사가 생명 하나 살리기 위해 밤을 새우며 끼니도 거르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시 진료가 시작되기 전부터 병원 앞에는 20여 명의 주민이 줄을 서고 있었다. 10년째 매달 오고 있다는 이모(63) 씨는 “고혈압과 당뇨 등 안 아픈 곳이 없어 매번 찾고 있다”며 “이곳이 없었으면 저는 진작 거리에서 죽었을 거다. 생명의 은인인 원장님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요셉의원을 찾은 다른 환자 조모(72) 씨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곳”이라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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