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기 없는 대치동 아이들 얼굴, 누구 잘못일까...눈에서 레이저 나오게 하려면 [공부 뇌 만들기 프로젝트]

2024. 4. 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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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셔터스톡>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대치동 아이들의 얼굴을 한번 비교해보면 한 가지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물론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아서 성급하게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또 아이마다 개인차도 있구요.

대강 짐작하셨겠지만 대체적으로 국제학교 아이들의 얼굴은 살아있는데 반해 대치동 아이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고 생기도 별로 없습니다. 얼굴에 감정선이 많이 죽어있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에 들어 온 해외 국제학교 출신 대학생들과 국내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얼굴이 무표정한 아이들과 얼굴이 살아 있는 아이들의 뇌인지검사결과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 분석하면서 그 원인을 추정해보았습니다.

첫째, 창의성에서 차이가 납니다.

대체적으로 대치동 아이들이 창의성이 낮게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치동 아이들의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제가 앞선 글에서 언급을 했습니다. 우선 학습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연산을 많이 하거나 수학선행을 무리하게 많이 한 것이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 반복적인 객관식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환경도 크게 한 몫을 했을 겁니다. 거기에 더해 창의성을 높여주거나 지탱해주는 활동은 별로 해주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국제학교 아이들의 창의성이 높게 나오는 이유를 알아볼까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대치동 아이처럼 조기에, 그리고 과도하게 수학을 시키지 않았고, 반복적인 객관식 위주의 문제풀이도 하지 않았기에 아이의 창의성을 일정 부분 지킬 수 있었을 겁니다. 거기에 더해 토론식 수업이나 에세이 위주의 평가도 창의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거기에 더해 결정적으로 국제학교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활동 등 예술활동을 꾸준히 해주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엄마가 꼭 한 가지 알았으면 하는 것이 수학을 많이 시키더라도 동시에 예술활동을 지속적으로 한 아이들의 창의성은 별로 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앞서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반대로 창의성을 높여주는 예술활동을 해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꼭 염두에 뒀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창의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창의성이 미래에 필요한 핵심역량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아이의 인지적 감수성과 깊은 관련이 있기 떄문입니다. 창의성이 떨어지면 뇌인지 탄력성이 떨어져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학습속도가 느려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뇌인지적 노화도 빨리 올 수 있고, 외모에서도 더 늙어 보이는 것을 성인 뇌인지검사 데이터에서 수없이 확인했습니다.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둘째, 신체활동성에서 차이가 납니다.

국제학교 아이들이 스포츠클럽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서 대치동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체육활동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대치동 아이들은 학교-학원-집으로 이어지는 하루일정에서 시간을 따로 내어 운동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부하기 전에 달리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은 뇌신경영양인자(BDNF)를 뇌에 분비시켜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시킬 뿐만 아니라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촉진시키고 강화하여 학습의 효율을 높이고 기억력도 좋아지게 합니다. 이처럼 고강도 운동이 뇌인지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은 대규모의 뇌과학적 실험을 통해서 이미 검증된 내용입니다. 특히 사고력과 분석력을 많이 요구하는 수학, 과학, 읽기 같은 과목에서는 고강도운동이 아주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 말은 아이의 머리를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운동은 꼭 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엄마들 사이에 운동에 대한 편견이 일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엄마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이가 학원 다닐 시간도 부족한데 운동할 시간이 어디에 있냐고 반문합니다. 운동을 노는 것으로 생각한 탓이지요. 그래서 해외사례가 아닌 국내사례를 만들어보기 위해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운동과 인지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운동화 신은 뇌> 저자로 알려진 세계적인 뇌과학자 하버드 의대 존레이티 교수님과 저는 공동으로 브레인 피트니스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중강도 정도의 운동을 시키고 잠시 쉰 후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몇달 후에 읽기능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추적하였습니다. 물론 대조군은 운동을 하지 않고 읽기훈련만 시켰습니다. 과학적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뇌파로도 검증을 했습니다. 그 결과 운동은 특히 인지활동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로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특효약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운동을 하면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릴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둡니다.

셋째, 행동성향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진취성이 다소 떨어졌습니다. 점수로 줄을 세우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자기보다는 잘 하는 학생이 늘 앞에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고 만점 또는 1등급을 받아야 하다는 심적 부담감이 늘 아이의 자심감을 누릅니다. 아이가 지속적인 스트레스 하에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대치동처럼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진취성이 높은 것은 아마 기적일 겁니다.

또 대치동 아이들의 사회성도 전반적으로 낮았습니다. 우리 교육에서 사회성이 높아봐야 공부에 도움이 안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회성 좋으면 친구들이 많을 것이고 친구들이 많으면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 안하고 놀 확률이 높아집니다. 친구를 만나지 않고 독서실로 유배를 가서 혼자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답이 나오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실입니다.

대신에 성실성은 높았습니다. 한 마디로 시키는 것을 잘 하는 아이들입니다. 자기가 원하지는 않지만 해야하니까 꾹 참고 끝까지 버티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아이들입니다.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수행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죠.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처럼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하는 완벽주의적 실행력을 가진 아이들만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완벽주의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떻게하죠. 운동을 해서라도 풀어야 하는데 운동도 하지를 않으니 매일 스트레스를 쌓아갈 뿐입니다. 또 친구와 만나서 떠들면 그나마 나을텐데 그것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스트레스는 인지저하를 불러오는 악순환 고리에 아이를 빠져들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얻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봅니다. 핏빛없는 창백한 얼굴에 입술은 까칠하게 마른 고등학교 아이들을 보면 안스러워서 가슴이 아플 지경입니다.

반면에 국제학교 아이들 상당수는 대치동 아이들과 정반대의 행동특성을 보입니다. 진취성이 높아서 자신감이 높고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주장을 잘합니다. 물론 훈련의 결과라고 봅니다. 어떤 경우는 객관적으로 보면 잘 하지 못하는데 자기는 스스로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자아효능감이 높았습니다.

또 사회성도 높았습니다. 국제학교 아이들은 봉사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아이가 지도자로 성장하는데 무엇보다도 이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도록 훈련을 시켰습니다.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도 좋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누구한테도 스스럼없이 다가서서 이야기를 건넬 정도의 사회성이 있었습니다. 또 수업시간에 격렬한 토론을 했더라도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이 친하게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사회성을 발달시켰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우가 좀 다릅니다. 우리의 뇌인지구조는 자아와 자신의 의견을 구별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의견이 공격을 받으면 상대방이 자신의 자아나 인격을 공격한 것으로 오해를 합니다. 그 결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고 다시는 그 친구 얼굴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의견을 자아와 분리해서 생각하는 훈련을 반드시 시켜야합니다.

국제학교 아이들은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하는 실행력은 대체로 떨어졌습니다. 이 말은 시키는 것은 잘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목표로 잡은 것은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유형의 아이들이 한국 학교를 다닌다면 필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합니다.

위에서 밝힌 세 가지 행동특성을 다시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우리 교육을 상징하는 대치동 아이들은 진취성이 낮고, 사회성은 다소 부족하고, 실행력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 교육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장래에 아이를 지도자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키는 일을 잘하는 아이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또 창의성마저 약하다면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가 아니라 가르쳐주는 매뉴얼대로 하라는 것이지요. 거기에 더해 운동까지 덜 한다면 건강은 물론 인지능력에서도 문제가 생겨서 깊이 있는 사고나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키워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초일류국가로 진입하는 것은 아예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듭니다.

제 이야기에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서 한 가지 밝히고 넘어갑니다. 국제학교 아이들을 너무 미화하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로 거기는 거기 대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 의도는 국제학교의 장점만 우리가 잘 받아들이자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정말 잘 키워서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아이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입니다.

다행인 것은 최근에 입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고교학점제-수능-무전공입학 등 여러 가지 제도개혁을 하고 있습니다. 또 특목고 면접에서 아이들을 뽑을 때 눈에 레이저가 나오느냐 안나오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이야기가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 심심찮게 나옵니다. 우리도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 에너지가 넘쳐나고 눈에는 레이저를 쏘는 그런 아이들을 만든다면 우리 나라의 미래도 점점 밝아질 것입니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우리 아이의 얼굴이 어떤지를 확인해보길 바랍니다.

[안진훈 MSC브레인컨설팅그룹 대표]

인간은 자신만의 고유한 뇌인지행동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을 어떻게 느끼고(perception), 어떻게 생각하며(conception), 어떻게 행동으로(behavior) 표출하는가에 따라 8192가지 뇌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녀에게 최적화된 공부법, 최고의 성적을 얻는 법, 더 나아가 자신의 꿈을 찾고 꿈을 이루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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