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보드 확인” vs “내 경기에만 집중”…챔피언들은 어떻게 경기할까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4. 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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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박상현 등 순위 실시간 파악
맞춤 전략 세워야 우승 확률 높아져
김비오·김세영 등 성적 확인 피해
긴장 속 평정심 유지하기 위한 선택
프로 통산 64승을 차지한 신지애는 순위와 타수 등을 확인하며 전략을 세운다고 밝혔다. KLPGA
1타에 우승자가 결정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등 프로 골프 대회의 최종일. 경기 중 자신의 순위를 확인하는 선수는 얼마나 될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선수들의 경우 70% 가까이가 리더보드를 통해 현재 상황을 파악한다고 밝혔다.

우승 경쟁을 펼칠 때 리더보드를 확인하는 대표적인 선수는 프로 통산 64승을 거둔 신지애와 KPGA 투어 통산 상금랭킹 1위 박상현이다. 여기에 LPGA 투어에서 통산 10승을 차지한 이민지(호주)와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도 실시간으로 순위를 확인하고 있다. 반대로 KPGA 투어 통산 10승의 김비오와 LPGA 투어 통산 12승의 김세영은 18번홀에 들어서기 전까지 리더보드를 보지 않는다.

두 가지 모두 잘못된 방법은 아니다. 선수마다 플레이 스타일과 느끼는 압박감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프로 골퍼들은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매 대회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신지애와 박상현 등이 리더보드를 보면서 경기하는 건 맞춤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이들은 2위와 격차가 있을 때는 안전하게 치고 타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버디를 노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우승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지애는 “우승 경쟁을 할 때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게 유리하다. 공격과 수비에 대한 전략을 확실히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우승했던 대부분의 대회에서 내 순위와 타수를 계속해서 확인했었다”고 말했다.

박상현도 신지애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정상에 많이 오른 선수들을 보면 확실한 계획을 갖고 한 샷, 한 샷을 친다”며 “버디와 파를 잡아야할 때를 알고 있는 건 정말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우승 확률이 올라가는 만큼 상위권에 있을 때는 리더보드를 계속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은 리더보드 확인을 제외하고도 다양하게 있다. 박상현은 “갤러리들의 함성과 박수 등으로 앞뒤 조를 비롯해 내 순위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며 “카메라가 갑자기 따라붙거나 운영요원들이 티잉 그라운드, 그린 등에 많이 배치되는 것을 통해서도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20년 가까이 투어 생활을 하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여러 노하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KPGA 투어에서 통산 12승을 거둔 박상현은 우승 경쟁을 펼칠 때 리더보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고 밝혔다. KPGA
김비오는 자신의 순위를 마지막까지 확인하지 않는 이유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욕심이 생기면 힘이 들어가는 편이라 최대한 리더보드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며 “내가 원하는 경기를 하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보지 않는 건 아니다. 홀을 이동할 때는 자연스럽게 내 순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영 역시 비슷한 이유로 본인의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최종일 경기를 어떤 위치에서 시작하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미리 세운 계획대로 대부분 경기하고 있다”며 “상대방을 신경쓰는 것보다 내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방법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경기 중 선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캐디들은 각 선수의 스타일에 맞춘다. 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 캐디는 “대부분의 캐디들은 호흡을 맞추는 선수들과 동일한 생각을 갖고 움직인다”며 “선수가 리더보드를 보지 않는 편이라도 상위권 선수들의 타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려고 한다. 가끔씩 순위에 대해서 물어볼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 골퍼들을 지도하는 스윙코치들은 제자들에게 어떤 방법을 추천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스윙코치들은 “순위와 타수 등 선두권 선수들의 상황을 확실하게 알고 경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PGA 투어 여러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 스윙코치는 “투어 경험이 적은 선수일수록 우승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며 “공격적인 플레이의 경우 실수 확률까지 높은 만큼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GA 투어 통산 10승의 김비오는 평점심을 유지하기 위해 순위를 최대한 확인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KPGA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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