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간의 협업, 케이론과 같이 : 인간-AI 협업의 지혜 [AI와 함께하는 세상]

2024. 4. 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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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하는 세상-1]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Centaurus)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반신은 말이고,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을 띠고 있다.

켄타우로스 종의 성격에 따라 AI와 인간의 결합과 협업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미루어 생각해볼 수 있다.

켄타우로스 중에는 성질이 사나운 종도 있다. 미래에 치안유지와 전쟁 등에선 마치 켄타우로스처럼 말과 인간이 결합하듯 인간과 AI가 결합할 수 있을텐데, 자칫하면 ‘AI헐크’로 나타나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줄 염려가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한편, 케이론(Chiron)은 인간에게 지식을 가르칠 정도로 현명한 켄타우로스의 별종으로, 헤라클레스와 아킬레우스 등의 무수한 영웅들의 스승이기도 했다. 켄타우로스 케이론은 부족한 인간을 돕는 착한 영웅을 상징한다. 케이론처럼 AI가 착한 영웅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보자. 예컨대, 영국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한 여성이 ‘리워크(ReWalk Robotics)’를 착용하고 17일 동안 런던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소식은 AI가 인간과 성공적으로 결합한 좋은 사례다. 인공지능 외골격 로봇은 근력이 부족한 인간에게 근육이 되어주고, 하체를 떠받혀 무거운 짐도 거뜬히 들게 해준다. 외골격 로봇은 증강 근력을 만들어 주고 사람의 뼈와 근육을 대신하게 해준다. LG전자가 유럽 가전박람회(IFA)에서 선보인 ‘입는 로봇’이나 포드자동차가 하반신 마비 환자를 돕기 위하여 또는 산업현장에서 외골격 로봇 조끼 ‘엑소베스트’(Ekso Vest)를 선보인 것은 좋은 예이다. 덕분에 인간의 팔 힘은 7kg 늘어나고, 팔과 허리에 주어지는 부담은 40%가량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AI+인간의 협업은 아주 멋진 일이다.

인공지능 산업에서 케이론은 인간의 장점과 AI의 장점이 잘 결합된 유형을 의미한다. 즉 인간이 하는 일과 AI가 하는 일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인간이 가장 잘하는 일은 인간이 하고, AI가 가장 잘하는 일은 AI를 사용하면서 정확하게 결합된 협업구조를 말한다.

요즘 모든 분야에 AI가 적용되며 전기처럼 AI가 일상화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모든 산업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하고자 한다. 하지만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반드시 생성형 AI의 도입이 필요한 분야인가? 적절한 시점인가? 올바른 방법인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사진=wikimedia>
작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Harvard Business School’s Working Paper 24-013,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2023.9.22)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것이 꼭 비즈니스 문제해결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 창의적인 제품 혁신 분야에선 생성형 AI를 사용했을 때의 성과가 사용하지 않은 곳보다 40% 높았지만, 비즈니스 문제해결에서는 오히려 성과가 23% 감소했다고 나왔다. 마치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하는 운전자는 길을 모르듯이, AI가 매우 좋으면 사람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AI의 판단에만 맡겨버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인간의 성장이 멈추거나 정전과 같은 돌발상황에서 차가 멈추는 등)과 같은 이치다. AI에 의존해서 게으르고 부주의한 ‘사이보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 구현에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나 비즈니스 관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마존고’(Amazon Go)의 예를 들어보자. 작년 말 기준으로 미국 내 아마존고는 약 25%의 매장을 철수했고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그 이유는 사람들에게 신기한 기술 경험을 제공해주었지만, 비즈니스 및 문제해결의 관점에서는 사이보그의 함정에 빠졌다.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기술의 참신함 외에 신선한 식료품과 빠른 회전율과 같은 식료품 고유의 강점에서는 경쟁우위를 인정받지 못했고, 가격 경쟁력도 갖지 못했다. 식료품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보다는 신기한 기술 구현에만 집중한 결과이다. 그래서 AI는 AI+비즈니스를 함께 보아야 효과적이다.

인공지능에서 켄타우로스와 현명한 케이론(Chiron)을 언급한 이유는 AI를 현실에 적용함에 있어서, AI 자체의 능력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인가, 현실의 비즈니스 문제해결이 목표인가를 명확히 정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정의와 목표가 분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은 인간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과 AI의 결합은 우리 모두에게 훨씬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다. 켄타우스 체스(Centaur Chess) 게임에서도 사람과 AI가 함께 팀을 이뤄 서로 힘을 보태며 게임을 진행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발휘했다는 점은 좋은 보기가 될 것이다.

<사진=https://www.pngwing.com/en/free-png-krdes>
켄타우로스의 현자(賢者) 케이론은 원래 불사(不死)의 몸이었으나, 헤라클레스가 잘못 쏜 화살에 맞았다. 헤라클레스가 신성한 포도주로 만찬을 베푼 날에 술을 차지하려고 싸움판이 벌어졌고, 화가 난 헤라클라스의 독화살에 하필이면 싸움에 가담하지 않은 케이론이 맞아서 맹독이 퍼졌다. 케이론은 죽을 수 없는 영생(永生)의 몸이었기에 온몸에 맹독이 펴지는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야 했다. 케이론은 제우스에게 제발 죽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그에게 부여된 영생을 프로메테우스에게 주고, 케이론이 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제우스는 케이론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서 그를 하늘의 별자리 중에 궁수자리로 올려두었다고 한다.

불사와 영생의 운명으로 태어난 켄타우로스 케이론도 사라졌듯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시대와 상황에 맞는 창조와 혁신이 있을 뿐이다. AI시대에는 인간과 AI의 협업 지능(Collaborative Intelligence : CQ)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CQ 모델을 개발할 때는 문제정의가 명료해야 하고 올바른 해법이 나와야 한다. 문제정의를 무엇으로 하느냐, 최상의 시너지 창출 전략은 무엇이냐 등에 따라 결과는 콩에서 팥까지 천양지차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AI와 인간의 협업이 일상화되어 ‘켄타우로스의 시대(The Age of Centaurus)’가 온다면, 켄타우로스 케이론을 꿈꾸는 기업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AI를 기술 구현에 초점을 둘 것인가? 비즈니스 문제해결에 초점을 둘 것인가? AI의 활시위가 단기적 수익을 겨냥할 것인가, 지속적인 성장모델(인간과 말의 지속적이고 조화로운 결합)을 추구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사이보그가 되느냐, 케이론이 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업가라면 누구에게나 예민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과 AI의 지속 가능하고 조화로운 협업이 인간에게 진정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케이론의 시대’를 기다린다.

[여현덕 카이스트 G-School 원장/기술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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