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이후 부패 우려하는 OECD[포럼]

2024. 4. 26. 11: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뇌물방지작업반(WGB)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개정 입법 이후 한국의 부패 대응 역량 약화와 수사 지연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올 상반기 중 부패 대응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실사단을 우리나라에 파견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좌파 연합이 졸속 처리해 2021년 1월 및 2022년 9월부터 시행한 검수완박 입법은 범죄 수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놨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前 성균관대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뇌물방지작업반(WGB)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개정 입법 이후 한국의 부패 대응 역량 약화와 수사 지연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올 상반기 중 부패 대응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실사단을 우리나라에 파견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좌파 연합이 졸속 처리해 2021년 1월 및 2022년 9월부터 시행한 검수완박 입법은 범죄 수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놨다. 검사는 부패·경제범죄와 경찰·공수처의 공무원 범죄 외에는 직접 인지수사를 못 하도록 제한함으로써 경찰이 대부분의 범죄 수사를 독점하게 했다. 그나마 수사검사는 직접 기소할 수도 없게 함으로써 세계에 유례가 없는 비효율적인 제도를 만들었다. 또한, 종전에 검사가 해 오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경찰 내부의 경찰서장이나 수사 부서 상관 등이 도맡게 함으로써 이제 경찰의 수사권은 견제 장치가 없다시피 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됐다. 종전에 검사가 하던 불기소 결정도 사실상 경찰이 일방적으로 행사하게 했다.

이로 인해 경찰 고위직은 권력이 막강해지니 흐뭇하겠지만, 직접 수사를 해야 하는 사법경찰로서는 할 일은 많아지는데, 복잡한 사실관계의 규명이나 어려운 법리 판단에는 한계가 있어서 수사 부서는 기피 부서가 돼 버렸고 수사는 장기간 지연되기 일쑤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의 ‘수사 절차’는 증거를 충분히 수집해 유죄 판결을 받는 것이 확실해야만 기소할 수 있으므로 수사관은 판사와 마찬가지로 증거 및 법리의 판단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 점이, 수사 절차가 아닌 조사 절차를 거쳐 상당한 이유(probable cause)만 있더라도 기소해 법정에서 증거를 갖춰 가는 영미법계 국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따라서 대륙법계 국가의 수사는 본질적으로 판사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검사의 업무에 속하므로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법이 없고, 1차적 수사권을 사법경찰이 행사하더라도 검사는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를 통해 수사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수사 절차를 갖춘 다른 국가들과는 정반대의 수사 시스템을 만든 것이므로 OECD 회원국들이 걱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검수완박이 시행된 2021년 이후의 범죄 처리 통계를 보면, 대표적 부패범죄인 뇌물수수죄의 기소 인원수가 2020년 249명에서 2021년에는 134명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그 전후의 인원수 추이도 마찬가지다.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의 OECD 회원국 중 순위는 2020년 37개국 중 23위에서 2021년 38개국 중 22위로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위 기소 인원수의 감소는 부패범죄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를 못했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또한, 2021년 전후를 비교하면, 강력·절도·폭행·마약·환경·사이버 범죄 등의 기소 인원수는 대체로 비슷한데, 사기·횡령·배임·경제·지식재산권 범죄의 기소 인원수는 3분의 1 또는 2분의 1 정도 대폭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복잡하고 법리가 어려운 재산·경제 범죄의 경우 경찰의 수사 지연으로 기소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으로 바뀌도록 지혜를 모을 때다.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前 성균관대 교수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