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구조개혁 위한 사회적 대화 절박[김충남의 시론]

2024. 4. 26. 11: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울산 대공장 노동자의 생애와 노동운동'이라는 부제가 붙은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유형근 부산대 교수)'에 나오는 2015년 구술 내용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낳은 결과다.

현대자동차 등이 정규직 생산직을 뽑지 않고, 하청 근로자를 광범위하게 활용하면서 노동과 자본 간 '생산성 동맹'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불안한 미래의 이유로 짚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충남 사회부장
대·중기, 정규·비정규직 격차
노동시장 이중구조 사회 질곡
불평등 확대·생산성 약화시켜
미래세대 위한 노동개혁 절실
사회적 대화로 개혁 동력 확보
노사정 대타협 해야 입법 가능

“정규직은 가끔 (성과급 같은) 목돈을 막 주고 이럴 때가 있어요. (남편이 하청 노동자인 이웃 부인이) ‘아이고, 형님은 좋겠네, 우리는 십 원짜리 하나 못 받았는데, 형님은 천만 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며… 정규직, 비정규직은 울산 동구에서는 좀 무서운 이름 같아요.”(현대중공업 정규직 근로자 부인)/“(현대)자동차, 중공업도 한 달에 한 번씩 보너스가 계속 나오잖아요. 우리는 하청을 다니니까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우리 신랑만 하청 다니고 다 직영(정규직)인 거 같았어요. 자기들끼리 사는 세상에 꼽사리 끼어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요.”(현대중공업 비정규직 근로자 부인)

‘울산 대공장 노동자의 생애와 노동운동’이라는 부제가 붙은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유형근 부산대 교수)’에 나오는 2015년 구술 내용이다. 현대중공업 정규직(직영)과 비정규직(사내 하청) 근로자 간 격차가 생활과 인식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보여준다. 실제로 2012년 기준 현대중공업 정규직은 월평균 593만 원을 받았지만 사내 하청 근로자는 월 304만 원으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현격한 임금 격차는 대기업 공장 내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2년 기준 대기업 직원 평균 소득은 월 591만 원이지만 중소기업 직원은 절반이 안 되는 286만 원이었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 근로자는 12%(260만 명)인 대기업 정규직과 88%(1936만 명)인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 등으로 갈라져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낳은 결과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계층 고착화, 첨예한 노사 갈등의 핵심 원인이다. 노동시장에 막 진입하는 청년 세대에게 이런 이중구조는 미래의 꿈을 좌절시키는 거대한 장벽이다. 조귀동 씨는 2020년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20대가 어떤 일자리를 얻느냐는 그의 미래 소득, 자산, 결혼 여부, 사회적·문화적 경험 등 생애주기 전반을 결정한다”고 했다. 이직 등을 통한 ‘질 좋은 일자리’로의 이동이 쉽지 않은 노동시장 특성상 첫 일자리는 모든 것을 좌우한다. 청년 세대가 대기업·공공 부문 정규직 기회를 얻는 10%와 나머지 중소기업·비정규직 90%로 갈리며 우리 사회 불평등 구조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신간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에서 또 다른 모습을 분석했다. 현대자동차 등이 정규직 생산직을 뽑지 않고, 하청 근로자를 광범위하게 활용하면서 노동과 자본 간 ‘생산성 동맹’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불안한 미래의 이유로 짚었다. 마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 경제 기적은 끝났나’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33위에 그친 한국의 낮은 생산성과 제조업 위기를 지적했다. 한국 제조업의 저생산성 이유는 다양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한 불평등과 불공정이 중요한 동인이다. 청년 세대의 소득 격차와 수도권 집중, 이로 인한 주거와 교육 여건의 간극 확대는 저출생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 세대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동개혁이 절박하다. 이는 노동개혁을 3대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 혼자 밀어붙인다고 되지 않는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상대방의 입장을 경청하고, 한 발씩 양보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여당의 총선 참패로 개혁 동력 약화가 우려되지만, 오히려 ‘소수파’ 정부가 더 낮은 자세로 중재에 나선다면 노사정 대타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국회에 개혁 입법 압박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 사회적 협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가 열리면서 본격 가동키로 했던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위’가 공무원·교원 타임오프 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한 노동계 반발로 지연되고 있다.

대승적 관점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개편 및 노동 유연성, 임금체계 개편, 산업 전환 대응, 정년 연장, 중·고령층 계속 고용 문제 등 현안이 즐비하다. ‘우리가 대화를 멈추지 않는 한 사회는 계속 진보한다’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론처럼 노동개혁은 전진해야 한다. 더 이상 실기해서는 안 된다.

김충남 사회부장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