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에 묻힌 미·중 ‘아편전쟁’[문화논단]

2024. 4.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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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급부상하면서 웬만한 뉴스들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판세 분석 보도 등에 묻히고 있다.

근 2세기 전 영국과 중국 간의 아편전쟁과 달리 피해국은 중국 아닌 미국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이로 인해 아편전쟁이 발발했고, 2년 후 아편전쟁에 패한 중국은 100년 동안 홍콩의 조차권을 영국에 내주는 등 굴욕적인 난징(南京)조약을 맺어야 했다.

중국은 그를 잊지 않고 동상을 세워 아편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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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급부상하면서 웬만한 뉴스들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판세 분석 보도 등에 묻히고 있다. 그중에는 미·중 간의 보이지 않는 마약전쟁도 포함된다. 최근 AP통신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를 인용, 2022년에만 미국인 10만7941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하루 평균 300명꼴로, 전년도(10만7000명)보다 1%가 늘어 총기 사고 사망자(4만4000명)의 배가 넘는다. AP통신은 ‘미 역사상 최악의 과다복용 전염병이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내년이면 마약중독 사망자가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명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합성 마약)에 중독돼 목숨을 잃는 미 시민이 연평균 7만 명이나 된다. 특히, 마약 과다복용으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대다수가 18∼49세 청장년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연령대가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산업활동 종사자이기 때문이다.

이 펜타닐 문제는 21세기 미·중 간의 아편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근 2세기 전 영국과 중국 간의 아편전쟁과 달리 피해국은 중국 아닌 미국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이 펜타닐의 원료가 중국산이고, 멕시코 마약 제조 업체가 가공해 미국으로 밀수출하기 때문이다.

1840년 중국(청나라)과 영국 사이에 일어난 아편전쟁은 흔히 인류 역사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쟁 중에서 가장 추악한 전쟁으로 꼽힌다. 당시 찬란한 중국 도자기와 차(茶)를 대량 수입하느라 커다란 무역 역조가 발생하자 영국은 식민지 인도의 갠지스강 유역에서 재배한 값싼 아편을 중국 인민들에게 팔아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 했다. 그러자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중국 인민들 간에 아편 중독자가 급증하고 가정이 파괴되는 흉사가 끊이지 않았다. 이때 중국의 애국자 임칙서(林則徐)는 영국 상선에 실려 있던 아편을 모조리 바다에 집어 던져 버렸다.

이로 인해 아편전쟁이 발발했고, 2년 후 아편전쟁에 패한 중국은 100년 동안 홍콩의 조차권을 영국에 내주는 등 굴욕적인 난징(南京)조약을 맺어야 했다. 몇 년 전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 짬을 내어 아편전쟁 당시의 청나라 애국자 임칙서의 동상을 찾아가 봤다. 중국은 그를 잊지 않고 동상을 세워 아편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었다. 19세기 중엽 중국에서 벌어진 아편전쟁은 마약중독의 무서움을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렸고, 각국은 마약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나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마약청정국’이 되려면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여야 한다. 마약청정국이던 우리나라도 2016년 그 지위를 잃었으며, 2022년 기준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10만 명당 35명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1∼10월 중에만 2만2393명의 마약사범이 검거됐으며, 당국에 적발된 마약만 769㎏으로 3년 새 5.2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14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마약범죄를 신고하거나 범인을 검거한 사람에게 주는 마약류 신고보상금의 상한을 100만∼5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미·중 간에는 반도체 전쟁도 있지만 ‘마약전쟁’도 있다. 보이지 않는 이 전쟁은 절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는 국력을 기울여 마약의 유통을 철저히 막아냄으로써 마약청정국 지위도 되찾아야 한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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