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채[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2024. 4. 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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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이 땅에 와서 먹겠다고 하면 어떤 국수를 준비해야 할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우리의 발명가가 '천사채'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횟집에서 흔히 보았을 법한 반투명의 당면 비슷한 것의 이름이 바로 천사채이다.

개발자는, 하늘이 내릴 만큼 귀하고 먹으면 몸이 가벼워져 천사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해서 이름을 이리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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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이 땅에 와서 먹겠다고 하면 어떤 국수를 준비해야 할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우리의 발명가가 ‘천사채’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횟집에서 흔히 보았을 법한 반투명의 당면 비슷한 것의 이름이 바로 천사채이다. 횟집에서 회를 낼 때 접시 바닥에 그냥 내면 볼품이 없으니 무채를 썼었는데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의 본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이름에 천사가 붙었을까?

이것은 생선회 받침이 아닌 다이어트 식품으로 개발되었다. 다시마를 비롯한 해조류의 추출물을 녹말과 섞어 국수 모양으로 뽑아낸 것인데 열량이 극히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이다. 개발자는, 하늘이 내릴 만큼 귀하고 먹으면 몸이 가벼워져 천사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해서 이름을 이리 지었다고 한다. 다소 과장된 이름이긴 해도 건강과 가벼운 몸에 대한 사람들의 소망을 담아낸 것이기도 하니 그 마음을 헤아려 받으면 그만이다.

물건이나 음식이 본래의 용도와 다르게 쓰이는 사례는 또 있다. 고구마를 찔 때 냄비 바닥에 까는 접이식 철판이 그것이다. 이것이 미국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용도는 놀랍게도 찜이 아닌 불을 위한 것이다. 접이식이어서 휴대가 편하고 철판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작은 장작불을 피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천사채는 당면을 대체해 잡채나 전골 등의 요리에도 쓰인다. 그러나 주된 용도는 횟집에서 무채를 대신하는 것이다. 비싸고 관리가 어려운 무채 대신 쓸 수 있으니 횟집 주인들에게는 천사 같은 존재이다. 개발자 또한 식용으로 쓰이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판로가 개척된 셈이니 반길 일이다. 단, 회 밑에 깔린 천사채를 호기심에 먹지만 않으면 된다. 먹을 수는 있으나 혹시라도 세균이 번식했으면 배 속에 악마를 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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