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후: 50대 기업 투자활동 22% 줄었다 [視리즈]

강서구 기자 2024. 4. 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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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尹 정부 법인세 인하 효과 분석➍
시총 50대 기업 투자활동 변화
2022년 222조2575억원
2023년 173조4285억원
법인세 낮췄지만 투자 줄어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의 기대대로 기업들은 법인세를 인하해준 만큼 투자를 늘렸을까. 더스쿠프는 통권 587·588호에서 국내 시총 5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 '무형자산 투자금'의 추이를 분석해 '법인세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자 일부에선 '투자활동현금흐름의 증감'을 봐야 한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그래서 이번엔 이 항목을 들여다봤다. 결과는 어땠을까.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기업의 투자는 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세수는 또 줄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세입 중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56조4000억원 감소했다. 이번에도 논란의 중심엔 법인세가 있었다.

지난해 법인세는 80조4195억원이 걷혔다. 2022년 103조5074억원 대비 23.4% 감소했다. 이를 두고 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세수 부족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2022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과세표준 전 구간에서 1%포인트 인하했다. 기업이 법인세 인하로 아낀 돈을 투자와 고용에 사용할 것이란 '낙수효과落水效果'를 기대한 정책적 변경이었다.

그럼 정부의 바람대로 기업은 움직였을까. 더스쿠프는 두차례에 걸쳐 정부가 기대한 '법인세 인하 효과'의 실체를 분석했다(통권 587·588호).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사내유보금과 무형자산취득 금액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2022년 3분기와 2023년 3분기 비교).

결과는 '역시나'였다. 시총 상위 50개 기업은 당기순이익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사내유보금을 쌓는 데 급급했고, 무형자산투자 금액도 줄였다. 기업이 법인세 인하분을 투자가 아닌 현금을 쟁여두는 데 썼다는 거다.

물론 이 분석엔 '사내유보금은 재무제표상의 수치에 불과할 뿐 실제로 기업이 금고에 쟁여둔 현금이 아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선 내부적으로 창출한 연구·브랜드와 제호 등은 무형자산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등 반론도 많이 따라붙었다.

그래서 우리는 '법인세 인하 효과'를 한번 더 분석했다. 이번엔 '투자활동현금흐름을 통해 기업의 투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봐야 한다'는 독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를 살펴봤다. 분석 대상은 앞선 두번의 기사와 같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2월 16일 기준)으로 삼았고, 2022년 말과 2023년 말을 비교했다.

법인세 인하 후 50개 기업의 투자 규모는 앞선 두번의 사례와 달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시총 상위 50개 기업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222조2575억원에서 지난해 173조4285억원으로 21.9% 감소했다.

■ 분석➊ 투자 줄인 기업 =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시총 상위 50개 기업 중 투자활동현금흐름이 줄어든 기업은 27개였다. 이들 기업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172조5068억원에서 지난해 84조4544억원으로 5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27개 기업의 전체 당기순이익도 108조4033억원에서 68조6105억원으로 36.7% 줄었다. 이를 '실적 부진이 투자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지만, 그렇진 않다. 투자를 줄인 27개 기업 중 2022년 대비 2023년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곳은 13개뿐이었다. 절반이 넘는 14개 기업은 당기순이익이 늘었지만 투자를 줄였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금융회사의 투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가장 많이 줄어든 상위 10개 기업에 KB금융그룹(1위)을 비롯해 하나금융그룹(3위), 신한금융지주(5위), 기업은행(6위), 우리금융그룹(7위), 메리츠금융그룹(8위) 등 금융회사가 6개나 포함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DX) 바람이 주춤해지면서 관련 투자가 줄었다"며 "장기화하고 있는 고금리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➋ 투자 늘린 기업 = 다음은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늘어난 기업 23곳을 살펴보자. 이들 기업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49조7507억원에서 지난해 88조9740억원으로 78.8% 증가했다. 투자를 늘린 기업들이 모두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린 건 아니다.

23개 기업 중 당기순이익이 2022년보다 늘어난 곳은 10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3개 기업은 실적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늘렸다. 그중 5개(포스코퓨처엠·현대글로비스·DB손해보험·카카오·LG)는 2022년 대비 법인세 납부액이 증가했다. 법인세와 투자의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2022년과 비교해 2023년 투자활동현금흐름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현대차였다. 현대차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조2034억원에서 8조6493억원으로 618.7% 증가했다. 2022년 대비 2023년 투자활동현금흐름의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한 기업은 1788.0%를 기록한 포스코퓨처엠(546억원→1조314억원)이었다. 산업별 특징도 분명했다. 투자를 늘린 기업 리스트엔 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포스코홀딩스·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기업들은 정부의 법인세 정책보단 산업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사진=뉴시스] 

이처럼 정부가 법인세율을 낮춘 지 1년이 흘렀지만, 낙수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법인세 인하에도 투자를 늘린 기업은 실제로 많지 않았다. 실적 악화를 핑계로 삼기도 어렵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선 실적과 무관하게 투자를 늘린 기업이 숱했다.

물론 2023년에 경기침체·고금리·고환율 등 악재가 쏟아졌다는 걸 감안하면 1년 성적표만으로 법인세 인하 효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1년 후 기업들의 행태는 달라질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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