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후폭풍 예의주시...‘패륜’ 판단기준이 관건

2024. 4. 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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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상실 사유 부재는 헌법에 어긋나
결격사유 추가하는 민법개정안 11건 발의
입법후 소송 쌓이면 재판기준 세분화될듯

헌법재판소가 배우자와 직계 비·존속의 유류분권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 민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관련한 입법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된 이후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는 이어져왔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유언 등에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분을 보장하는 제도다. 배우자와 자녀는 법정상속분의 절반,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5일 배우자와 직계 비·존속의 유류분권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1~3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사망자)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정하지 않는 부분(민법 제1112조 제1~3호)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국회가 ‘유류분 상실 사유’ 규정을 어떻게 구성할 지를 두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우선 유류분권 상실 사유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입법 이후 관련 소송이 쌓이면 재판을 통해 기준이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또 유류분 상실 사유를 판단할 때 유언장 등 피상속인의 의사 표시만으로 상실을 인정할 것인지, (사유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을 의무화 할 것인지도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관련해 총 11건의 민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유류분보다 범위가 넓은 상속 배제와 관련된 법안들로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 사유)를 개정하는 내용이다. 현행 민법은 상속권자가 피상속인(사망자)을 ▷살해 ▷상해치사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하게 하거나 ▷유언장을 위변조·파기·은닉한 자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만 상속 결격 사유로 보고 있다. 민법상 상속결격사유에는 헌재가 지적한 정신적·신체적 학대 등 ‘패륜적인 행위’가 없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양육의무 위반’을 상속 배제 사유로 추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상속결격사유에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양육을 현저히 게을리 하는 등 양육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를 신설하는 것을 제안했다. 부모로서 양육에 대한 의무를 져버릴 경우만 담겨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안의 경우 ‘피상속인과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라고 규정했다. 양육 대신 ‘부양’ 개념을 통해 배제 대상자와 사유를 넓힌 안이다.

‘상속권 상실 선고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2021년 정부가 제출한 민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민법 제1004조를 개정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피상속인의 청구나 유언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하는 절차를 추가했다. 상속권 대상자가 상속권 상실을 선고받을 경우 그 사람의 자녀나 배우자가 대신 상속을 받는 것도 금지했다. 피상속인의 의사에 따라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보다 엄격히 하자는 취지다.

유사한 국내 입법 선례도 있다. 공무원 자녀를 둔 부모가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경우 공무원 사망 시 지급하는 유족 급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2021년 공무원 재해보상법·공무원연금법과 각각의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공무상 부상·질병 사망 시 지급하는 재해유족급여와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자가 사망한 경우 지급하는 퇴직유족 급여는 전부 또는 일부 감액된다. 사망 공무원의 부모와 동순위 또는 후순위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에 신청하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공무원 자녀의 미성년 기간 동안 주거를 같이 한 기간 ▷경제적 지원을 한 기간과 정도 ▷범죄행위 ▷학대 등 보호 의무 위반 ▷복리 침해 여부 등이 판단 기준이 된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은 “상속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류분으로 자연스럽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피상속인의 재산권과 자유라는 관점에서 상속권 상실 사유 뿐만 아니라 현행 유류분 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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