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 장인의 숨결, 그 새로운 자극과 영감

최보윤 기자 2024. 4. 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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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즈 TOD’S
토즈가 2024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Venice Biennale Arte)의 프리 오픈 기간에 한정판으로 출시한 고미노(Gommino)와 T 타임리스(T Timeless) 쇼퍼백. 토즈는 베니스에 헌사를 보내는 의미로 티치아노(Tiziano) 레드와 베니스의 석호를 연상시키는 딥 블루 두 컬러를 고미노와 T 타임리스의 컬러 라인에 추가했다.

‘땅땅땅땅’…. 전시장을 울리는 해머 소리. 어느 덧 노년을 바라보는 듯한 한 남성이 두꺼운 책 같은 것을 쉴새 없이 두드리는 모습은 조나단 블롭스키의 ‘해머링맨’을 연상케 한다. 그 앞엔 두 여성들이 마치 연구실에 앉은 연구원처럼 핀셋 같은 도구를 들고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가끔 패션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행위 예술가의 퍼포먼스인가 했다.

그들은 베니스에서 전통 금박을 만드는 마지막 가문의 계승자 마리나 메네가조(Marino Menegazzo)와 그의 아내 마리오 베르타, 또 딸 사라 메네가조였다. 베니스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 메네가조가 두 세시간 연속으로 쉬지 않고 두드려, 손으로 만지면 바로 부스러질 듯한 얇디 얇은 금박 시트를 만들면 그의 아내와 딸은 금박 시트를 조심스레 떼어내 물건에 입히는 작업을 한다.

토즈 고미노(Gommino) 로퍼를 손수 작업하는 장인의 모습. 토즈 고미노 슈즈는 약 35 개의 레더 피스들로 이루어져 있고, 100개 이상의 조립 단계를 통해 완성된다. 개별 레더는 장인이 각 피스를 손으로 직접 확인하는 등 까다로운 검수 단계를 거친다.

◇고미노, 장인의 손에서 재탄생하다

이들의 손으로 탄생한 작품은 황금빛 슈즈와 슈즈 박스. 토즈의 상징적인 고미노(Gommino·1950년대 사람들이 차 안에서 신던 신발에서 착안해서 디자인한 신발. 밑창에 100개도 넘는 고무 페블 장식이 달려 있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고 착화감도 뛰어나다) 슈즈와 그 신발을 담는 상자 전체에 금박을 입혔다. 얇은 금박이 겹쳐지거나 이음새가 뜨는 것 하나 없이 얼마나 정교하게 금박을 입혔는지, 마치 처음부터 황금으로 빚어진 듯 하다.

토즈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 아르세날레 테세 디 산 크리스토포로에서 선보인 ‘장인정신의 미학(The Art of Craftsmanship) - 베네치아 거장 프로젝트(A PROJECT BY VENETIAN MASTERS)’의 한 모습이었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고미노 슈즈를 통해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과 라이프스타일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새로운 세대에게 장인이 되는 것은 매우 고귀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천, 수만 명의 숙련된 장인들이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금박 장인 마리노 메네가조(MARINO MENEGAZZO)와 마리오 베르타(MARIO BERTA)가 금박으로 덮인 고미노 슈즈와 패키지를 작업하고 있다.

토즈의 디에고 델라 발레(Diego Della Valle) 회장은 전시 현장을 찾아 메네가조 가문 장인들이 선보인 금박을 입힌 고미노 슈즈를 보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숭고한 장인 정신이 계승될 수 있도록 장인들을 지원하며 제품에도 장인의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다. 착용하는 사람도, 그를 만드는 사람도, 모두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개막일 동안 베니스의 장인들과 토즈의 장인들이 참여하는 전시회의 형태, 가면 장인·모자 장인·유리 판화가·유리 공예가·램프 유리 공예 장인 등 11명의 베니스 장인들은 그들의 숙련된 기술과 예술, 도구를 활용해 고미노와 최고의 장인정신을 접목했다. 토즈 그룹과 베니스 시가 손잡고 선보이는 이번 프로 젝트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전문성, 노하우, 아름다움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디에고 델라 발레 회장은 “우리 삶이 점차 AI(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로 접어드는 것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토즈는 우리만의 AI(artisanal intelligence·공예가적인 지능)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프린팅 장인 지안파올로 팔라니(GIANPAOLO FALLANI)의 포스터 작품을 배경으로 작업 중인 장인들의 모습. /토즈 제공

◇”어렵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해졌다”

전시장 입구 정면에는 거인의 발자국인 듯, 새빨간 네온사인 같은 고미노 슈즈 밑바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주얼 아티스트 페데리카 마랑고니 작품으로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시작하는 빨간색 네온 코일이 행사장 중앙을 가로지르며 고미노 밑창을 표현한다. 네온 코일은 마치 펄펄 끓는 쇳물 같은 느낌을 자아내며 전시장 열기를 후끈하게 돋운다.

전시장 입구에서 왼쪽으로 바로 보이는 건 가면을 만드는 장인의 모습.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의 가면을 제작한 장인 세르지오 볼드린이라고 했다. 이들은 토즈 제품의 가죽을 이용해 8개의 가면을 선보였다. 장인들의 예술작품이면서 기존 토즈의 가죽을 활용하는 지속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현지를 찾은 토즈의 브랜드 앰버서더 조이 역시 전시장을 꼼꼼히 살피며 장인들의 노고를 응원했다. 그 중 유리공예 장인인 로베르토 벨트라미는 조이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에서 전통적인 무라노 글래스를 만드는 벨트라미는 뜨거운 불에서 녹인 유리 재료를 입으로 불어 실물 사이즈의 고미노 슈즈를 탄생시켰다.

무라노 섬에서 웨이브 무라노 글래스라는 가족 기업을 운영하는 젊은 장인 벨트라미는 유리 고미노에 토즈의 시그니처 컬러인 오렌지빛을 담아내 영롱함을 배가 시켰다. 마치 굽 없는 신데렐라 구두랄까. 신데렐라가 굽이 있는 유리 구두를 신고 호박마차를 타고 파티에 나섰다면, 그의 유리 고미노를 신은 신데렐라는 호박마차 대신 스포츠카를 타고 질주할 것 같은 모습이 그려졌다. 벨트라미는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적으로 유리를 올바른 모양의 고미노로 성형하고 유리 스터드를 추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면서 “이러한 점 때문에 프로젝트가 훨씬 더 흥미진진해졌다.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꿈치 모양의 곤돌라 끝부분에 위치한 조종대인 포콜라(Forcola) 조각 장인 피에로 드리와 사베리오 파스토르의 작품도 신선했다. 나무를 깎아 조각한 장인의 손 모양 포콜라와 장인이 사용하는 도구인 바늘 모양을 형상화한 노를 선보였다. 램프 유리 공예 장인 루시오 부바코는 손에 바늘을 든 여성 장인과 그 옆의 신발과 도구가 올려진 테이블을 유리 실을 꼬아 표현. 전체 조각품은 사람의 얼굴 형태이고,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손에 바늘을 든 여성 장인이 보인다.

◇”젊은 장인들이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길 원해”

이번 전시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와 ‘핸드메이드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토즈의 이니셔티브인 ‘아트 오브 크래프트맨십’의 두 번째 챕터로, 작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소개된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영국 패션 사진작가 팀 워커가 토즈 제품에 사용된 도구와 소재를 기념하는 독창적인 사진을 선보인 바 있다.

토즈는 그간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과 예술, 문화 지원에 앞장서왔다. 로마 콜로세움 복원, 밀라노의 마리노 궁전 복원, 라 스칼라 극장 후원 등의 프로젝트에 이어 토즈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이탈리아관 파트너로 참여했다. 루카 세리차가 큐레이터로 참여하고, 아티스트 마시모 바르톨리니와 함께 설치 작품 ‘Due qui / To Hear’를 선보였다.

디에고 델라 발레 회장은 “우리의 전략은 품질, 수작업, 숙련된 장인,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최고 수준의 장인들이 필요하고, 장인들이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길 원했다”고 말했다. 델라 발레 회장은 “장인들 그 스스로나 그들의 작품 전시를 보는 대중에게나 장인의 직업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직업적 자부심을 극대화하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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