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NCT 도영이 압도한 밀라노...이탈리아 패션을 압도한 돌체앤가바나

최보윤 기자 2024. 4. 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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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앤가바나 창립 40주년 맞이 브랜드 최초 전시
7월 31일까지 밀라노 팔라초 레알레에서
패션 황금기를 구가하는 돌체앤가바나 저력
회화, 건축, 조각, 연극, 영화, 오페라 등 방대한 문화적 영감 펼쳐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앰버서더 배우 문가영.

‘비바 이탈리아! 이탈리아 만세!’

1950~1960년대 이탈리아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네오리얼리즘의 선구자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 속 한 장면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 월드컵 축구하면 떠오르는 정열 넘치는 이탈리아 팬들의 승리를 향한 구호를 이야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탈리아 밀라노 한복판, 두오모 성당을 바로 앞에 둔 전시관 팔라초 레알레를 장식한 전시를 보고나면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감탄사다.

1984년에 탄생해 창립 40년을 맞는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의 하우스 첫 전시는 브랜드의 아카이브 전시 그 이상이었다. 이탈리아의 예술, 유산, 문화에 대한 애정을 담은 장엄한 선언이었다.

브랜드 창립자인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

◇돌체앤가바나의 창조적 유니버스를 담다

지난 4월 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럭셔리 하우스 돌체앤가바나가 밀라노에서 연 전시 ‘From the Heart to the Hands(프롬 더 하트 투 더 핸즈·마음에서 손으로/장인 정신을 기리는 표현)’에 입장하기 앞서 설렘과 일부 우려도 교차했다. 40년이란 역사는 해외 명품 업계에선 그다지 긴 세월은 아니다. 100년, 200년을 훌쩍 넘고 대를 이어 명성을 유지하는 브랜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구한 전시들과 어떤 차별화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역사를 바탕으로 박물관 수준의 아카이브를 펼치는 브랜드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궁금증은 전시에 입장하기 전부터 한 시간에 가까운 기자 간담회를 통해 더욱 커져만 갔다. 저명한 교수이자 작가이며, 파리 장식 미술박물관의 디렉터와 덴버 미술관의 패션 및 텍스타일 아트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플로렌스 뮐러가 큐레이팅을 맡았다는 소식만으로도 전시 내용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준이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었다. 글로벌 럭셔리 패션 전시를 도맡아 하던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뮐러가 내뱉는 경탄에 가까운 소감을 직접 듣는 건 심장을 더욱 두근거리게 했다.

뮐러는 “이번 전시는 알타 모다(Alta Moda·여성 오뜨 꾸뛰르), 알타 사토리아(Alta Sartoria·남성 오뜨 꾸뛰르) 및 알타 조엘레리아(Alta Gioielleria·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통해 돌체앤가바나의 두 수장인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의 창조적 유니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초대”라면서 “시칠리아 출신의 도메니코 돌체와 밀라노 출신의 스테파노 가바나가 이탈리아의 깊은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회화, 건축, 조각, 인테리어 장식 또는 연극 예술, 영화, 오페라 등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적·문화적 참조를 풍부하게 담은 컬렉션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두 디자이너의 예술적 지식과 견해가 이렇게 방대하게 펼쳐졌을 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그들의 아카이브와 그들이 영감받은 현대 예술을 연결시키고 그들이 역으로 현대 예술에 미친 영향을 재해석하면서 보낸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4월 7일을 시작으로 오는 7월 31일까지 밀라노 팔라초 레알레에서 열리는 돌체앤가바나 브랜드 최초 전시 ‘From the Heart to the Hands: Dolce&Gabbana (Dal Cuore alle Mani: Dolce&Gabbana·달 쿠오레 알레 마니:돌체앤가바나)’는 밀라노 시 문화부가 후원하고 팔라초 레알레와 글로벌 이벤트 리더사인 IMG에서 제작했다. 밀라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문화 센터들을 돌며 개최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패션계의 ‘그랜드 투어’

큐레이팅을 맡은 플로렌스 뮐러는 기자들과 함께 전시를 투어하며 방 곳곳을 설명해줬다. 10개의 방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손의 진수를 경험하는 ‘핸드메이드’, 돌체앤가바나의 상징 중 하나인 ‘표범(레오파드)’, 베네치아(베니스) 전통 유리공예에 찬사를 보내는 ‘유리의 방’, 돌체앤가바나의 또 다른 상징 중 하나인 ‘새크리드 하트(Sacred Heart)’가 한 가운데 등장하는 ‘디보션’의 바로크풍 의상, 도메니코 돌체의 고향이자 돌체앤가바나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요소 중 하나인 ‘시칠리아 전통(Sicilian Traditions), 또 두 디자이너 수장이 빠져든 ‘오페라’의 풍성함 등 건축과 음악, 시각 예술 등 시대와 예술적 경계를 두지 않는 다양한 접근이 이뤄졌다. 플로렌스 뮐러는 “이게 바로 이탈리아 문화를 섭렵하는 ‘그랜드 투어’”라고 강조했다. 그랜드 투어는 과거 왕실이나 귀족 집안 자제들이 해외 유구한 문화 유산을 습득하기 위해 전시회나 미술관, 건축물 등을 돌며 문화적 소양을 키우는 여행을 말한다.

특히 그 모습은 전시를 기념하는 세 명의 젊은 디지털 아티스트의 신작에 이은 첫 번째 방을 통해 관람객을 수작업 한복판으로 여행하게 한다. ‘파토 아 마노(Fatto a Mano)’, 즉 핸드메이드 정신에 경의를 표하는 공간으로,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것은 프랑스의 아티스트이자 작가인 안 두옹(Anh Duong)이 서명한 그림이다. 자신의 자화상을 등장시켜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안 두옹은 돌체앤가바나의 ‘알타 모다’ 컬렉션의 그랜드 투어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을 선보인다.

네 번째 방인 ‘디보션’ 테마 속 바로크풍 분위기 역시 시대 여행을 떠나는 데 제격이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인데도 마치 성전처럼 압도적인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은 풍요로움을 뜻하고 시칠리아 블랙은 경건하면서도 정화의 느낌마저 준다. ‘알타 모다’와 ‘알타 조엘레리아’ 창작물을 담은 보물 상자와도 같은 곳이다.

글로벌 패션지 바자는 “‘라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라는 말이 요즘에는 다소 남용되고 있지만, 돌체앤가바나의 첫 번째 패션 전시회는 라 돌체 비타 그 자체”라면서 “이번 전시는 스테파노 가바나와 도메니코 돌체의 예술적 비전을 통해 이탈리아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여러 명의 장인들이 수백~수만 시간을 들여 만든 의상들도 전시돼 있다. 특히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5명이 6개월간 수를 놓아 완성한 망토, 오페라에 영감을 받아 크리스털과 스팽글로 대본 표지를 수놓은 미카도 코트 등은 방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하게 감탄사를 내뱉게 했다.

전시 관련 스케치/돌체앤가바나
‘From the Heart to the Hands: Dolce&Gabbana’의 전시 작품을 수작업하는 장인들의 모습.

◇전시에 등장한 진짜 장인

테마로 이뤄진 각 방의 구조는 미디어맵핑 기술이나, 벽면을 둘러싼 디지털 미술관 느낌 덕분에 여러 시대가 함께 공존하며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다. 보통 이탈리아 중정처럼 하늘에서 빛을 받는 구조로 전시장을 활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편이다. 이번 역시 자연광 느낌의 천장을 이용해 마치 야외에서 알타 모다 컬렉션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했다.

처음 볼때는 각종 디지털 전시 등 기존에 보지 못했던 방식을 도입한 것들에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다시금 전시를 복기해보니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차이를 느끼게 됐다. 실제 장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재현한 꾸뛰르 아뜰리에다. Ateliers, ornaments and volumes(아뜰리에, 장식품, 볼륨)라고 이름 붙은 이 방은 돌체앤가바나의 알타 모다, 알타 사토리아, 알타 조엘레리아의 공방처럼 특별한 시선을 제공한다. 패션 하우스의 아뜰리에를 충실히 재현하고 있는 이 공간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재단사, 재봉사 및 장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이 작품들의 창작 과정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브랜드의 근본이자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재단 아뜰리에는 다른 전시에서도 볼수 있었던 곳. 장인들이 옷을 다루는 시대별 사진이 함께 전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돌체앤가바나에선 실제 재단사들이 등장해 작업을 한다. 단지 사진을 위한 모델이 아니었다. 자신의 일에 대해 경건하게 생각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이들은 사진 포즈를 가끔 취해주기도 했지만 사진을 찍든 아니든 자신의 맡은 바 부분에 대해 쉼 없이 꼼꼼하게 원단에 손을 댔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전시된 놀라운 수준의 수공예품 외에도 이번 전시회와 돌체앤가바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남성복의 존재감”이라고 소감을 적었다. 패션 큐레이터인 플로렌스 뮐러는 “이런 방식으로 남성을 위한 쿠튀르를 만드는 다른 회사를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몇몇 꾸뛰르 하우스에서 남성복 테일러링을 도입한 적은 있지만 매우 드물었습니다. 테일러링은 프랑스의 꾸뛰르와는 정반대의 접근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테일러링은 구조에 관한 것이고 쿠튀르는 깃털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움과 의상에 풍성함과 화려함을 가미하는 주름잡기(드레이핑)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돌체앤가바나의 첫 전시 ‘From the Heart to the Hands: Dolce&Gabbana’가 4월 7일(일)부터 7월 31일(수)까지 밀라노에 위치한 팔라초 레알레에서 열린다. 돌체앤가바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브랜드 창립자인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의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이야기와 창작물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돌체앤가바나 제공

◇오페라 여성 주인공들의 주체성을 의상에 담아내다.

시칠리아 예술 전통 탐구 역시 계속됐다. 여덟 번째 방에선 바로크 시대의 대가이자 스투코(Stucco) 작업에 헌신해온 지아코모 세르포타(Giacomo Serpotta)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스투코는 골재나 분말, 물 등을 섞어 벽돌, 콘크리트, 어도비나 목조 건축물 벽면에 바르는 미장 재료를 말한다. 굳고나면 딱딱해져서 건물의 방화성과 내구성을 높이고 아름답게 만든다. 이 스투코를 이용한 드레스는 조각 작품에 오히려 더 가까워 보였다. 의상이지만 곧 설치 미술인 셈이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이번 전시는 특히 돌체앤가바나가 지난 2012년 처음 선보인 ‘알타 모다’(돌체앤가바나 여성 오뜨 꾸뛰르)에 등장했던 유리공예부터 시칠리아의 민속예술, 고대 바로크 풍의 디자인과 웅장한 사원 유적지의 건축물 디자인 등을 통해 이탈리아 문화의 우수성을 대신 이야기하는 듯하다”면서 “일반적으로 패션 브랜드는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명품에서 중저가 라인으로 확장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정반대로 장인정신을 선택하는 대담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들은 기성복에 영감을 주는 장인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의류뿐만 아니라 건축, 디자인, 도자기, 유리공예, 회화 등에도 적용되는 이탈리아의 풍부한 수공예 문화 유산을 소개하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플로렌스 뮐러가 돌체앤가바나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의상에 담긴 미술작품을 디지털 아트로 구현해 보면서 돌체앤가바나의 미학적 면모뿐만 아니라 학술적 깊이에도 반하게 됐다”면서 “오페라 방에선 마치 오페라 극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플로렌스 뮐러는 “돌체앤가바나가 오페라에 더욱 빠져든 것이 유명 오페라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내는 여성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면서 “대본, 배우, 음악, 의상 등 오페라의 총체적인 예술성을 넘어 시대정신을 주도하는 의미도 담아내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체앤가바나가 일부 신체가 드러나는 의상이나 여성의 곡선미를 강조하는 의상으로 가끔 화제가 되고는 하지만, 돌체앤가바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훨씬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에 대한 찬사에서 탄생한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밀라노 시 문화부 의원 통마소 사키는 간담회를 통해 “이탈리아 역사에 깊게 뿌리를 둔 두 명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선보이는 이탈리아의 유일무이한 장인 정신은 언제나처럼 풍부하다”면서 “패션이란 화려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지만, 보다 포괄적이고 넓은 비전 안에서의 하나의 표현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이 전시는 놀라운 쇼케이스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밀라노 돌체앤가바나 브랜드 최초 전시에 초청된 글로벌 앰버서더 배우 문가영/돌체앤가바나
밀라노 돌체앤가바나 브랜드 최초 전시에 초청된 글로벌 앰버서더 NCT 도영/돌체앤가바나

◇배우 문가영과 NCT 도영에게 쏟아진 전 세계적 관심

이날 리본 커팅식엔 돌체앤가바나 창립자인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 전설적인 모델 나오미 캠벨, 밀라노 시장 주세페 살라와 팔라초 레알레의 총괄 디렉터 도메니코 피라이나, 밀라노 시 문화부 의원 톰마소 사키가 참여해 밀라노라는 도시가 돌체앤가바나에 쏟는 관심과 후원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번 전시회는 이탈리아에 대한 러브레터이자 헌사였지만 현장을 찾은 많은 현지 팬들은 돌체앤가바나의 글로벌 앰버서더인 배우 문가영과 NCT 도영에게 열정적인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전시 공개를 기념하는 오프닝 이벤트에 참석한 문가영과 NCT 도영이 포토라인에 들어서자, 현장에 몰려든 팬들의 환호성은 팔라초 레알레는 물론 두오모를 뒤덮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이들은 돌체앤가바나 특유의 재단이 잘 드러난 블랙 슈트 정장을 입고 나와 세련되면서도 센슈얼한 면모를 마음껏 펼쳤다.

NCT 도영과 배우 문가영은 전시회 현장을 모두 둘러본 뒤 “돌체앤가바나의 다양한 예술성과 의상에 대한 접근 방식, 방대한 미학적 영감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큐레이터 플로렌스 뮐러는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자신들의 패션 하우스의 창립자이자 소유자로 꿈꾸는 것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디자이너”라면서 “덕분에 그들이 이 꿈을 실현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이 사랑하는 것 중 하나는 손의 지혜를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전시가 경의의 현장이자 산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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