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지원의 3단계

최지은 객원기자 2024. 4. 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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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밭 ‘함께하는사랑밭’
문화체험 프로그램 ‘독도비전트립’에 참여한 자립준비청년들. /함께하는사랑밭

경기도 한 그룹홈에 사는 10살 민수(이하 가명)는 학교생활이 버겁다.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들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겉돈다. 민수는 얼마 전 실시한 웩슬러 지능검사에서 지능지수(IQ)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 놓인 ‘경계선지능인’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18살 수영이는 고등학교 졸업 후 보육원을 퇴소할 예정이다. 자립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건 다름 아닌 식사다. 지금까지는 보육원 조리사 선생님들이 차려주는 밥을 먹었는데, 자립 후엔 인스턴트식품만 먹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22살 지민이는 지난해 보육원에서 나와 혼자 살고 있다. 월세를 내려면 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취업을 해야하는데 인턴 경험이 한 번도 없어서 고민이다.

보육원 아동이 겪는 어려움은 나이에 따라 제각각이다.학교생활, 자립준비, 경제적 안정 등 삶의 단계별로 부딪히는 장애물이 다르다. 자립 준비에도 단계가 필요하다. 비영리단체 함께하는사랑밭에서는 자립준비청년 생애주기에 맞춘 3단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단계는 그룹홈 아동 교육 지원, 2단계는 보육시설 퇴소 직전 청소년의 자립이행 지원, 3단계는 퇴소한 청년의 자립안착 지원이다.

1단계에서 집중하는 건 경계선지능 아동의 발굴과 지원이다. 경계선지능인은 IQ가 71~84로,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보다는 낮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경계선지능인은 13.6%지만 보육시설에서는 그 비율이더 높다. 현장 전문가들은 경계선지능인 비율을많게는 40% 수준에 이른다고 본다.집단 양육 환경에서 개별특성에 맞는 적절한 자극을 받지 못해 발달이 뒤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핵심은 조기 발견이다. 함께하는사랑밭은 그룹홈 아이들을 대상으로 선별 검사를 실시하고, 경계선지능 판정을 받은 아동에게 국어, 연산 등 기초교육과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한다. 아동양육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는 경계선지능 아동 특성과 지도 방안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그룹홈에는 물품과 현금을 지원해 교육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2단계는 자립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보육원 퇴소를 앞둔 청소년에게 일상에 도움 되는 실질적인 지식을 전달한다. 대표적으로 쿠킹클래스 ‘든든한 한 끼’ 사업에서는 총 10회에 걸쳐 식재료 보관법, 밥 짓는 법, 양념장 만드는 법 등을 알려준다. 음식을 완성하면서 청소년들은 자신감과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이밖에 돈 관리 법을 알려주는 금융경제교육, 심리상담 등도 진행 중이다.

3단계에서는 보육원을 퇴소한 청년을 대상으로 취업 멘토링, 긴급생계지원 등 경제적 자립과 연계된 지원을 한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야를 넓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탐방하는 ‘독도비전트립’을 진행했다. 양소영 함께하는사랑밭 사업운영본부장은 “대부분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은 보호시설에서의 퇴소 시점에 집중돼 있다”며 “앞으로도 주거빈곤, 실업 등 자립준비청년들이 부딪힐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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