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장 스트레스’…현명한 대화법이 궁금해요 [The 5]

권지담 기자 2024. 4. 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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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관계의 달’ 5월을 맞이하는 자세
정문정 작가가 말하는 ‘관계 스트레스 줄이는 대화법’
클립아트코리아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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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성년의날(20일) 부부의날(21일)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 또는 ‘관계의 달’이라 불립니다. 기념일마다 선물과 용돈을 준비하려면 5월에는 다른 달보다 많은 지출을 해야 합니다. 갈수록 커지는 비용 부담에 공포를 느끼는 메이포비아(Mayphobia)(5월인 ‘May’와 공포증을 뜻하는 ‘Phobia’를 합성한 단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는데요.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5월은 어쩌다 부담스러운 달이 된 걸까요?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말과 글로 마음을 전할 순 없는 걸까요?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와 스트레스 없이 대화하는 방법은 뭘까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쓴 정문정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The 1] 벌써 5월이 두렵다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문정 작가: 뭔가를 줘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 아닐까요? 5월엔 ‘뭘 해야 할까’보다 ‘돈을 얼마나 쓸까’란 마음이 강해서라고 생각해요. 10만원은 적은 것 같은데, 20만원이나 30만원은 또 과한가? 매번 얼마를 드려야 할지 고민하다 보니 마음이 무거운 거죠. 용돈이나 선물에 대한 인플레이션(물가 수준의 지속적인 상승)도 너무 커졌고요. ‘효도 플렉스’라는 말도 있잖아요.

관계는 할부라고 생각해요. 마음 표현을 몇 개월, 길게는 수십 개월 나눠서 써야 하는데 일시불로 플렉스(돈 자랑) 하고 싶은 거죠. 글이나 말로 마음을 표현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데, 봉투를 주는 건 상대적으로 쉽잖아요. 예를 들어 우리 엄마가 요즘 뭐가 필요할지 고민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20만원을 보내는 게 빠르니까요.

[The 2] 부모님에게 말로 마음을 표현하는 게 힘든 사람도 있어요.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건 더 그렇고요.

정문정 작가: 부모님은 ‘널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라는 전제를 깔고, 무언가를 꾸준히 요구해요. 보통 타인과 대화할 때는 돌려 말하거나 선의의 거짓말도 하게 되는데, 부모님 말에는 그게 없는 거예요. 부모와 자녀가 가깝다 보니 서로의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도 너무 잘 알고 있고요. 그래서 감정이 격해졌을 때 서로 급소를 찌를 확률이 높고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 같아요. 팬이 돌아서면 제일 무섭단 말도 있잖아요.

부모 세대는 항상 자식 세대에게 말을 걸려고 하거든요. 회사에서 부장님은 신입사원에게 “요즘 MZ는 뉴진스 좋아한다며?”라고 질문을 던져요. 친해지고 싶어서 한 말인데, 접근 방법이 잘못된 거죠. 좋은 대화는 상대방의 말을 듣다가 공통으로 나오는 단어나 관심 있는 주제가 있으면 그걸 키우는 거예요. 달고나에서 소다를 넣어서 부풀리듯이요.

게티이미지뱅크

[The 3]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 잘 대화하고 싶다면 일단 잘 들으라는 건가요?

정문정 작가: 사실 경청은 진부한 말이잖아요. 근데 카페에서 2명 이상이 나누는 대화를 10분만 들어보세요. 다들 집단적 독백을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말할 때도 다음에 자기가 무슨 말을 할지 계속 생각하고 있는 거죠. 침묵을 못 견디는 거예요. 뭔가 말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자꾸 말을 하다 보면 실수할 수밖에 없어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는 억지로 분위기를 풀려고 말을 꺼내기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뭘 보고 있어요. 그러면 “뭐 보고 있어?”로 시작하는 거죠. 이후에 “그게 왜 재밌어?” “뭐가 재밌어?”라는 식으로 이어갈 수 있고요. 이 사람이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The 4] 무례한 말을 들으면 당황하게 되잖아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정문정 작가: “오늘 화장을 야하게 했네?” 이런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면 침묵하거나 동조하지 마세요. 그냥 “제게 화장을 야하게 했다고 하셨네요?”라고 말해보세요.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울 때는 그 사람이 한 말을 똑같이 되돌려주기만 해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이 한 말을 들어보라는 거죠. 일종의 거울 치료라고 할까요?

칭찬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20대 때 ‘귀엽다’는 말을 들었는데 부끄러워서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고, 칭찬한 사람도 무안해졌어요. 그때 “제가 귀엽다고 생각하셨군요”라고 했다면 어떨까요? 칭찬이나 비난을 들었을 때 익숙하지 않아 (대응하는) 표현이 어려운데요. 그럴수록 입 밖으로 표현하는 연습이 더 중요해요.

[The 5] 직장에서 ‘관계 스트레스’도 크잖아요. 상사나 동료와는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정문정 작가: 과학자, 공대생의 언어를 쓰는 거예요. 대화에 필요한 단어의 정의를 명확하게 해서 해석의 여지를 줄이는 거죠.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해서 갔는데, ‘내가 말한 건 이게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만큼 짜증 나는 게 없잖아요.

객관적 수치를 중심으로 말하는 것도 좋아요. 근거를 꼭 붙이고요. “요즘 자몽티가 핫하대요”가 아니라 “인스타그램 자몽 해시태그가 1년 전보다 100% 올랐습니다. 얼마 전 유명 연예인이 자몽을 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거든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어때요? 오해도 줄이고 시간도 아낄 수 있죠. 각자 상황이 다른데 “네 마음 다 이해해”라고 말하거나 “나 때는 말이야”하면서 장황하게 말하는 방식도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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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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