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랄 만한 시작, 티파니의 ‘경이로운’ 전시에 가다

최보윤 기자 2024. 4. 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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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노드 갤러리에서 펼쳐진 ‘티파니 원더’
지금 티파니를 만든 획기적 제품, 디자이너들, 윈도 디스플레이 등 역사를 한 눈에
티파니 블루 색상의 태피스트리로 벽면을 가득 채운 전시장. 티파니의 유명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의 모습을 비롯해 역사적인 사건이 기록돼있다. 티파니의 역사이자 처음엔 주문서로 이용됐던 블루북 등이 전시돼있다. /티파니 제공

프랑스 주얼리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의 상징적인 그 새(bird)가 뉴욕에서 도쿄까지 1만 킬로미터 이상을 날아 128.54 캐럿의 티파니 다이아몬드 위에 둥지를 틀었다. ‘버드 온 어 락’(bird on a rock·바위 위의 앉은 새)이란 이름의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유명한 옐로 다이아몬드이자 티파니의 명성을 더욱 세계에 알린 다이아몬드와 어우러져 50년 가까이 보는 이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해왔다.

‘경이로운’이란 단어의 뜻을 한 번 더 곱씹게 되는 전시, 고급 주얼리 하우스 티파니(Tiffany)의 ‘티파니 원더(Tiffany Wonder·티파니의 경이로움)’가 지난 4월 12일부터 6월 23일까지 일본 도쿄 노드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187년 역사의 장인 정신, 창의성, 티파니 컬렉션의 경이로움을 기념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수백여 점에 달하는 하우스의 마스터피스, 전설적인 티파니 다이아몬드, 그리고 다양한 컬렉션을 통해 티파니의 장인 정신, 창의성, 전통과 현재에 이르는 티파니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총 10개의 방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대형 디지털 전시인 ‘티파니의 세계’를 시작으로 벽에 거는 태피스트리에 티파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연도별로 디자인한 ‘놀랄 만한 시작, 티파니의 역사’, 티파니를 상징하는 디자이너들의 놀랄 만한 작품이 모인 ‘디자인의 경이로움’, 네 번째 방에는 티파니의 역사적인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의 ‘상상의 정원’, 다섯 번째는 일본과 티파니의 역사를 담은 ‘일본과 사랑에 빠지다’로 이어진다.

또 여섯 번째는 공공 미술 같은 느낌까지 자아내는 티파니의 윈도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는 ‘꿈의 경이로움’, 일곱 번째는 그 유명한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을 비롯해 ‘위대한 개츠비’ 등 티파니가 영화에 남긴 영향을 선사하는 방, 여덟 번째는 각종 트로피 등을 전시하는 ‘축하의 기쁨’, 아홉 번째는 프랑스 왕실의 역대 보석을 비롯한 다양한 전설적인 다이아몬드가 모여있는 ‘다이아몬드 의 왕’, 마지막 열 번째는 티파니의 상징이자 DNA인 ‘티파니 다이아몬드’ 중 128.54캐럿의 ‘버드 온 어 락(Bird On a Rock 바위 위에 앉은 새) 펜던트가 대미를 장식한다.

쟌 슐럼버제의 ‘버드 온 어 락’을 다양하게 표현한 것. 1965년엔 브로치로 시작해 128.54캐럿의 티파니 다이아몬드에 새가 올라간 디자인으로 사용되면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버드 온 어 락'의 역사를 만나다.

티파니를 이야기할 때 ‘티파니 다이아몬드’와 함께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버드 온 어 락’. 전시장 입구를 장식한 대형 ‘새’ 조형물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은 티파니의 고급 보석의 대명사나 마찬가지로 자리잡은 ‘버드 온 어 락’은 전시장에서 또 다시 찬란하게 빛난다. 다이아몬드에서부터 자수정, 탄자나이트, 아쿠아마린, 시트린 등 다양한 원석에 둥지를 튼 새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버드 온 어 락’의 탄생 초기 모습도 볼 수 있는데 바로 코발트 블루의 라피스 라줄리 위에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새가 올라 있다. 정말 이름 그대로 바위 위에 앉은 새의 모습이다. 루비로 된 눈은 마치 살아있는 새처럼 눈빛에 생동감이 있다. 버드 온 어 락은 쟌 슐럼버제가 아시아와 카리브해 지역으로 떠난 여행에서 만난 유황앵무새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1965년 자신의 친구에게 선물한 디자인이 시초다.

버드 온 어 락은 1995년 티파니의 전설적인 다이아몬드를 디자이너의 기발한 디자인에 세팅하면서 ‘역사’가 또 창출됐다. 버드와 128.54캐럿의 옐로우 다이아몬드를 결합하기로 한 결정은 두명의 대담한 몽상가, 쟌 슐럼버제와 티파니의 창립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를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티파니는 파리 장식 미술관에서 열린 쟌 슐럼버제 회고전에서 이 디자인을 공개했고, 원래의 브로치 디자인을 바탕으로 장인이 직접 선별하고 수작업으로 완성한 ‘경이로운’ 젬스톤들로 재탄생시켰다.

①주얼리 디자이너 안젤라 커밍스가 티파니를 위해 제작한 나비 날개 모양의 블랙 오팔 네크리스. ②24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와 13캐럿 이상의 7개의 페어 쉐입으로 커팅된 에머랄드로 구성된 네크리스. 레이디 가가가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2022 영국 아카데미 필름 어워드 참석 당시 착용했다. ③금,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세 가지 조합으로 탄생한 네크리스. ④1876년 제작된 일본에서 영감을 받은 꽃과 조류 테마를 묘사한 네크리스

◇주먹만한 유색 보석 디자인이 한 자리에

이 디자인의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은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에드워드 C. 무어, 조지 폴딩 판햄, 쟌 슐럼버제, 엘사 페레티, 팔로마 피카소 등 티파니 하우스에 오랜 영향을 준 디자이너들을 기념한다.

전시장을 돌다보면 입이 저절로 떡 벌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주먹 만한 유색 보석을 단 목걸이 등이 관객을 맞기 때문. 바로 715캐럿이 넘는 쿤자이트 목걸이다. 팔로마 피카소가 디자인한 이 목걸이는 티파니와 함께한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젬스톤으로 디자인한 10개의 작품 중 하나다. 쿤자이트는 티파니의 레거시 젬스톤으로, 티파니가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세상에 선보인 스톤이다. 드라마틱한 진주 네크리스에 파베 다이아몬드가 ‘X’ 리본으로 핑크 젬스톤을 장식한다.

역시 팔로마 피카소의 디자인으로 그가 티파니 근무 5주년인 1985년, 블루북을 위해 디자인한 작품인 FIFTH ANNIVERSARY NECKLACE (피프스 애니버서리 네크리스)다. 총 416캐럿 이상의 젬스톤이 들어간 이 디자인은 제작하는데 900시간 이상이 걸렸다. 15개의 서로 다른 젬스톤은 희귀한 9캐럿 탄자나이트부터 67캐럿이 넘는 루벨라이트까지 다양하다.

‘티파니 원더’ 전시의 입구.
티파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연도별로 보여주는 ‘놀랄 만한 시작, 티파니의 역사’ 전시관 .
4월 11일 진행된 ‘티파니 원더’ 전시 기념 행사 전경.

◇일본과의 인연

티파니와 일본의 인연은 1837년 브랜드 설립 당시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미국 시장에서 흔하지 않은 일본에서 수입한 컬렉션들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전시가 진행되는 토라노몬 힐스 스테이션 타워에 위치한 도쿄 노드(Tokyo NODE) 갤러리는 미국 뉴욕에서 랜드마크(The Landmark)로 잘 알려진 하우스의 5번가 플래그십 스토어의 리뉴얼을 담당한 유명 건축회사인 OMA가 설계했다. 티파니 뉴욕과 일본과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OMA는 이번 이번 전시의 큐레이션을 진행하며, 브랜드 티파니와의 여정을 이어간다.

‘티파니 원더’ 전시는 하우스의 정체성, 유산, 창의성, 그리고 장인 정신에 중점을 둔 다양한 10가지의 테마들로 구성되어 있다. 테마별 전시 공간에서 최초의 티파니 블루 북 메일 오더 카탈로그, 처음으로 사용된 블루 박스 중 일부, 상징적인 티파니Ⓡ 세팅(TiffanyⓇ Setting) 웨딩 링 등 약 200년 간의 브랜드 역사를 보여주는 특별한 컬렉션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

티파니의 프로덕트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브랜드 전반을 총괄하는 부사장인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경이로움(wonder)은 1837년 런칭 이래 우리의 DNA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우리의 디자인과 수작업으로 제작된 각각의 제품들은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에 영감을 주는 우리의 사명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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