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차출이 어려워서? 인도네시아는 차출에 귀화까지 해냈다… 다른 나라는 어땠을까?

김태석 기자 2024. 4. 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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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유럽파들을 차출하는 게 어렵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게 2024 파리 올림픽 본선행 실패의 주된 이유가 될 수 없다. 한국을 꺾은 인도네시아는 차출 협조뿐만 아니라 선수의 귀화까지 악착같이 해내며 전력을 강화했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비단 인도네시아만 그랬던 게 아니다. 그래서 유럽파 차출이 불발된 것은 행정과 외교의 실패가 아닌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 국가대표팀은 26일 새벽(한국 시각)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카타르 U-23 아시안컵 8강 인도네시아전에서 2-2로 무승부를 거둔 후,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1988 서울 올림픽부터 이어오던 올림픽 본선 연속 진출이 끊기는 최악의 굴욕을 경험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결과에 26일 아침 한국 축구계는 황망한 반응이 가득하다. 경기 후 퇴장당한 명재영 코치는 유럽파 선수들의 차출이 불발되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대회 실패 원인을 자평하기도 했다. 그리고 배준호·양현준·김지수 등 팀의 핵심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유럽파들의 합류 실패는, 대회 전후로 한국 내 미디어와 축구계에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맞긴 했다.

하지만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의 공백만이 파리 올림픽 본선행 실패의 주된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이 선수들을 데려오지 못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한국을 집으로 돌려보낸 인도네시아의 준비 과정을 살피면 이 반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인도네시아가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은 후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 회장의 발언을 살펴보자. 토히르 회장은 팀의 8강 진출이 확정된 후, 도하 현지에서 인도네시아 매체와 즉각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토히르 회장은 신태용 감독의 전략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유럽 클럽들이 우리 선수들의 차출에 협조하도록 많은 노력을 했었다"라고 협회 차원에서의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그렇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를 위해 이바르 제너(용 위트레흐트/네덜란드)·마르셀리노 페르디난(데인즈/벨기에)·라파엘 스트라윅(ADO 덴 하흐/네덜란드), 나탄 추아온(헤이렌베인/네덜란드) 등 총 네 명의 유럽파를 소집했다. K리그1 소속 수원 FC에 소속된 프라마타 아르한까지 합하면 총 다섯 명의 해외파를 가동했다.

참고로 언급된 선수들은 지난 2월 폐막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인도네시아의 주력으로 쓰인 바 있다. 이중 아르한은 수원 FC 소속으로 단 한 경기도 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다. 소속팀 입장에서는 새해에 돌입한 후 이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넉 달을 보낸 셈이다. 이처럼 단기간에 장기간 선수를 차출하면, 그 선수가 아무리 즉시 전력감이 아니라고 해도 클럽 처지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중 제너와 추아온은 제법 팀 내에서 제법 비중있는 로테이션 멤버로 대우받는 선수들이다.

인도네시아가 최적의 전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점은 비단 차출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는 차출보다 더 어려울 수 있는 선수들의 인도네시아 귀화까지 이끌어냈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토종'들의 힘만으로는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유럽에서 뛰는 '혼혈' 선수들을 적극 팀에 수혈하려고 했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있던 지난 2월 말 한국에서 잠깐 휴가를 보내자마자 곧바로 네덜란드로 날아가 혼혈 선수들을 살폈으며, 이 과정에서 네덜란드 국적이던 추아온을 인도네시아로 귀화시켰다.

추아온의 정확한 인도네시아 국적 취득일은 2024년 3월 11일이었다. 즉, 이번 한국전에서 승부차기까지 모두 소화한 미드필더 추아온은 불과 50일 전에는 인도네시아가 아닌 네덜란드 선수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속전속결로 선수 차출뿐만 아니라 귀화까지 성공했다.

비단 신 감독이 아이디어를 내고 발로 뛰어 낸 결과가 아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면 선수 차출과 귀화까지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한국은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대회에서 해외파를 사실상 활용하지 못했다.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미국)와 김민우(포르투나 뒤셀도르프/독일) 단 두 선수에 불과하다.

돌이켜 보면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신태용호는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뛰던 황희찬은 올림픽 본선행이 확정되는 순간 곧바로 클럽에 돌아간다는 조건으로 데려온 적이 있다. 4년 뒤 2020 AFC 태국 U-23 아시안컵 당시에는 프라이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정우영을 결승까지 뛰게끔 했다. 이 선수들을 데려오는 과정이 꽤나 껄끄러웠지만, 어쨌든 협조를 이끌어 내 올림픽 티켓을 따는데 쏠쏠하게 활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데려오고 싶었을 선수를 거의 쓰지 못한 셈이다.

다른 팀들은 어땠을까? 호주는 일곱 명의 해외파 선수를 호출했다. 일본과 우즈베키스탄은 다섯 명, 이라크는 네 명, 타지키스탄은 여덟 명이었다. 한국은 중국(2명)·태국·말레이시아(이상 1명)과 더불어 해외파 선수를 가동할 수 있는 팀 중 가장 적은 축에 속한 상태에서 대회에 임했다.

단순히 의무 차출 규정에 속하는 대회가 아니라 선수 차출이 어려웠다고 하기에는 다른 팀들은 정말 열심히 뛰며 최대한 해외파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U-23 아시안컵 본선에 차출이 어려운 건 한국이든 다른 나라든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그간 인터뷰에서 유럽파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능하다고 확언하지 못했던 황 감독의 지난 발언들은 돌이켜보면 너무도 안타깝다. 온전히 혼자 고민하고 발로 뛴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수를 확실히 데려올 수 있다고 답하지 못했었던 황 감독의 발언과 반응이 선수 차출을 위한 행정 및 외교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음이었다고 본다. 단순히  아시아 축구의 급성장에 따른이변의 희생양이라는 식으로 넘어가선 안 될 이유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인도네시아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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