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이 본 신간] 모비딕 외

이상주 2024. 4. 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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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왕' '폭풍의 언덕'과 함께 영어로 쓰인 3대 비극으로 꼽히는 '모비딕'이 출간 13년 만에 전면 개역판으로 나왔습니다.

공포와 외경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흰색 고래 모비딕에게 한쪽 다리를 빼앗긴 뒤 복수를 위해 대서양으로 인도양으로 태평양으로 추적을 거듭하는 에이해브 선장과 그와 한배에 올라탄 선원들의 처절한 결투와 종말을 그린 작품으로,

아름답고 힘겨운 항해 끝에 모비딕과 만나지만, 복수의 순간은 파멸이었고 수많은 욕망과 질문, 감정은 바닷속으로 조용히 가라앉습니다.

허먼 멜빌이 서사시적 산문체로 써내려간 이 작품은 서두부터 고래에 대한 어원 탐구와 발췌록 문헌이 등장하고, 포경선을 탄 이력이 있는 작가의 체험과 도서관에서 조사하고 연구한 고래와 포경에 대한 갖가지 지식이 망라된 독특한 구조로 출간 당시 어렵고 낯설다는 이유로 외면당했지만, 작가가 죽고 30여 년이 지난 후 재평가되면서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이 됐습니다.

김석희 번역가는 전면적으로 원고를 대조·수정했는데 기존판에 역주 150여 개를 추가해 '모비딕'의 깊고 넓은 세계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코미디언 신경과학자'로 알려진 딘 버넷의 신작입니다.

코로나19로 급작스럽게 아버지를 잃은 뒤 저자는 다스리기 어려운 감정의 파도와 마주하게 됩니다.

마음을 뒤흔드는 감정이라는 기이하고 실체 없는 현상과 그 원인을 파악하고 이해해 나가는데 애도의 과정에서 집필하기 시작한 이 책은 이성과의 대척점에 있는, 나를 울고 웃게 하고, 얼굴색을 변화시키며, 나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감정'이라는 현상에 관한 기록이자 집요한 탐구서입니다.

눈물샘을 지배하는 감정의 생리학부터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속 사회적 감정까지, 이 책에서 해부하는 감정의 이모저모는 갈팡질팡 마음을 뒤흔드는 감정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대 제국의 전차부터 21세기 초강대국의 스텔스기와 크루즈 미사일까지. 인류는 멸종 앞에서 언제나 삶을 뒤바꿔 놓은 기술을 만들어냅니다.

전쟁의 역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50가지 무기와 전술이 어떻게 출현하고 사용되고 발전했으며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알려주는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습니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로빈 크로스는 군사 역사와 영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데 기원전 2600년께의 야생 당나귀가 끄는 통짜 바퀴가 달린 최초의 전차부터 오늘날 사이버 공간에서 은밀하지만 치열하게 벌어지는 사이버 전쟁까지, 당대 최고의 기술 집약으로 역사를 바꾼 신무기와 혁신적인 전술에 관한 내용을 풀어냅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쟁 무기의 형태와 쓰임이 어떻게 변했는지, 참담한 결과나 완벽한 승리를 가져온 전쟁 무기와 사라지거나 살아남은 무기의 이유 등을 설명하는데 전쟁을 위한 기술 발전이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어떤 위험을 안겼으며 어떻게 역사를 바꾸어왔는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자 다카미즈 유이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연구 생활을 하며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가르침을 받은 물리학자입니다.

시간은 정말 한 방향으로만 흐를까? 시간에 대칭성이 있다면 미래에서 과거로 흐르는 시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수백 년 과학사를 뒤흔든 궁극의 질문에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제자가 대답합니다.

방향과 속도는 무엇이 결정할까? 미래의 기억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할까? 시간의 인과율부터 시간의 역행 가능성을 암시하는 시간의 양자화,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순환 우주까지. 현재 과학의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연구성과를 저자의 기발한 상상을 더해 소개합니다.

1차 혹은 2차원인 세상에서는 복잡한 회로나 생명체 구조를 만들어낼 수 없어 지적 생명체가 탄생할 수 없습니다. 반면 4차원이 되면 공간이 불안정해집니다.

시간도 2차원 혹은 3차원이 될 수 있는데 2차원 평면상에서 시간은 원을 그리며 원래 위치로 돌아갈 수도 있어 이론상 과거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반면 그만큼 세상이 뒤죽박죽 될 수 있는데 저자는 시간의 차원이 더 있더라도 아주 미미해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합니다.

호킹 박사처럼 저자는 설명할 때 복잡한 물리학 수식을 거의 쓰지 않고 비전공 학생이나 일반인 대상으로 교양 강의를 하듯, 말로 대부분의 풀이를 이어가며 유쾌하고 발랄한 어투로 독자를 안심시킵니다.

2018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희영 작가의 첫 중편소설로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한 고등학생이 흉터를 얻으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 '인시울'은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는데 거울 속 얼굴은 흐릿한 안개, 색색의 블록처럼 그때그때 다른 추상적 형상일 뿐입니다. 어느 날 그는 얼굴에 난 흉터만큼은 거울에 선명하게 비친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는데 시울은 흉터를 통해 자아를 들여다보고 다른 이들의 '진짜 얼굴'을 포착해 냅니다.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는 책으로 생전 처음으로 진짜 얼굴을 일부분 마주하게 되는 계기가 '흉터'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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