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좀 받아줘요" 노량진 고시원 설득…9년째 사비로 돕는 경찰

정세진 기자 2024. 4. 26. 10: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3일 경찰청장 집무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선행·모범 경찰관 8명을 격려하는 이날 행사에 9년째 사비로 노숙인들을 지원한 이성우 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지구대 팀장(경감·56)도 주인공으로 자리했다.

이 팀장은 몇 달간 노숙인들과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이 팀장은 "노량진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 60대 노숙인 A씨가 편의점에서 강도짓을 하다 잡혀 왔다"며 "그에게 김밥을 사주며 마음을 써주자 욕설을 하던 그가 울면서 '배고파서 그랬다'며 사죄했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성우 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지구대 3팀장(앞줄 가운데)과 팀원들. 이 팀장은 9년째 사비를 들여 노숙인을 지원하고 있다./사진=이성우 경감


23일 경찰청장 집무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선행·모범 경찰관 8명을 격려하는 이날 행사에 9년째 사비로 노숙인들을 지원한 이성우 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지구대 팀장(경감·56)도 주인공으로 자리했다.

이 팀장은 2014년 지인 소개로 노숙인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 봉사를 시작했다. 2016년 노량진지구대 근무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노숙인들을 도왔다.

당시 노량진지구대에는 노숙인이 행인을 향해 욕하고 술에 취해 시민들에게 시비를 건다는 112신고가 자주 접수됐다. 이 팀장은 신고 처리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쉬는 날이면 노량진역으로 가 노숙인과 만났다. 3개월간 함께 식사를 했다. 주변 목욕탕 사장에게 부탁해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 노숙인들이 씻도록 했다.

당시 이 팀장은 노숙인이 무전취식 등 범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최소 생계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한다. 기초수급자 등록을 위해선 거주지가 필요하지만 세입자로 노숙자를 받아주는 집주인은 없었다.

이 팀장은 한 고시원 사장을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했다. 고시원 사장은 이 팀장이 입주해 노숙인을 관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입주를 허락했다. 이 팀장은 몇 달간 노숙인들과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그는 현재까지 길에서 만난 노숙인 25명에게 거처를 마련해줬다고 한다.

이성우 경감이 지원하는 노숙인들과 지난 겨울 서울 중구 덕수궁에 놀러가 찍은 사진./사진=본인 제공


이 팀장은 돈이 없을 땐 헌혈하고 받은 햄버거 세트 교환권으로 노숙자를 지원했다. 대한적십자사 서울남부혈액원 헌혈홍보위원인 그는 현재까지 144회가 넘는 헌혈을 했다. 그는 "온정으로만 이 분들을 돕긴 힘들다고 느꼈다"며 "이때부터 공부해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땄다"고 했다.

이 팀장은 "노량진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 60대 노숙인 A씨가 편의점에서 강도짓을 하다 잡혀 왔다"며 "그에게 김밥을 사주며 마음을 써주자 욕설을 하던 그가 울면서 '배고파서 그랬다'며 사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을 꾸준히 지원했는데 결국 심정지로 돌아가셨다"며 "그분 장례식에서 형제들이 '가족도 못한 일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해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퇴직 후에도 이웃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