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와 만나는 순간 위해… 홀로 끝없이 연습하는 게 지휘자”

이정우 기자 2024. 4. 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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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연주자는 혼자 연습하면서 소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지휘자는 평소에 실제 소리를 확인할 수 없어요. 오케스트라와 만나는 짧은 순간을 위해 홀로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하는 게 다죠. 그래서 오케스트라와 무대를 함께하는 그 짧은 순간에 새로운 걸 시도하고, 그 순간 배울 수밖에 없어요."

이승원은 "무대 위에서 유일하게 직접 소리 내지 않는 사람이면서 손짓 하나로 오케스트라 전체의 소리를 좌우한다는 점"이라며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들으면 지휘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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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코 콩쿠르 우승’ 이승원
“단원 100명 모두 생각 달라
하나로 통일할 설득력 필요”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휘자 이승원. 콩쿠르가 열렸던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22일 귀국했던 이승원은 27일 ‘2024 교향악 축제’로 경기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춘 뒤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목프로덕션 제공

“악기 연주자는 혼자 연습하면서 소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지휘자는 평소에 실제 소리를 확인할 수 없어요. 오케스트라와 만나는 짧은 순간을 위해 홀로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하는 게 다죠. 그래서 오케스트라와 무대를 함께하는 그 짧은 순간에 새로운 걸 시도하고, 그 순간 배울 수밖에 없어요.”

오케스트라 앞에 우뚝 선 무대 위의 지휘자는 화려해 보이지만, 악보 하나에 의지한 채 홀로 작품과 씨름하는 무대 밖의 지휘자는 고독하다. 그리고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생각이 다른 단원들을 설득해내야 한다. 세계 3대 지휘 콩쿠르인 말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승원(34)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보통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과반수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연륜도 많다”며 “그렇지만 지휘자는 리더로서 단원 100명이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음악을 하나로 통일시킬 설득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리허설에 와서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반면, 지휘자는 첫 리허설 전에 곡의 모든 부분을 어떻게 할지 완벽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이승원은 국내 대표 현악 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일원이었다. 이승원이 활동할 당시 노부스 콰르텟은 음악적으로 이미 인정받던 상황. 그런데 2017년 이승원은 어렸을 적 오랜 꿈을 위해 보장된 비올라 연주자 대신 불확실한 지휘의 세계에 투신했다. 그가 생각하는 지휘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승원은 “무대 위에서 유일하게 직접 소리 내지 않는 사람이면서 손짓 하나로 오케스트라 전체의 소리를 좌우한다는 점”이라며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들으면 지휘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진짜 좋다’고 느끼는 건 공연 중에서예요. 오케스트라 소리를 가장 가까이, 공연장 한가운데에서 듣잖아요. 제가 트럼펫에 사인을 주면, 트럼펫 주자가 핏대를 팍 올리면서 얼굴이 터져라 불어요. 분명 저를 향해서 불고 있는데, 직접 들리지 않고 공연장 천장과 벽에 반사돼 소리가 제 뒤통수를 때려요. 짜릿하죠. 도파민이 제대로 나와요. 지휘자가 장수하는 것과도 연관 있대요.”

지휘자로서 이승원은 밸런스(균형)를 중요시 여긴다. 음악을 해석하는 것과 사람과 소통하며 타협하는 것 사이의 균형. 관객과 연주자, 작곡가 사이의 균형. 그리고 리허설에서 자신이 준비한 것을 지시하는 것과 현장의 소리를 듣고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것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허설에서 제가 준비한 것만 하면 단원들이 ‘얘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구나’ 하거든요.”

이승원은 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오슬로 필하모닉, 댈러스 심포니 등 세계 24개 악단과 협연한다. 북미와 유럽 본토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이승원으로선 “하나하나 굉장히 중요한 연주”들이다. 독오(독일·오스트리아) 레퍼토리가 자신 있다는 이승원은 “음악적 식견이 쌓이면 브루크너의 교향곡이나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같이 규모가 크고 난도가 높아 국내에선 만나기 쉽지 않은 작품들이다.

착실히 자신의 길을 향해 전진하는 이승원 본인이 생각하는 지휘자로서 장점은 무엇일까. 한동안 뜸을 들이던 그는 말코 콩쿠르 심사위원장이었던 파비오 루이지의 말을 전했다. “클래식 음악은 유럽이 본토라서 동양인 지휘자라고 하면 편견이 없기 힘든데, 이방인이란 게 느껴지지 않고, 어떤 작품을 연주하든 작곡가가 잘 드러나서 작곡가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느꼈대요. 한국인 지휘자로서 갖기 쉽지 않은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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