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책도 공범”…고수익 함정에 범죄 연루 ‘주의’

안승길 2024. 4. 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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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전화금융사기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누구나 쉽게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액 알바'란 꾐에 넘어가 사기 조직의 현금 수거책이 되는 일이 빈번한데요.

몰랐단 말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범죄란 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아파트 입구에서 노인에게 현금을 건네받습니다.

잠시 뒤 경찰에 체포됐고, 잡혀가는 순간까지 누군가와 통화합니다.

[전화금융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윗사람이 집사람한테 계속 통화해서 돈이 준비됐다 하니 온다고 하더라고…."]

빈손으로 택시에서 내리더니, 곧이어 종이 가방을 들고 나타난 이 남성, 가방 안엔 한 60대가 건넨 현금 3천4백만 원이 있었습니다.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음성변조 :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저희 직원분 계속 그쪽으로 이동 중이니까…."]

의심스런 낌새를 눈치챈 피해자가 전화 통화에 따라 만난 직원은 20대 여성.

돈 가방을 건네는 순간 잠복하던 경찰에 붙잡힙니다.

이들 모두 전화금융사기 조직에 고용된 현금 수거책.

금융사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현금을 받은 뒤, 자기 계좌 등을 거쳐 윗선에 전달합니다.

퀵서비스로 신분증과 카드를 받아 현금을 직접 뽑다가 붙잡히기도 합니다.

'대포 통장'을 통해 계좌로 돈을 가로채던 사기범들이 30분 지연 인출이나 거래 정지 등 대책을 피해 수거책을 활용하는 겁니다.

최근 3년 발생한 피해 가운데 이처럼 수거책을 활용한 대면 편취 비중은 61%가 넘습니다.

[양재승/전북경찰청 강력계장 : "관련 수법들이 계속 진화하면서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구직인들을 범행의 도구로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현금을 모아 윗선으로 옮기는 환전상이나, 해외 전화를 국내 번호로 조작하는 이른바, 변작중계기 조직에 비해 외부 노출이 쉬워, 주된 검거 대상이 되는 게 현실.

지난해 붙잡힌 전화금융사기범 2만 2천여 명 가운데 수거책 등 하부 조직원은 9천2백여 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고액 알바'를 미끼로 엮인 경우가 잦은데, 범죄란 걸 몰랐다고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박종승/전주대 경찰학과 교수 : "최근엔 어떻게 현금 수거책으로 접근했냐,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거라 판단하고 사건으로 입건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집니다. 사기 범죄의 공범이 되는 거기 때문에…."]

이 같은 현금 수거책의 처벌 수위는 어떨까?

실제 윗선의 의도를 몰랐단 이유로 무죄가 선고돼도, 상급심에서 실형이 내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비대면 채용 직후 현금 수거를 맡거나, 타인 명의로 입금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미필적으로라도 사기와 연루된 걸 알 수 있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수수료나 세금을 줄이려 한단 말에 자기 계좌로 돈을 옮겨줬을 뿐이란 항변 역시, 금융실명법 등을 어겨 사기를 방조한 거라고도 했습니다.

반면 전주와 춘천 등 여러 법원은 수거책이 감시망을 피하려 백만 원 이하로 나눠 출금한 걸 은행에 대한 업무방해로 봤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는데 지나치게 좁은 법리 해석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구인 광고 모니터링과 금융사 배상 책임 강화 요구가 큰 가운데, 국회는 지난해 피해자 보호를 위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개정했습니다.

수거책을 통한 대면 편취까지 피해 구제 범위를 넓힌 겁니다.

[이수환/전 국회 입법조사관/변호사 : "수사기관이 지급 정지를 직접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생겼고, 1년 이상 유기징역, 범죄 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도 병과할 수 있게…."]

한편 수거책으로 붙잡혀도 무죄나 집행유예가 가능하다고 광고하는 일부 법조계 행태가, 범죄에 대한 인식을 보다 무뎌지게 할 수 있다는 씁쓸한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그래픽:전현정

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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