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대표에게 설득되셨나요?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4. 4. 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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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사진=스타뉴스DB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최근 불거진 모회사 하이브와의 분쟁에 대해 그야말로 '격정의 심경토로'를 했죠. 이 기자회견을 보며 민 대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는 이들도 적잖습니다. 뉴진스라는 걸그룹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아울러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그를 보좌하는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민희진 걸그룹'을 꽤 견제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사태의 본질에는 그다지 가까이 가지 못한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그 '본질'은 무엇일까요? 하이브는 당초 민 대표가 이끄는 어도어의 경영권 찬탈 시도를 문제삼으며 감사권을 발동했습니다. 물론 민 대표는 이를 부정하며 하이브의 새 걸그룹인 아일릿의 뉴진스 콘셉트 카피를 키워드로 꺼내들었죠.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 사태의 핵심, 그리고 향후 검찰 고발을 통해 밝혀질 부분은 바로 경영권 찬탈 시도 여부입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민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자세를 취했을까요?

하이브는 기자회견에 앞서 "감사 결과 민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대화록도 공개했죠. 이에 따르면 '글로벌 자금을 당겨와서 하이브랑 딜하자', '하이브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리티컬하게 어필하라',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 '5월 여론전 준비',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서 데리고 나간다'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한 하이브는 민 대표를 포함한 어도어 경영진의 대화방 캡처 사진을 보면, '2025년 1월 2일에 풋옵션 행사 엑시트', '어도어는 빈 껍데기 됨', '재무적 투자자를 구함',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민 대표님은 캐시 아웃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 등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민 대표는 "대박"이라고 답했죠.

이런 구체적 정황이 담긴 대화와 문건에 대한 민 대표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담이었다." 사적인 대화였을 뿐, 아무런 의도가 없다는 뜻입니다. 하이브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물증을 제시했는데 "사담을 진지하게 포장한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자신을 매도한다고 맞받아쳤죠. 

사진=스타뉴스DB

민 대표의 말은 할수록 거칠어졌습니다. "노는 얘기로 한 걸 두고 '진지병' 환자들처럼 그러는 것"이라면서 "아저씨들, 미안하지만 '개저씨'(개+아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온갖 카톡을 야비하게 캡처하고 있는 것이다. 전 명예가 중요한 사람인데, 이 XX들이 내가 명예가 중요한 사람인 걸 아니까 그걸 이용하고 있다"고 쏘아붙였죠.

사담(私談)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사사로이 이야기함'입니다. 물론 없는 데서는 나랏님도 욕한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민 대표가 주장하는 사담이라면 "짜증나는데 회사 나가버릴까요? 독립할까?"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까요? 이런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생각해서 이를 제시하는 다른 경영진이 있다면 민 대표는 "대박"이라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오버하지 마"라고 선을 긋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스스로 경영에 관심없다고 하지만, 민 대표는 어도어라는 거대한 기업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보다 책임있고 무게감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또한 민 대표의 기자회견 전 어도어 경영진 A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언론을 통해 알려진 '어도어 내부문서'의 글은 제 개인의 고민을 담은 것"이라며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해결되지 않는 오랜 갈등 상황에 대한 고민이 배경"이라고 밝혔는데요. 또한 "해당 내용은 보고나 공유를 위한 문서가 아니며, '내부 문서'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어도어의 구성원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은 개인적인 글"이라고 강조했죠.

하지만 이는 민 대표의 '사담'이라는 해명과도 어긋납니다. '공유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카톡 대화방에서 공유된 건 이미 인정했고, 이를 '사담'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건데요. 개인의 고민을 회사 노트북에 저장해놨다는 것도 그리 공감하는 해명은 아닙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민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며 동요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죠. 이번 사태의 본질인 경영권 찬탈 시도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대신 방시혁 의장과 박지원 대표에 대한 비방과 폭로, 욕설로 점철됐는데요. 일련의 대화 속에서 두 사람 역시 거대 기획사의 수장으로서 그다지 어른스럽지 못했다는 뉘앙스가 읽힙니다. 하지만 이는 경영권 찬탈 논란과는 별개의 문제죠.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민 대표가 프레임 변경을 노렸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브는 기자회견 직후 "민 대표가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면서 "당사는 모든 주장에 대하여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서로의 말꼬리를 잡고 본질을 훼손하는 감정 싸움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이제 남은 건 법적 판단입니다. 하이브는 업무 상 배임 혐의로 민 대표를 고발했고, 민 대표는 개인 사찰을 이유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말했죠. 이제는 대중이 한 발 물러서서 관망할 차례인데요. 사태의 본질을 입증하는 객관적 근거를 과연 누가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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