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은폐 아픔 딛고, ‘4전 5기’ 첫 승··· 어쩌면 그보다 더 반가울 이재학의 제3구종[스경X인터뷰]

심진용 기자 2024. 4.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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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재학이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받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NC 이재학이 ‘4전 5기’ 끝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을 3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3회 두산 김기연에게 맞은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9회 위기를 더그아웃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이재학이 승리 확정 후 비로소 웃었다. 열흘 전 초유의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오심 은폐’의 아쉬움도 홀가분하게 털어졌다.

이재학은 이날 92구를 던졌다. 직구가 36개, 주 무기 체인지업이 32개였다. 그리고 커터를 21개 던졌다. 이재학 입장에서 어쩌면 시즌 첫 승보다도 ‘제3구종’ 장착이 더 반가울지 모른다. 어느덧 프로 15년 차, 긴긴 시간 동안 ‘투피치 피처’라는 꼬리표가 그의 뒤를 따랐다.

그저 보여주기 위한 공이 아니었다. 고비마다 커터를 활용했다. 김기연에게 홈런을 맞고 이어진 1사 1·2루 위기, 이재학은 허경민을 상대로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커터를 던져 내야 뜬공을 유도했다.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되면서 주자 2명이 그 자리에 못 박혔다. 후속 강승호도 커터로 잡아냈다. 2S 2B에서 5구째 커터가 바깥쪽 낮은 코스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들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가 꼼짝없이 얼어붙었다.

NC 이재학이 24일 잠실 두산전 이닝을 마무리한 뒤 오른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좌타·우타를 가리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커터를 꺼냈다. 결과도 좋았다. 21구 중 단 하나도 안타로 연결되지 않았다. 헛스윙 3개, 내야 땅볼 3개를 유도했다. 커터 하나가 추가되면서 직구와 체인지업의 기존 ‘이지선다’도 위력을 더했다. 높은 코스 몸쪽 직구로 상대 밸런스를 무너뜨린 뒤, 결정구 낮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때론 체인지업으로 시작해 직구로 끝을 내기도 했다. 이재학은 “구종 하나가 추가되면 아무래도 던지기가 좀 편하다”며 “다른 공 하나라도 더 보고 체인지업을 보는 것과 그냥 체인지업만 계속 보는 건 대처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학이 제3구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실전에서 던지기는 쉽지 않았다. 이재학의 표현대로 1군 경기는 ‘전쟁’이다. 전쟁터에 나가면서 손에 익지 않은 무기를 드는 게 망설여졌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1군 콜업을 기다리는 동안 제3구종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려 많이 애썼다. 그간 5%를 밑돌았던 슬라이더 구사율을 지난 시즌 8.7%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커터로 찍히는 공은 지난해 던지던 슬라이더에서 그립에만 살짝 변화를 준 공이다. 던지는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재학은 설명했다.

더 자신 있게 제3구종을 던지기 위해 마인드콘트롤도 했다. 그 스스로 “나는 원래 다 던질 수 있는 투수다”라고 자신을 북돋웠다. 포수 박세혁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재학은 “경기 전날 부터 (박)세혁이 형하고 커터를 많이 섞어보자고 했다. 사인 배합도 잘해줘서 더 과감하게, 용기 있게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커터 자체가 어느 정도 위력인지 점수를 매기기는 이르다. 일단 던질 수 있을 만큼 던졌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재학은 “커터에 얼마나 만족을 하느냐보다, 일단 20개 넘게 던졌다는 점에서 좀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어제를 계기로 좀 더 스텝업 할 수 있도록 애쓸 것”이라고 했다.

‘제3구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결단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출발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재학은 그러나 “어제 한 번 했다고 앞으로도 그냥 되는 건 아니다. 어제를 계기로 앞으로 더 다양한 피칭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NC 창단 멤버에 ‘원조 에이스’로 불리던 이재학이지만, 2019시즌 이후로 선발 100이닝을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올해 역시 그에게는 기로의 시즌인게 사실이다. 강인권 NC 감독은 일찌감치 이재학을 향해 선발로 버티기 위해선 다양한 구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재학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NC 이재학이 24일 잠실 두산전 선발로 등판해 호수비로 도운 박민우와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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