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텍사스…한국 중소기업들 다 달려가는 이유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4. 4. 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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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공장 짓는 테일러에
동진쎄미켐·솔브레인 등 동행
핵심소재·부품·장비 공급 예정
IMK는 현지서 민간 산단 개발
“판매망 확대·성능 검증 기회”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전경. [매경DB]
펠리클은 반도체 초미세 회로를 새기는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1장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며 EUV 노광 공정의 수율을 좌우한다. 현재 일본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EUV 펠리클 부품의 국산화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인 에프에스티가 올 하반기 시양산 목표로 연구개발(R&D)를 진행 중인 EUV 펠리클이 삼성전자가 짓고 있는 미국 공장에서 첫 선을 보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이 들어서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게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첨단 제조업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 곳에서 보조금과 현지 고객 접근성을 무기로 삼성전자와 함께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면서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에프에스티, 한양이엔지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테일러행(行)을 일찌감치 결정했다.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다른 소부장 기업들도 삼성 테일러 팹 인근에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 반도체 공장뿐만 아니라 미국과 다른 반도체 업체로의 판매망 확대와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하고, 국내 소부장 관련 제품의 성능 검증 기회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삼성전자 4나노급 테일러 공장은 14~65나노급인 오스틴 공장(1996년 설립)과 비교해 최첨단 공정이 도입된 게 특징이다. 이미 캐나다 텐스토렌트, 미국 그로크 등과 인공지능(AI) 반도체 계약을 맺을 정도로 초미세 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후 고도화를 통해 2~3나노 등까지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네덜란드 ASML의 EUV 노광장비 등 첨단 설비가 투입된다.

에프에스티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미국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의 3D 낸드 포토레지스트 독점 거래처인 동진쎄미켐은 킬린시에 황산과 시너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세정 용도로, 동진쎄미켐은 두 공장 건설에 각각 1억달러를 투자해 2분기 내 완공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오스틴·테일러)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잠재고객까지 소재를 공급하는 생산거점이 될 전망이다. 동진쎄미켐은 미국 텍사스주가 현지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발족한 조직인 ‘텍사스 반도체 혁신 컨소시엄 집행 위원회’(TSIC EC)에도 삼성전자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기업 솔브레인은 미국 텍사스주에 대규모 부지를 매입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에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솔브레인은 삼성전자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소재인 화학기계적연마(CMP) 슬러리를 단독으로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브레인홀딩스는 지난해 말 테일러시에 위치한 RCR 테일러 물류단지 내 약 34만㎡ 부지를 매입했다.

클린룸 시스템 전문업체인 한양이엔지도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한양이엔지는 클린룸 배관과 화학물질 중앙공급장비(CCSS·고순도 화학약품 공급장치), 초순수 시설, 초고압 설비 등을 생산·설치하는 기업이다. 배관 공사와 CCSS 등 분야에서 업계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가 짓고 있는 평택 3·4공장 파운드리 라인에 클린룸 배관 공사를 했고, CCSS도 납품한다. 회사 관계자는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클린룸 공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업체 아이마켓코리아는 테일러시에서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의 미국 법인 아이마켓아메리카가 테일러시에 매입한 85만8000㎡ 규모 토지에 복합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곳에 진출하는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투자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산업단지 안에 다양한 공유시설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곳에 처음 진출하는 반도체, 전기차 소재·부품·장비 회사들이 인허가 등 복잡한 절차를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를 세우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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