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의원실이야, 노아의 방주야···소문난 3선 ‘지구 덕후’ [금배지 원정대]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2024. 4. 2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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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원정대-56]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을 당선인
“22대 국회, 더 강도 높은 기후정치 할 것
요청오면 산자위원회 위원장직도 수락”
영입인재 당선자, 보좌진 채용까지 풀서비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주형 기자]
“22대 국회에서는 기후위기를 맞은 지구와 우리 인류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지금보다 더 강도 높고 책임감 있게 해보려 합니다”

3선의 고지에 오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을 당선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경제를 만나 밝힌 포부다. 김 의원은 국회 내 소문난 ‘지구 덕후’다. 인터뷰가 진행된 의원실 내부부터 심상치 않다. 의원실 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은 탁자에는 지구본이 세워져 있다. 주위에는 코뿔소 한쌍, 기린, 악어, 순록 등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다. 천장에는 지구본을 본뜬 등이 달려있고, 서재 옆에는 레고로 만든 풍력발전소가 전시돼 있다.

김 의원은 20대, 21대 국회에서 주요 요직을 지내며 당내 전략·정책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21대 총선에서 이해찬 전 대표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내며 ‘180석 압승’을, 22대 총선에서는 인재위원회 간사,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171석 압승’을 이끌었다. 정책위의장 시절에는 ‘K칩스법’ 처리 시 조세특례를 받는 국가전략기술 대상을 반도체에서 이차전지, 전기차 등까지 추가하면서 ‘친환경·미래 산업’ 지원을 강화하는 협상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결은 김 의원만의 ‘치밀함’이다. 그와 일해본 경험이 있다는 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김 의원과 일하면 피곤하다.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고 놓치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원내대표 하마평에 그의 이름이 오르자 “민주당 입장에서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고배를 마신 곳도 김 의원의 지역구 ‘서울 노원병’이었다. 김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기왕 화성으로 갔으니 거기서는 주민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여유있는 웃음을 보였다.

한때 우주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천문학자를 꿈꿨다는 그다. 지구를 구하러 온 과학자, 아니 3선 의원 김 의원을 만나 22대 총선 결과와 정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고준위 방폐물법은 ‘탈원전’ 전제 필요... 산자위원장도 마다 않는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내 테이블 [출처=김성환 페이스북]
“원전을 늘리지 않는다면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이하 방폐물법)’을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여야가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방폐물법을 통과시키기로 일단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방폐물법에 강력히 반대해온 김 의원의 입장이다. 그는 20~21대 국회에서 줄곧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앞장을 서왔다.

방폐물법은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이다. 탈원전을 주장해온 민주당이 반대하며 합의가 어려웠으나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의 간곡한 설득과 여야 간 협상을 통해 저장시설 용량 등에 대한 이견이 상당부분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의원은 여전히 정부·여당이 ‘원전 확대’에서 ‘탈원전’으로 국정 기조를 전환한다는 전제 하에 고준위방폐법을 처리할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원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은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고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를 망치는 길”이라며 “석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릴 때 중간 브릿지 역할을 하는 ‘원전’이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기후정치’라는 자신의 의정 목표를 위해 22대 국회에서도 산자위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특히 3선 고지에 오른만큼 당의 요청이 있다면 상임위원장직을 맡을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트렌드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산업과 일자리”라며 “한화큐셀이 3조원을 들여 미국에 태양광 단지를 조성한다. 그동안 국내 공장은 문을 닫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수소화로 갈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예산도 확대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 의원은 “2026년이면 ‘탄소국경조정제도’도 시행되는데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지 않고 언제까지 원전 타령을 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큐셀이 왜 3조원을 들여 미국에 태양광 단지를 조성한다. 그동안 국내 공장은 묻을 닫는 것이 현실”이라며 “재생에너지, 수소화로 바꿀 수 있도록 R&D 예산도 지원해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목표를 위해 22대 국회에서도 산자위를 맡고 싶고 당의 요청이 있다면 상임위원장직을 맡을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영입인재 풀 서비스 중... 조국혁신당, 尹 심판 구도 강화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김 의원에게 이번 총선은 유난히 뜻깊은 선거다. 당 인재위원회 간사로 모셔온 인재 27명 중 15명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인재들은 영입할 때부터 지역 배치, 당선 이후까지 풀 서비스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지금도 당선된 인재들과는 보좌진 채용부터 의정활동의 비전까지 수시로 상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낙선자도 있는 법. 강청희(서울 강남을), 김상우(경북 안동) 등 험지에 출마한 후보들이나 류삼영(서울 동작을), 공영운 (경기 화성을) 후보 등 안타깝게 석패한 후보들은 김 의원에 쓰라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최근 민주당 인재들과 만난 회식 자리에서 오히려 이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낙선한 후보들이 오히려 “낙선 인사 겸 새로운 시작을 열심히 해보겠다”며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들이 낙선한 지역구 중에는 나경원, 이준석 등 차기 지방선거나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지역구가 있어 ‘보궐선거’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험지에 출마한 후보들에 대해서도 “한분 한분 엄선해서 모셨다”며 “실제로 4년 후에는 당선돼서 오실 분들”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이번 총선의 승리 요인으로 ‘강한 정권심판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조금 출렁이기도 했지만,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에 잔류하고 조국혁신당이 등장하며 ‘정권심판 구도’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또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서 범야권 비례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진보당과 지역구 단일화를 꾀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에서 2~3%로 낙선한 지역들을 보면 도봉갑, 마포갑인데 모두 녹색정의당이 출마한 지역구”라며 “지역구 단일화로 국민의힘과 1대1 구도를 만든 것”도 하나의 승리요인이라고 꼽았다.

김 의원은 그런 의미에서 22대 국회에서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를 만들면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은 ‘민주 개혁 진영’의 발전을 위한 협력과 경쟁 구도”라며 “우리 스스로를 긴장케 하고 또 열심히 하게 만드는데 있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플랫폼 형식으로라도 교섭단체를 꾸리는 게 1당 입장에서 나쁠 것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22대 총선 기간 쉬지 않고 달려온 매일경제 정치부의 온라인 기획 연재물 ‘금배지 원정대’는 선거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패기 넘치는 정치 신인부터 관록의 다선 의원까지 새 국회를 이끌어갈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하겠습니다. 많은 구독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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