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방망이 꼬시지 마라… ‘매의 눈’ 보여주는 NL 1등 지표, 투수들 힘 빠진다

김태우 기자 2024. 4. 2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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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무난하게 적응하고 있는 이정후
▲ 체이스 존에 들어온 공이 60개 이상인 타자들을 분류했을 때, 이정후의 헛스윙 비율은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낮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야구는 결국 공 하나 싸움이다. 공 하나가 몰리면 큰 것을 얻어맞고, 공 하나를 잘 빼면 헛스윙이나 빗맞은 타구를 유도한다. 이 공 하나의 차이를 만들기 위해 투수는 구종을 연마하고, 타자는 선구안을 가다듬는다.

기본적으로 타율이 높은 것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치는 것이다. 타자가 가장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코스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의 공을 치면 칠수록 확률은 낮아진다. 이 때문에 투수들은 존에서 살짝 빠지는 공을 던져 방망이를 유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무 벗어나면 타자들이 골라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체이스(chase)라는 단어로 이를 정의한다. 한가운데 공, 보더라인에 걸친 공이 있다면 그 주변을 맴도는 공들이 이 존에 포함된다.

이 존에 공을 던져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는 투수들은 높은 점수를 받고, 반대로 이 존의 공을 참거나 헛스윙을 덜하거나 혹은 타율이 높은 타자들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의 올해 메이저리그 적응 과정에서 유심히 봐야 할 것은 이 존에 대한 공략법이다. 방망이가 나올 법도 한데, 잘 안 나온다.

‘베이스볼 서번트’의 집계에 따르면 이정후는 올해 전체 투구 수 385개 중 81개(21%)가 체이스 존에 들어온 공이었다. 그런데 이 존에 들어온 공에 헛스윙을 하는 비율은 17.6%로 낮았다. 17.6%가 이정후의 전체 헛스윙 비율보다 높기에 높아보일 수 있지만 사실 리그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낮은 수치다.

실제 체이스 존에 들어온 공이 60개 이상인 타자들을 분류했을 때, 이정후의 헛스윙 비율은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낮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타격왕으로 역시 웬만해서는 헛스윙을 하지 않고 맞히는 비율이 높은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가 19.2%로 내셔널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 전체를 놓고 보면 얀디 디아스(탬파베이·12.5%)가 최고 성적이다. 디아스는 선구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는 선수다.

그런데 이정후는 방망이가 나간 경우에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잘 참기도 했고, 타격 결정이 되면 잘 맞히기도 했다는 의미다. 이정후는 이 존에 들어온 공에서 7타수 3안타(.429)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체이스존 헛스윙 비율이 20%가 안 되면서 타율 4할 이상을 기록 중인 유일한 선수다. 디아스와 아라에스는 각각 10타수 3안타(.300)를 기록 중이다. 이정후의 콘택트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보면 코칭스태프의 호평도 이해가 된다. 더그아웃에서 볼 때는 굉장히 어려운 공인데 이를 참아내고 또 어떤 식으로든 인플레이타구를 만들어내는 게 대견할 법하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라 처음 보는 투수들이 많은데도 그렇다.

▲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8.6%로 25일 현재 메이저리그 1위 기록이다. 리그에서 삼진 비율이 10%가 안 되는 선수는 이정후, 알렉스 버두고(뉴욕 양키스·9.1%),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9.4%), 루이스 캄푸사노(샌디에이고·9.5%)까지 딱 4명에 불과하다.

팻 버렐 샌프란시스코 타격 코치는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모든 부분에서 좋았다. 스프링트레이닝 때 이정후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 또 경기가 시작됐을 때 이정후는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타자는 슬럼프를 겪을 가능성이 적다”며 긍정적인 면을 짚기도 했다.

타자에게 삼진은 최악의 이벤트다. 인플레이를 시키면 운이라고 기대를 할 수 있는데 삼진은 그런 운마저도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진 비율이 적은 선수는 기본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8.6%로 25일 현재 메이저리그 1위 기록이다. 리그에서 삼진 비율이 10%가 안 되는 선수는 이정후, 알렉스 버두고(뉴욕 양키스·9.1%),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9.4%), 루이스 캄푸사노(샌디에이고·9.5%)까지 딱 4명에 불과하다.

이런 능력을 갖춘 이정후가 이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해 조금씩 게임 플랜을 주도할 수 있다면 타율 자체는 더 많이 올라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장타가 터지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메이저리그 첫 시즌임을 고려하면 3할로 시즌만 마무리해도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공격만 되는 게 아니라 수비도 평균 이상이라는 게 증명되고 있기 때문에 ‘반쪽’ 평가를 받을 일도 없다. 이정후가 생각보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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