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역대 선방위 안건 전수 분석, 이번 선방위가 ‘역대급’

이은기 기자 2024. 4. 26. 07: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22대 총선 선방위는 역대 선방위와 어떻게 달랐나. 〈시사IN〉은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선방위가 다룬 안건 1126건(4월24일 기준)과 역대 선방위원 235명 명단(중복 포함)을 전수 분석했다.
4월25일 제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16차 정기회의가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렸다. ⓒ시사IN 박미소

제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는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녔다. 4월24일 기준 22대 총선 선방위가 의결한 법정 제재는 모두 26건이다. 아직 22대 총선 선방위 종료까지 보름가량 남았지만,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그림 1〉 참조). 2008년 현 방심위가 신설된 이후, 2012년 제18대 대선 선방위가 지금껏 가장 많은 법정 제재 17건을 의결했다. 이어 2016년 제20대 총선 선방위가 14건이다. 나머지 선방위가 내린 법정 제재는 5건 내외에 그쳤다. 2012년 제19대 총선 선방위는 법정 제재를 한 건도 의결하지 않았다.

제22대 총선 선방위는 제재 수위도 가장 높았다. 선방위가 내리는 결정 중에서 의견제시나 권고 같은 ‘행정지도’는 계도적 성격의 조치다. 선방위에 따르면, 경미한 규정 위반일 때 행정지도를 내린다. 중징계로 인식되는 ‘법정 제재’는 다르다. 주의·경고·관계자 징계 순으로 수위가 높아지는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때 감점 사유가 된다.

제22대 총선 선방위는 역대 선방위와 어떻게 달랐기에 ‘역대급’ 선방위가 됐나. 〈시사IN〉은 2008년 제18대 총선 선방위부터 2024년 제22대 총선 선방위까지, 선방위가 다룬 안건 1126건(4월24일 기준)과 역대 선방위원 235명 명단(중복 포함)을 전수 분석했다. 그중에서 보도 기능이 있는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을 대상으로 한 법정 제재를 추렸다.

2012년 제18대 대선 선방위는 법정 제재 17건을 의결했다. 직전 3개 선방위가 각각 2건, 1건, 0건의 법정 제재를 내린 걸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2011년 12월은 채널A, JTBC, MBN,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출범한 때다. 제18대 대선은 종편 개국 1년 뒤인 2012년 12월에 치러졌다. 선방위 법정 제재도 종편에 집중됐다. 총 17건(주의 9건·경고 8건) 중 채널A가 절반이 넘는 9건 중징계를 받았다. 그 뒤로 MBC 3건, MBN 2건, 뉴스Y(연합뉴스TV)·JTBC·TV조선 1건 순이었다.

4월25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앞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퇴출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해체를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IN 박미소

2016년 제20대 총선 선방위는 법정 제재 14건(주의 12건, 경고 1건, 관계자 징계 1건)을 의결했다. 사실 보도, 여론조사 보도, 품위 유지, 사회통합(동 규정 제29조), 후보자 출연 방송 제한(동 특별규정 제21조) 그리고 공정성·객관성 등 조항이 징계의 근거가 됐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공약 등을 소개하면서 새누리당 총선 주제곡 뮤직비디오를 약 25초간 내보낸 MBN 보도는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역대 두 번째다.

최초의 관계자 징계는 “선거 홍보물을 방불케 하는 동영상”이라는 민원이 접수된 YTN 보도가 받았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선방위는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소개한 보도에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2014년(YTN)과 2016년(MBN) 두 ’관계자 징계’ 보도는 모두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후보자와 공약을 소개한 보도였다.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 몰린 ‘법정 제재’

반면 제22대 총선 선방위 제재는 대부분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보도를 향했다. 역대 선방위는 여론조사 보도나 특정 후보자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편파적 보도를 중점으로 심의하고 감독해왔다. 제22대 총선 선방위는 달랐다. 사법농단 재판 1심 판결을 비판(MBC)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CBS, 가톨릭평화방송)하는 등 선거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보도에도 징계를 내렸다.

지금까지는 현행 규정으로도 선거방송에 대한 제재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유독 제22대 총선 선방위가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운영상의 문제’라고 짚었다. 방심위 내부에선 지난해 11월부터 22대 총선 선방위원 구성을 두고 반발이 나왔다. 선방위는 선거 때마다 일시적으로 구성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 교섭단체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외에 방송사·방송학계·대한변호사협회·언론인단체·시민단체에서 한 명씩 추천해 구성된다. 선방위원 9인을 꾸릴 때 어느 단체에 추천권을 줄지 방심위의 상임위원들이 논의해서 정한다.

애초 선거 때마다 새로 꾸려지는 선방위 구성은 연속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제22대 총선 선방위 구성에는 그간 방심위가 쌓아온 선례도 반영되지 않았다. 방심위는 지금껏 방송사 몫으로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 방송 관련 협회를 추천해왔다. 방송학계 몫은 대표성을 띠는 학회에 돌아갔다. 이번에는 관행을 깨고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TV조선에 22대 총선 선방위원 추천권을 주었다. 시민단체 몫은 보수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 돌아갔다. 방송학계 몫 추천권은 2019년에 설립된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받았다. 당시 야권 추천 방심위원들이 철회를 요구했지만,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황성욱 방심위 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 2인의 결정으로 선방위 구성이 확정됐다(〈그림 2〉 참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한번 악용된 제도는 반복해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선방위가 처한 위기를 오히려 선방위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심석태 교수의 말이다. “선거의 공정성은 언론의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방송 매체가 언론의 자유를 앞세워 선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금의 선방위가 제도화됐다. 일부 방송 보도가 정치적으로 과열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방송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다만 행정적 규제의 근거는 명확해야 하고,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4월27일 발간되는 〈시사IN〉 최신호 제868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